[쿠팡은 바뀌지 않는다 2] ② 과로와 공짜노동... 로켓배송은 죽음을 향한다

2024년 09월 30일 16시 16분

과로와 공짜 노동. 쿠팡의 로켓배송은 이 두 단어로 정의될 수 있다. '빨리 배송해야 한다'는 쿠팡의 명령 아래 배송기사들은 산업재해 기준에 달하는 노동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었다. 쿠팡은 또 배송기사들에게 아무 대가도 없는 추가 노동을 강요하고 있었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언론보도로 알려진 쿠팡 사망 노동자는 모두 20명, 이 중 7명이 배송기사다. <쿠팡은 바뀌지 않는다 2> 연속보도 두 번째 기사에서는, 쿠팡 배송 기사들의 노동 조건을 집중 조명한다. 
뉴스타파는 지난 보도에서 쿠팡이 꿈꾸는 '전국 로켓배송 시대'의 종착지인 제주도로 가 직접 물류센터에 잠입취재했다. (관련 기사 : <잠입취재> '로켓배송' 종착지에서 본 '쿠팡의 거짓말') 지난 7월 제주 서브허브(쿠팡의 택배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운영하는 상품 분류작업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쿠팡이 '노동환경이 양호했다'고 해명하자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잠입취재 결과, 물류센터 내부는 폭염 수준으로 더웠고, 중량물을 계속 옮겨야 하는 등 노동강도도 높았다. 또 쿠팡은 근로계약서에서 약속한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으며 강제로 추가 근무를 시켰다.
그런데 제주 서브허브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당일, 제주도에서는 한 배송기사도 심정지로 쓰러졌다. 제주도에서 막 시작된 야간 로켓배송을 하던 참이었다. 배송기사 사망에 대해 쿠팡은 역시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언론에 주장했다. 취재진은 또다시 쿠팡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제주도 쿠팡 배송기사들의 노동 현장에 잠입했다. 

'공짜 노동' 만연한 쿠팡 배송기사 작업 현장 

뉴스타파가 간 곳은 제주도 서귀포시 쿠팡 제주2캠프였다. 캠프는 쿠팡CLS과 관리하는 상품 분류작업장의 일종이다. 물류센터에서 보관하던 상품이 각 지역 캠프로 전달되면, 캠프에서 최종 분류해 배송차량에 싣고, 소비자에게 최종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배송기사들은 매일 캠프로 와 자신이 맡은 배송구역의 상품들을 트럭에 싣고 나간다. 
지난 8월 23일 오전 9시 반쯤 제주2캠프로 배송기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중년 남성이 대부분이었지만, 20, 30대로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았고, 여성도 있었다. 
이들은 쿠팡 직원이 아니다. 쿠팡과 직접 고용 관계를 맺고 있는 배송기사들, 즉 '쿠팡 친구'들과 달리, 이들은 쿠팡CLS로부터 배송 업무를 위탁받은 하청 배송업체(배송 대리점)와 다시 위·수탁 계약을 맺고 일하는 개인사업자들이다. 이런 배송기사들을 쿠팡에서는 '퀵플렉서'라고 부른다.
물론 정말 개인사업자처럼 자유롭게 일하는 건 아니다. 쿠팡CLS가 정해놓은 여러 규칙을 따라야 하고, 또 배송 대리점으로부터 근무량, 근무형태, 휴일 등을 모두 통제받는다. 실제로는 근로자처럼 일하지만, 법상 근로자는 아니어서 근로기준법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다. 
제주도에서도 로켓배송이 시작된 지 약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퀵플렉스 배송기사의 수도 점점 늘어났다. 제주도 쿠팡 배송기사인 A 씨는 "야간 배송기사는 제주 전체에 100여 명 정도로 알고 있다. 주간 배송기사가 야간보다 1.5배 이상 더 많다. 다 따지면 300여 명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아직 제주도에 새벽배송(전날 밤에 상품을 주문해도 다음 날 아침 7시 전 배송이 완료되는 서비스)은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새벽배송까지 시작한다면, 퀵플렉스 배송기사의 수는 더 증가할 수 있다.  
지난 8월 23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쿠팡 제주2캠프의 모습. 파란색 롤테이터(쿠팡에서 쓰는 이동형 배송 케이지) 안에 배송 상품들이 가득 쌓여 있다.  
오전 10시, 캠프에 도착한 배송기사들이 어디선가 파란색 롤테이터(쿠팡에서 쓰는 이동형 배송 케이지)를 끌고 와 각자 트럭 앞에 세웠다. 그리고 배송기사 서너 명이 붙어 롤테이너 안에 들어 있는 박스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박스에 붙은 송장을 일일이 확인한 뒤, 서로 박스를 주고받으며 '이건 네 것 이건 내 것' 이런 식으로 나눠 가졌다. 나눈 박스들은 다시 각자 배송트럭 앞에 진열했다. 바로 배송을 나가도 바쁜 시간이었지만, 트럭에 상품을 싣는 기사들은 한 명도 없었다. 
알고보니 배송기사들은 분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보내온 롤테이너에는 배송구역 네 곳의 상품이 모두 섞여 있었다. 각자 한 개의 배송구역을 맡고 있는 배송기사들은 롤테이너에서 자신의 담당 상품을 골라내야 했다. 제주도 배송기사 B 씨는 "만약 101구역이 있다고 하면 그 하위 배송구역이 101-A, B, C, D 이렇게 있다. 그러면 A, B, C, D 물건을 한 롤테이너에 보낸다. 배송기사 4명이 붙어서 각자 자기 배송구역 것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류 작업은 배송기사의 업무가 아니다. 쿠팡 배송기사들은 상품 배송을 완료할 때 건당 수수료를 받으며 돈을 번다. 분류 작업은 아무 대가 없는 '공짜 노동'이다. B 씨는 "쿠팡만 이렇다. 타 택배업체들은 분류 작업자가 별도로 있거나 배송기사들이 분류 작업을 하면 시간 외 수당을 준다. CJ대한통운도 준다, 내가 CJ에 있다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배송기사들이 구역별로 상품 분류를 다 하지 않아 상품을 잘못 싣거나 빠뜨릴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배송기사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쿠팡은 이런 사실을 이용해 배송기사들에게 공짜 노동을 강요하고 있었다. 
취재진은 쿠팡CLS와 배송 대리점들이 체결한 위·수탁 계약서를 확인했다. 계약서에는 쿠팡CLS가 각 대리점에 위탁한 여러 업무가 나오는데, 분류 작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미 분류가 완료된 상품을 배송기사가 차량에 싣는 '상차 작업'만 포함돼 있다. 쿠팡은 배송기사들의 분류 작업이 '상차 작업의 일환이다'라는 식으로 주장한다. 
지난 8월 23일 촬영한 쿠팡 제주2캠프의 모습. 배송기사들이 상품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롤테이너(쿠팡에서 쓰는 이동형 배송 케이지) 안에 여러 배송구역의 상품들이 혼재돼 있기 때문에 기사들이 직접 분류하지 않으면, 배송을 할 수 없다. 
지난 8월 23일 촬영한 쿠팡 제주2캠프의 모습. 한 배송기사가 롤테이너(쿠팡에서 쓰는 이동형 배송 케이지) 안에 들어 있는 상품들을 꺼내 다시 진열하는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배송기사들에게 분류 작업은 아무 대가 없는 '공짜 노동'이다.  
공짜 노동은 출근 후 1시간이 넘어서도 이어졌다. 오전 11시쯤이 되어서야 배송기사들은 분류 작업을 마치고 트럭에 물건을 싣기 시작했다.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등이 다 젖은 사람도 보였다.
제주2캠프 작업장은 천장 빼고 사방이 다 뚫려 있어 외부나 마찬가지였다. 천장에 선풍기만 있었고, 그마저도 분류 작업 중인 배송기사들을 향하지 않는 게 많았다. 오전 10시 반쯤 측정한 내부온도는 32.6도 습도는 81%. 산업안전보건공단 계산식에 따르면, 체감온도 34.85도였다. 고용노동부 기준 '주의' 수준의 폭염이었다. 제주도 쿠팡 배송기사 A 씨는 "배송만 해도 힘든데, 요즘(지난 8월) 같은 날씨에는 배송을 시작하기도 전에 녹초가 된다"고 말했다. 
분류 작업은 하루 한 번이 끝이 아니다. 쿠팡 정책에 따라 주간 배송기사들은 아침 캠프에 들러 상품을 싣고 배송한 뒤, 오후에 또 캠프에 들러 상품을 싣고 배송을 나가야 한다. 이걸 '2회전 배송'이라고 부른다. 야간 배송의 경우 3회전이다. 당연히 한 회전마다 분류 작업은 새로 해야 한다. 취재진이 만난 제주2캠프 배송기사들은 오후 3~4시경 다시 캠프로 와 1시간 넘게 분류 작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을 시간대다. 
주간 배송기사들이 하루에 보통 롤테이너 약 10개에 담긴 물품을 분류합니다. 여기에 소모되는 시간이 하루에 한 4, 5시간은 됩니다. 캠프에 물품이 담긴 롤테이너가 전달되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이거를 다 배송을 하려면 기다려야 되는 거죠. 대기 시간과 분류하는 시간들이 거의 하루에 4, 5시간은 소요가 됩니다. 

강민욱 /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

'언제 치워질지 모른다'... 배송기사 옥죄는 '클렌징' 제도

오전 11시 반, 출근 약 2시간 만에 드디어 배송기사들이 각자 배송구역으로 출발했다. 쿠팡 배송기사들의 하루 배송 물량은 약 300개 수준, 많은 날은 400개 이상일 때도 있다. 취재진과 동행한 제주도 배송기사 C 씨는 "아까 보니까 1회전 배송 물량이 170개 정도 됐다. 2회전까지 하면 300개는 될 거다. 그전에는 450개 배송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A 씨도 "하루 평균 300개에서 350개 정도를 배송했다"고 설명했다. 
쿠팡 배송기사가 배송 중인 모습. 하루 300개 정도 배송하는데, 450개가 넘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이미 분류 작업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 상태여서 여유롭게 배송을 할 수 없다. 
기사들은 항상 몸과 마음이 급하다. 이미 분류 작업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 상태지만, 오늘 내로 모든 상품 배송을 '무조건' 완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가 위태롭다. 쿠팡의 '클렌징' 제도 때문이다. 
쿠팡CLS는 배송 대리점과 계약을 맺으며 일정 배송구역을 부여한다. 대리점은 그 구역을 세분화해 다시 배송기사들에게 분배하고, 기사들은 구역 내 배송 업무를 수행하며 수수료를 받고 산다. 배송구역은 배송기사의 일자리다. 
그런데 쿠팡CLS는 속칭 '클렌징' 제도를 만들어, 언제든 대리점에 부여한 배송구역을 회수해 갈 수 있게 했다. 쿠팡CLS는 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맺으며 '계약해지에 관한 부속합의서'를 따로 만들어 왔다. 합의서에는 '계약의 즉시 해지' 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대리점이 합의서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 했을 경우, 쿠팡CLS는 계약 기간 내라도 언제든 배송구역을 빼앗아 갈 수 있다. 이를 쿠팡에서는 기준 미달 대리점을 '치워 낸다'는 의미에서 '클렌징(Cleansing)'이라고 부른다.
클렌징 기준은 엄격하다. 주간 배송의 경우 하루 2회전 배송을 '2주 동안 2건 이상' 실패 할 경우 곧바로 해당 배송구역을 회수할 수 있다. 할당된 배송구역 내 주문 물량을 배송하는 비율인 수행률도 월평균 95% 이상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반품 상품의 회수율도 월평균 90% 미만이면 안 된다. 특히 쿠팡에서 상품 주문 시 '오늘 밤 12시 전 도착 보장', '내일 새벽 7시 전 도착 보장'이라고 돼 있는 배송기한(Promised Delivery Date, PDD) 기준이 가장 깐깐하다. 'PDD 미스율', 즉 배송기한을 못 지킨 상품의 월평균 비율이 0.5% 이상만 돼도 바로 배송구역은 사라질 수 있다. 200개 중 1개 이상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쿠팡 '프레시백'(신선식품을 담는 보냉 가방) 회수율, 주말 출근율 등도 다 신경을 써야 한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정해놓은 계약 즉시해지(클렌징) 기준.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계약 기간 내라도 쿠팡CLS는 배송 대리점에 할당한 배송구역을 회수해 갈 수 있다. 배송구역은 배송기사들의 일자리나 다름없다. 기준에 따르면, 배송기한을 지키지 못한 일명 'PDD 미스율'이 월평균 0.5%도 돼선 안 된다.  
클렌징 기준에 의한 평가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오직 쿠팡CLS만 안다. '언제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배송기사들이 늘 시달리는 이유다. A 씨는 "월 단위 평가라고 해놨지만 실제로는 주 단위다. 수행률은 기본적으로 매주 측정한다. 1, 2, 3등급 이렇게 분류하는데 3등급이 나온 배송구역은 비상이 걸린다. 그때부터는 다 필요 없고 그냥 수행률 100%를 맞춰야 한다. '야 이번에 클렌징 엄청 당했다'라고 얘기라도 나오면, 이제 다들 바짝 긴장한다"고 말했다. 기사들은 클렌징 당하지 않기 위해 달리고, 또 뛸 수밖에 없다. 
클렌징은 배송기사들의 몸 상태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수행률과 PDD 미스율은 해당 배송구역에 할당된 전체 물량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배송기사는 자신에게 할당될 물량을 조절할 힘이 전혀 없다. 배송구역을 부여받으면, 그 구역에서 주문된 물량은 그게 300개든, 400개든 다 기한 내 배송해야 한다. 안 그러면 수행률이 깎이고, PDD 미스율이 높아진다. 아파도 일단 나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쿠팡 배송기사들 내에 만연하다고 한다. 
주간 배송기사들은 신선물품에 한해 저녁 8시까지 배송해야 되고 그렇지 않은 일반 물품에 대해서는 밤 12시까지 배송해야 합니다. 야간 기사의 경우 아침 7시까지 모든 물품에 대해 다 배송을 끝내야 됩니다. 

(기자 질문 : 평소에 300개를 배송해야 되는데 내가 오늘 몸이 안 좋아서 한 100개 정도만 한 150개 정도만 하면 안 되겠냐. 이런 물량 조절은 배송기사한테 아예 불가능한 건가요?)

불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 이 시스템은 배송기사가 배송하는 구역에 그날 주문이 된 물건은 뭐든지 다 쳐야 됩니다, 나오는 건.

강민욱 /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

시간에 쫓기는 하루 12시간... 밥 먹을 시간도 사치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쿠팡 배송기사들은 다음과 같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공짜 노동인 분류 작업에 하루 두세 번 진을 빼야 한다. 분류 작업에 얼마나 시간을 허비했든 기한 내 모든 물량을 배송해야 한다. 깐깐한 클렌징 기준도 모두 맞추려 항상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 
그 결과 쿠팡 배송기사들은 휴식없는 과로에 일상적으로 노출된다. 취재진이 동행한 제주도 배송기사 C 씨는 배송 중 편히 걸은 적이 없었다. 기본이 빠른 걸음이거나 달리기였다. 그래야 기한 내 배송을 완료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C 씨는 운전하는 내내 안전벨트도 한 번 맨 적이 없었다. 트럭을 타고 이동하다 내리고, 다시 타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매번 안전벨트를 채웠다 푸는 건 시간 낭비였다.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저층은 계단으로 오르내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도 아깝다'고 C 씨가 말했다. 
왜 엘리베이터 왜 안 타냐고요? 그게 더 빡세요. 시간이 더 걸려요. 이거 박스 크기가 뭐 얼마나 된다고요. 큰 음료수 같은 거면 몰라도. 그리고 엘리베이터 엄청 더워요. 지금 같은 날씨에 엘리베이터 안은 한 40도는 될 겁니다. 

 C 씨 / 제주도 쿠팡 배송기사
밥도 휴식도 배부른 소리였다. 하루 약 12시간 일한다는 C 씨는 근무 중 한 끼도 못 먹을 때가 허다하다고 한다. C 씨는 "아침 9시 40분쯤 캠프에 도착하고, 배송을 마치면 빠르면 밤 10시다. 늦게 끝나면 11시까지도 한다. 밥을 제때 못 먹는 게 가장 힘들다. 배송이 끝나야 밥을 먹고, 집에 가서 대충 집어 먹고 잔다"고 말했다.  
제주도만 이런 게 아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상도 쿠팡 배송기사인 D 씨는 "약 12시간 근무하는데 중간에 쉬는 시간은 없다. 밥은 못 먹는다. 거의 물이랑 커피만 마신다"고 말했다. 다른 배송기사 E 씨는 "분류 작업 포함 하루 15시간 일한다. 끼니는 거를 때가 많고, 참다가 안 되면 편의점에 가서 빵이랑 우유만 사서 차에서 먹는다. 시간에 쫓기니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23일 동행한 제주도 쿠팡 배송기사가 트럭에서 상품을 꺼내는 모습. 이 기사는 계속 빨리 걷거나 뛰면서 일했다. 기사는 "하루 12시간 정도 일하지만 쉬거나 밥 먹을 시간은 없다. 퇴근해야 밥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항상 바삐 움직이다 보니 다치는 일도 잦다. 제주도 배송기사 A 씨는 "비 오는 날 계단에서 굴러 모서리에 무릎이 찍히는 사고가 있었다. 한 1년 정도 매주 무릎에 찬 물을 빼고 배송했다"고 말했다. 
영세 대리점에서는 다쳐도 마음대로 쉴 수 없다. 대체 배송기사인 일명 '백업기사'를 두고 있는 대리점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백업기사 고용 여력이 없는 영세 대리점에서는 그림의 떡이라고 한다. A 씨는 "다쳤으니, 아프니까 1주일 정도 쉬어야겠다는 말을 못 했다. 참고 일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다른 배송기사 E 씨는 "부모님이 아프거나 돌아가신 때 같은 상황 말고는 무조건 출근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백업기사는 준비가 안 돼 있고 갑자기 투입할 사람이 없으니 나와야 한다. 어제는 10일 만에 쉬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실을 통해 받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쿠팡CLS와 위·수탁 계약을 맺은 배송 대리점 528개 중 근무 인원(고용보험 가입자 수, 배송기사도 노무제공자로서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다)이 50명 미만인 곳은 전체의 79.9%(422개)였다. 20명 미만은 60%(317개), 10명 미만도 36.7%(194개)에 달했다. 
뉴스타파가 접촉한 쿠팡 배송기사 5명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약 12시간이었다. 배송기사들은 대부분 주 6일 근무다. 단순 계산하면 1주일에 기본 72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과로 산업재해' 고 위험군으로 불러도 무방한 수준이다. 과로 산재의 대표적인 증상이 뇌심혈관계 질병인데, 고용노동부 고시를 보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 발병 전 4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4시간 이상이면 업무 관련성이 강하다고 판단한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 이상인 사망 노동자의 과로사 산재 인정 비율은 최근 4년 동안 쭉 90% 이상이었다.
뉴스타파가 인터뷰한 쿠팡 배송기사들은 "하루 평균 12시간을 일한다"고 주장했다. 배송기사들이 대부분 주 6일 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주에 평균 72시간을 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과로 산업재해를 인정할 때 가장 큰 기준 중 하나는 '사망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 이상'이었는지다. 쿠팡 배송기사들은 '과로 산재 고위험군'이다.  
조혜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쿠팡 퀵플렉스' 채용 공고에 필수 자격으로 과로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퀵플렉스 배송기사들은 다 비슷하게 일하게 있다. 물론 기사마다 개인 차로 인해서 '좀 견딜 만하다'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게 과로가 아니라고 얘기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홍용준 쿠팡CLS 대표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새벽 노동에 종사하는 배송직들의 근무 여건이 그렇게 열악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 주장에 대해 제주도 쿠팡 배송기사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쿠팡 퀵플렉스가 다른 택배사 배송 일에 비해 수익이 높긴 합니다. 그런데 그건 배송 물량이 많아서 그런 겁니다. 배송 건당 수수료가 더 높은 것도 아니에요. 쿠팡은 '배송기사들이 돈을 잘 번다'고 하지만, 몸을 갈아서 돈을 버는 거거든요. 그거를 처우가 좋다고 표현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좋은 일자리가 아닙니다. 

A 씨 / 제주도 쿠팡 배송기사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쿠팡 새벽 배송기사들의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처음에는 안 이랬다"... 노동 환경과 맞바꾼 '로켓 성장'

쿠팡이 원래부터 이랬던 건 아니라고 한다. 
2021년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며 배송기사들의 과로 문제가 대두됐다. 과로사하는 배송기사도 속출했다. 이에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모여 2021년 중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사회적 합의)을 체결했다. 배송기사 분류 작업 배제, 주 60시간 초과 근무 제한, 밤 9시 이후 심야배송 제한 등이 합의 사항이었다. 여기에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 등 여러 택배사가 참여했다. 
쿠팡CLS는 사회적 합의에 불참했다. 2021년 12월 택배사업자 등록을 해 처음에는 참여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참여하지 않았다. 쿠팡의 논리는 이랬다. '다른 택배업체와 달리 쿠팡CLS는 배송기사 대부분이 직고용이고, 노동환경도 좋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도 "처음에는 노동 조건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 과거에도 클렌징 기준이 있기는 했지만 다 사문화된 상황이었다. 또 쉬고 싶을 때 언제든 쉴 수 있었다. 상품도 캠프에서 배송구역별로 다 세분화해서 나눠줬다. 배송기사는 분류 작업이 완전히 없었다"고 말했다. 배송기사 A 씨도 "CJ대한통운이나 한진택배 기사들이 쿠팡 퀵플렉스가 처음 시작됐을 때 '너희는 분류 작업도 안 한다며?'라고 부러워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쿠팡의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배송 물량도 늘어나며 쿠팡은 점점 변했다고 한다.
일단 직고용 배송기사의 수(쿠팡 용어로 '쿠팡 친구')가 점점 줄었다. 강민욱 위원장은 "직고용 기사는 차량 유지비, 4대 보험료 등을 회사가 부담해야 해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퀵플렉스 기사는 업무에 필요한 비용을 대부분 다 자기가 부담한다. 근로기준법 적용도 안 받으니 무한대로 일을 시켜도 사용자 입장에선 부담이 없다. 지금은 퀵플렉스 기사들이 배송 업무 대다수를 전담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기준, 쿠팡 직고용 기사의 수는 약 6천 명, 퀵플렉스 기사는 약 1만 8천 명이다.(택배노조 추산) 
또 쿠팡CLS는 클렌징을 강화했고, 분류 작업도 은근슬쩍 배송기사의 일로 만들었다. 구역별로 다 나눠져 있던 상품들은 어느새부턴가 한데 섞여 배송기사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그사이 사회적 합의에 참여했던 택배기업들은 배송기사를 분류 작업에서 제외하거나 아니면 별도의 분류 작업 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택배업계에) 분류 작업이 많이 없어졌어요. 아주 작은 규모의 택배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 분류하시는 분들이 따로 있어요. 그런데 쿠팡은 점점 역으로 가고 있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부러움의 눈으로 봤던 다른 회사 택배기사들이 지금은 저희를 안쓰럽게 봅니다.

A 씨 / 제주도 쿠팡 배송기사
쿠팡은 배송기사들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도 깎았다. 쿠팡CLS는 지난 2022년에서 2023년이 되면서, 또 올해로 넘어오면서 배송 대리점에 가는 수수료를 각각 삭감했다. 당연히 배송 대리점이 배송기사들에게 주는 돈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뉴스타파가 한 쿠팡 배송 대리점의 배송기사 채용 공고를 확인한 결과, 지난 1년 사이 7개 배송구역에서 수수료가 배송 한 건당 최소 50원에서 최대 200원까지 줄어든 사실이 파악됐다. 취재진과 통화한 서울 소재 쿠팡 배송 대리점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수수료가 다 내려갔다. 쿠팡에서 들어오는 게 줄었다. 어딜 가나 똑같다. 아파트가 많은 배송구역은 완전 작살 났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가 직접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위탁 배송업체(대리점)가 올린 배송기사 채용 공고를 확인해 보니, 7개 배송구역에서 1년 사이 배송 수수료가 건당 최소 50원에서 최대 200원까지 삭감됐다.  
수수료 삭감은 기사들의 노동 강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 예로, 배송 수수료가 건당 1000원이라고 가정하면, 월 5000개 배송 시 수익은 500만 원이다. 수수료가 건당 850원으로 줄면, 5882개를 배송해야 500만 원이 된다.
물가 상승도 감안해야 한다. 올해 8월 기준 물가는 전년 대비 2.6%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수치인 실질소득으로 따지면, 올해 513만 원을 벌어야 지난해 500만 원과 동일하다. 실질소득을 유지하려면 지난해보다 상품 6035개를 배송해야 한다. 수수료가 줄기 전보다 135개를 더 배송해야 하는 것이다. 배송기사 C 씨는 "다른 배송기사 물량까지 내가 가져갈 때가 있다. 이유가 뭐겠느냐. 벌이가 안 되니까 무리를 해서라도 다른 기사의 물량까지 배송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배송 수수료가 삭감되면 그만큼 배송기사들은 더 많이 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수료가 건당 1000원이면 5000개를 배송하면 500만 원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수수료가 850원이 되면, 5882개를 배송해야 500만 원이 된다. 또 여기에 물가 상승률까지 감안해 실질소득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한다. 
쿠팡CLS는 법외 노동자인 퀵플렉스 배송기사의 수를 늘리고, 배송기사에게 분류 작업을 떠넘기며 인건비를 아끼고, 또 수수료를 삭감해 성장해 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쿠팡CLS의 매출은 2조 6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7배가 됐고, 영업이익은 260억 원으로 8.7배로 늘었다. 모회사인 쿠팡의 매출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 31조 원을 넘겼다. 
배송 물량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쿠팡CLS는 3년 전만 해도 연간 배송 물량이 약 1천 5백만 개(2020.7 ~ 2021.6)로 택배 기업 중 7위였다. 2년 사이 물량은 71배가량 증가했고, 쿠팡CLS는 지난해 약 11억 7백만 개(2022.7 ~ 2023.6)를 배송했다. CJ대한통운(14억 9천만 개)에 이어 2위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연간 배송 물량은 2년 사이 약 71개 증가했다. 지난해 쿠팡CLS의 배송 물량은 약 11억 700만 개로 CJ대한통운에 이어 2위다. 

41살 배송기사의 죽음, 1분에 한 개 배송해야 했다 

지난 5월, 쿠팡 배송기사 정슬기 씨가 사망했다. 경기도 남양주2캠프 소속 야간 배송기사 일을 시작한 지 14개월만이었다. 슬기 씨의 죽음은 공짜 노동인 분류 작업과 휴식없는 장시간 노동, 거기에 연속 야간노동이 더해진 결과로 보인다.
슬기 씨는 밤 9시경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경까지 일했다. 야간노동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선정한 '2급 발암물질'이다. 그만큼 몸에 무리를 주는 노동 행태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연속 야간노동을 피하고 교대 근무를 채택하는 이유다. 또 야간노동의 경우, 그 자체로 이미 위험하기 때문에 주간노동보다 강도를 줄이거나 더 많은 휴식시간을 부여하라는 게 정부 권고다.
하지만 쿠팡에 교대 근무는 없다. 한 번 야간 배송기사로 들어가면 계속 밤에만 일해야 한다. 슬기 씨는 주 6일을 매일 밤을 새며 일했다.
휴식도 없다. 쿠팡은 주력 상품인 '로켓 새벽배송'을 위해 야간 배송기사들에게 주간보다 더 많은 업무 부담을 지운다. 먼저 주간은 2회전 배송이지만 야간은 3회전 배송이다. 분류 작업을 더 많이 해야 해 그만큼 배송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배송 물량이 주간보다 적은 것도 아니다. 취재 결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을 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배송 기한도 아침 7시 전까지로 주간보다 더 빠듯하다. 밤새, 뛰고 달리는 일상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일을 하면 할수록 슬기 씨의 몸은 망가져 갔다. 
돌아오면 그냥 쓰러져 자기 바빴어요. 씻지도 못하고 그냥 눕는다던가 밥을 제대로 못 먹었어요. 저녁이 되면 한 6시 반쯤 일어나거든요.  그쯤 되면 고기류를 잘 못 먹었었어요, 속이 부대낀다고.  소화가 안 된다 그러고. 이렇게 먹으면 일을 하지를 못 한대요.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는 거예요. 1주일에 하루 쉬었지만 리듬이 깨진다고 쉬는 날에도 밤에 잠을 안 잤어요. 밤에 안 깨어 있으면 그다음 근무하는 날이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쉰다고 해도 퇴근 날 아침 집에 와서 바로 다음 날 저녁에 나가야 하는 거잖아요. 하루를 통째로 쉴 수 있는 날은 없었어요. 주 7일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쿠망 사망 배송기사 고 정슬기 씨 배우자
쿠팡 사망 배송기사 고 정슬기 씨의 영정 사진. 경기도 남양주에서 야간 배송기사로 일했던 슬기 씨는 업무 시작 14개월만에 사망했다. 
그렇게 1년을 일하던 지난 4월, 슬기 씨는 배송구역 변경을 통보받았다. 아파트가 많은 구역을 담당하다 갑자기 오피스텔, 주택 단지 밀집 구역을 맡으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구역에 적응하려면 업무 피로도가 더 높아질 건 당연했다. 구역이 바뀌면서 배송 물량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실제로 슬기 씨가 남긴 달력 메모를 보니 하루 250개 수준이던 물량은 구역 변경 후 300개 이상으로 뛰었다.
더 힘들어질 게 뻔한 상황, 하지만 슬기 씨는 거부할 수 없었다. 슬기 씨 배우자는 "'왜 그렇게 구역을 바꾸느냐'고 묻자 불가항력적인 거라고 얘기를 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슬기 씨는 사망 약 1달 반 전인 4월 8일부터 새 구역을 맡았다. 
구역 변경 후 슬기 씨는 평소보다 더 피곤해 했다고 한다. 얼굴이 창백해져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슬기 씨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지 않았다. 연속 야간노동과 3회전 배송, 아침 7시 전 모든 배송을 완료해야 한다는 엄격한 클렌징 기준까지, 슬기 씨를 옥죄는 조건들은 하나도 변함이 없었다. 
어느 날은 몸 이곳 저곳이 다 멍인 거예요. 굴렀다는 거예요, 발을 헛디뎌서 계단에서. '왜 그렇게까지 일을 하냐. 좀 쉬엄쉬엄 하면 되는 거지’라고 하니깐 7시까지 일을 못 마치면 안 된다고 얘기를 몇 번을 하더라고요. 그날 (주문 물량이) 400개가 나오든 500개가 나오든 본인이 다 해야 돼요. 사람들은 ‘물량 조절할 수 있잖아?’ 그게 아니에요. 그 지역을 맡았으면 그냥 끝내야 돼요, 7시까지. 안 그러면 클렌징으로 인해서...

쿠망 사망 배송기사 고 정슬기 씨 배우자
취재진은 슬기 씨의 배송 작업 강도를 직접 계산해봤다. 먼저 슬기 씨의 자택 CCTV로 출퇴근 시간을 파악한 뒤 출·퇴근 시 이동거리를 감안해 실제 근무시간을 추산했다. 계산 결과, 지난 3월 5일부터 사망 전날인 5월 27일까지 슬기 씨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 약 10시간 2분이었다. 여기서 야간 3회전 배송 시 분류 작업을 3번 하는 데 드는 3시간(분류 작업 1회당 1시간 가정)과 캠프와 배송구역을 5번 오가는 데 드는 2시간 30분(1회 이동 시 30분 가정, 네이버지도 기준)을 모두 제했다. 그러자 배송작업에만 쓸 수 있는 순수 시간은 약 4시간 32분이었다. 슬기 씨가 남긴 휴대전화 달력 메모에 따르면, 하루 평균 배송 물량은 296개였다. 슬기 씨는 시간당 약 65개 상품을 배송해야 했다. 1분에 한 개 꼴이다. 배송구역 변경(4월 8일) 후 기간만 따지면, 슬기 씨의 배송 작업 강도는 시간당 평균 약 70개로 더 커진다.
도저히 혼자 일을 감당할 수 없던 슬기 씨는 사비를 들여 배송을 도와주는 아르바이트생까지 썼다. 
(구역 변경 후 배송을 도와주는) 아르바이트생을 써야 한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왜 아르바이트생을 쓰면서까지 배송을 해야 되냐'라고 물었어요. 남편이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으면 나는 이 구역 물건을 소화를 못 한다'고 했어요. 이 구역에서 나온 물건은 100% 다 내가 소화해야 된다. 안 그러면은 클렌징으로 인해서 내가 이 구역에서 정리가 된다. 그럼 회사 측에 말해서 '물량을 조정하면 되는 거 아니냐.'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거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만신창이인 상태로 계속 그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쿠팡 사망 배송기사 고 정슬기 씨 배우자
그렇게 어떻게든 클렌징을 당하지 않으려 애쓰던 슬기 씨는 지난 5월 들어 안색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슬기 씨 배우자는 "얼굴이 굉장히 창백했다. 하얗게 뜬다고 하지 않나. 그런 모습을 몇 번 봤다. '너무 몸이 안 좋아보인다'고 하면, '오늘 물량이 많아서 좀 힘들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5월 28일, 슬기 씨는 쿠팡CLS 측에 '몸이 좋지 않다'는 신호를 보냈다. 슬기 씨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에 따르면, 새벽 5시 18분 남양주2캠프 직원이 슬기 씨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슬기 씨는 "C 구역만 하는 거라 열심히 해보겠다, D 구역은 알바가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후 5시 21분 캠프 직원이 "어제부터 몸이 안 좋다고 해서 물었다"고 묻자 슬기 씨가 "오늘이 훨씬 안 좋다"고 말했다. 슬기 씨의 답변을 들은 캠프 직원은 아무 조치 없이 "힘내라"라고만 했고, 슬기 씨는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결국 그날도 슬기 씨는 상품 400개를 모두 배송한 뒤에야 퇴근했다. 아침 7시 20분경 귀가했고, 당일인 5월 28일 저녁 집에서 심정지로 쓰러져 사망했다. 사인은 과로사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인 심실세동, 심근경색 의증이었다. 1983년생 슬기 씨의 나이, 41살이었다.
사망 후 가족은 슬기 씨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봤다. 슬기 씨는 업무를 재촉하는 쿠팡CLS 직원에게 "개처럼 뛰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난 5월 28일 사망 당일 새벽,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고 정슬기 씨의 모습. 자택 CCTV상 시간은 새벽 6시 14분이지만, CCTV의 시간 설정이 1시간 5분 늦게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귀가 시간은 아침 7시 20분경이다. 슬기 씨는 이날 저녁 집에서 심정지로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했다. 

특이하지 않은 죽음, 쿠팡 배송기사는 다 그렇게 일한다

취재진은 그동안 여러 배송기사들을 만나고, 고 정슬기 씨의 사례를 취재하며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슬기 씨의 배송 물량, 근무시간, 노동 강도는 전혀 특이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쿠팡 배송기사들이 '그렇게', '그만큼' 일하고 있었다. 하루 최소 200~300개의 물량과 10~12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 밥을 먹고 화장실 갈 틈도 없는 빠듯한 일상은 다 똑같았다. 누구나 '또다른 정슬기'가 될 수 있어 보였다. 슬기 씨는 사망 전 가벼운 고혈압 정도만 갖고 있었다. 
배송기사 A 씨는 "솔직히 무섭다"고 말했다. "잘못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안 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상당히 무섭다. 아직은 몰라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배송기사 C 씨는 "나도 몸이 안 좋다. 어깨도 아프고 팔목도 아프고 다 아프다. 배송기사 중에 안 아픈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몸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자 "언젠가 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 내용 등을 취합한 결과,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20명의 쿠팡 노동자가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했다. 이 중 7명이 배송기사였다.
정슬기 씨 사망 약 2달 뒤인 지난 7월 21일 경기도 용인에서 한 배송기사 박 모 씨가 병원으로 이송됐고, 3일 뒤 사망했다. 사망 소식은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박 씨가 소속되었던 대리점 대표는 "야간 배송기사였는데, 퇴근 후 집에 있다가 119를 불러 병원에 간 뒤 사망했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알고 있다. 쿠팡 뿐만 아니라 어디라도 일을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도될 만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안 되지 않았겠나"라고 덧붙였다.

나는 책임 없다?... "쿠팡은 배송기사의 진짜 사장"

쿠팡은 정슬기 씨 사망 사건에 대해 이런 입장을 내놨다. "배송기사는 개인 사업자다", "배송기사의 업무시간과 업무량은 대리점과 배송기사의 협의로 결정된다." 
사실상 1만 8천여 명 모든 퀵플렉스 배송기사들에게 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쿠팡CLS는 배송 대리점과 계약을 맺었을 뿐 배송기사와는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니다, 그러므로 배송기사들의 노동 환경, 건강, 죽음과 무관하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고 정슬기 씨의 휴대전화 기록과 여러 배송기사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쿠팡CLS는 배송기사들에게 수년 간 '직접 업무 지시'를 내려왔다. 직접 계약 관계도 아닌 배송기사들을 직원 부리듯 했다는 얘기다. 고 정슬기 씨 배우자는 "남편이 1년여 동안 쿠팡 일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대리점에서 업무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 지금은 뭐를 해야 되고 물량을 몇 개를 처리해야 되고 그런 건 모두 쿠팡 남양주 2캠프에서 다 지시가 내려왔다. 쿠팡이 남편의 '진짜 사장'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슬기 씨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보면, 남양주2캠프 직원은 계속 슬기 씨에게 "지금 누구를 도와달라", "1시간은 너무 길다. 40분만에 마무리 해달라", "파손 물품은 사무실로 반납하라"는 등 세세한 업무 지시를 내렸다. 
배송기사 A 씨도 "업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쿠팡CLS 직원한테 불려 가서 혼이 난 적도 있다. '배송 시간을 이렇게 하면 되느냐, 이렇게 해야 한다'면서 관리를 했다. 그리고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배송기사들 전체가 한 개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들어가서 쿠팡CLS로부터 업무 전달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쿠팡 사망 배송기사 고 정슬기 씨가 생전 쿠팡CLS 직원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슬기 씨가 파손된 상품 사진을 보내자 쿠팡CLS 직원이 상세한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 쿠팡CLS는 대리점과 계약을 맺었을 뿐 배송기사와는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니다. 업무를 지시할 권한이 없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원청 택배사업자는 위탁 배송대리점이 배송기사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조치와 보건조치를 잘 이행하는지 관리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쿠팡CLS는 배송기사들이 무리한 노동을 하지 않는지,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리점들의 규정 위반 행위를 방치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쿠팡 규정에 따르면, 1주일에 한 번은 쉬어야 하거든요. 이미 6일 일한 사람은 자신의 업무용 계정으로는 일할 수 없죠. 그런데 15일, 20일 연속 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업체(대리점)에서 편법을 쓰는 거죠. 먼저 타인의 계정을 만들어 캠프에 등록합니다. 등록해서 '이 사람이 근무 나갈 거다'라고 말해놓고 실제로는 기존 배송기사들한테 일을 나가라고 강요하죠. '당신이 책임질 수 있냐, 라우트(배송구역) 날아가면 어떻게 할 건데'라면서요. 이런 게 항상 적발되는 것도 아니고, 또 적발돼도 대리점들이 '다음번에는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페널티가 없어요. 보통은 경고로 끝납니다. 그러니까 또 하는 거죠.

A 씨 / 제주도 쿠팡 배송기사

정부 권고에도 '허울 뿐인 대책'... 이행해도 '산재 기준' 초과

결국 지난 8월 초 국토교통부가 쿠팡에 공문을 보내 고 정슬기 씨 등 배송기사 죽음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직접 권고하는 일까지 있었다. 같은 달 13일 쿠팡은 대책이라며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에서 쿠팡은 자신들이 '선진적인 업무 여건'을 만들어 왔으며, 이번 대책이 '업계 최초'로 '배송기사의 업무 부담을 낮추기 위한 획기적 방안'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대책은 바로 '야간 배송기사는 격주로 주 5일만 일을 시키겠다', '주간 배송기사도 1년에 최소 이틀 이상 더 쉬게 해주겠다'였다. 
취재진은 쿠팡의 '대책'이 정말 실효성이 있을지 따져 봤다. 고 정슬기 씨의 사례에 대입해봤다. 슬기 씨는 하루 약 10시간 일하며 그중 8시간이 야간노동(밤 10시 ~ 아침 6시)이었다. 과로 산업재해 판정 기준에 따르면, 야간노동 시간에는 30%를 가산해야 한다. 하루 근무시간이 약 12.4시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앞서 설명했듯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근무시간이 60시간 이상이면 거의 다 과로 산재로 인정된다. 주 6일이면 당연히 주당 74.4시간 근무니 기준을 가뿐히 넘긴다. 
쿠팡의 '대책'이 시행돼 격주로 번갈아 주 5·6일 일한다고 치면 어떨까.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68.2시간이다. 역시 과로 산재 기준을 훌쩍 초과한다. 
주간 배송기사도 하루 평균 약 11~12시간을 일한다면,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66~72시간이다. 쿠팡 대책대로 1년에 이틀 더 쉰다고해도 과로 산재 기준을 상회한다. 
배송기사 C 씨는 "야간 배송기사들은 1주일에 최소 3일은 쉬어야 버틸 수 있다. 또 그만큼 쉬어도 소득에 큰 문제가 없게 야간은 수수료도 높여줘야 한다. 그래야 기사들이 무리하지 않고, 쉬면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격주 5일제는 매우 보수적인 대책일 뿐이다. 다회전 배송, 프레시백 회수, 분류 작업, 클렌징 제도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압박 등을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송기사의 건강 악화 문제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쿠팡 배송기사 고 정슬기 씨 사망 후 국토교통부가 대책을 내놓으라고 권고하자 지난 8월 13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보도자료와 함께 대책을 발표했다. 야간 배송기사의 경우 격주로 5일만 일하게 해주고, 주간 배송기사는 1년에 최소 이틀 더 쉬게 해주겠다는 내용만 있었다. 분류 작업, 클렌징 제도, 근무 중 부족한 휴식 여건 등에 대한 개선책은 하나도 없었다. 

'쿠팡 청문회' 열릴까... 쿠팡, 뉴스타파 취재 '답변 거부'  

쿠팡의 '무성의한 대책'에 분노한 고 정슬기 씨 유가족은 지난 8월 22일, 쿠팡CLS와 경영진(횽용준, 김정현 대표이사)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는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가족을 대리하는 조혜진 변호사는 "고 정슬기 씨가 배송기사로 처음 돌아가신 분이 아니다. 작년에도 같은 일을 하다 과로로 돌아가신 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후 쿠팡CLS는 과로나 업무 부하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그냥 배송기사에게 '열심히 더 빨리 뛰어서 기한 내에 마감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한 것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원청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요구하는 안전보건 예방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고소에 대해 쿠팡은 지금까지 아무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22일, 쿠팡 사망 배송기사 고 정슬기 씨 유가족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경영진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 후 1달이 넘게 지났지만, 쿠팡은 아무 입장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지속적인 노동자 사망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하는데, 쿠팡은 매번 말로만 위기를 모면해 보려고 하지 않습니까. 쿠팡의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인데, 달랑 '격주로 이틀 쉬게 해주겠다'고만 하는 건 언론 플레이 아닙니까. 더 큰 문제는 쿠팡의 이러한 나쁜 기업 행태를 보고도 다 묵인하는 우리 사회입니다. 정부도 국회도 모르는 체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쿠팡이 저렇게 안하무인인 겁니다. 

정금석 씨 / 쿠팡 사망 배송기사 고 정슬기 씨 아버지
뉴스타파는 쿠팡과 유관한 국회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화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2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두 국회의원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환노위 소속인 민주당 박해철 의원은 "대한민국이 주 40시간 노동 체계이고, 야간 근무를 해도 최대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데 지금 쿠팡이 일하는 시스템을 본다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 심야 장시간 근로는 정말 목숨을 담보로 해서 일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쿠팡이 대다수 새벽배송을 책임지고 있고, 다른 곳은 미미하다. 쿠팡도 필요에 야간 근무를 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장시간 노동이 아닌 형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2021년 택배업계가 체결한 사회적 합의의 가장 큰 내용 중 하나가 배송기사들은 배송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쿠팡에서도 분류 작업이 없어져야 배송기사들의 업무 강도가 줄어들 수 있다. 또 생활물류서비스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는 위탁 계약을 해지하지 못 하게 돼 있다. 클렌징 제도는 이를 어긴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정부가 쿠팡CLS의 사회적 합의 참여를 강력히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합의 체결 당시인 2021년 쿠팡은 자기들은 거의 직고용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지금은 달라졌죠. 쿠팡 친구라고 하는 직고용 배송기사는 전체의 25%밖에 안 되고, 75% 정도는 위탁 배송기사들입니다. 더 이상 사회적 합의에 쿠팡이 빠질 이유가 없어요. 물론 사회적 합의가 강제적인 건 아니고, 그러니까 안 들어오는 거겠죠. 결국 국토부나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권유하거나 또 이끌어야 하는데, 국토부나 노동부가 그걸 아직 안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송기헌 / 국회의원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현재(9월 30일) 기준, 국토위는 오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배송기사 과로사 의혹과 관련해 쿠팡CLS 홍용준 대표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환노위는 홍 대표의 증인 채택 여부를 논의 중이다. 한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은 "쿠팡은 이번 국감에서 크게 다뤄질 것 같다. 많은 의원실에서 질의를 준비 중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쿠팡 사망 노동자 유가족들과 노동조합은 국감뿐 아니라 쿠팡만을 대상으로 한 국회 청문회도 열어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그래야 쿠팡의 변화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 개입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환노위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은 "10월 국감에서 쿠팡과 국토부, 노동부의 답변 내용, 의지 등을 확인해 본 뒤 청문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본사 건물 앞에는 쿠팡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건을 알리는 전시물이 설치돼 있다. 사망 건별로 영정 형태로 만들어졌다. 전시물은 총 20개다. 
뉴스타파는 쿠팡CLS 측에 질의서를 보내 ▲배송기사들에게 분류 작업을 시키는 이유 ▲클렌징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 ▲렌징 기준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 ▲고 정슬기 씨 사망 사건에 대한 입장 ▲배송기사들의 사망이 쿠팡CLS 배송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는 지적에 대한 의견 등을 물었다.
지난 26일, 쿠팡CLS는 아무 설명 없이 보도자료 4건만 보내왔다. 한 건은 이미 앞서 냈던 '격주 5일제' 추진 보도자료였다. 다른 두 건은 택배 분류인력 직고용을 추진하고, 배송기사들의 건강검진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지막 한 건은 물류센터 시설에 대한 것으로 취재진 질의와 완전 무관했다. 해당 보도자료 4건을 아무리 살펴도 뉴스타파 질문에 대한 설명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은 전무했다. 취재진은 '쿠팡CLS가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고 판단했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조원일
영상취재김희주 이상찬 오준식 신영철
편집장주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