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이화영 회유' 뒷받침 증언 "검사가 좋은 일 생길 거라 말해"

2024년 06월 03일 10시 51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수사방향에 부합하도록 진술을 바꾸라고 회유했다'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관련자의 증언을 뉴스타파가 확보했다. 증언자는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이다. 신 전 국장은 경기도의 대북 사업 실무 전반을 지휘한 책임자다. 지난해 대북송금 사건과 별개인 경기도 대북 사업 보조금 관련 사건으로 구속됐다 풀려났다.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검사가 이화영 만나게 한 후, 진술 바꾸라 권유" 

신 전 국장은 지난 1일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검사의 요청으로 세 차례 수원지검에 출정해서 이화영 부지사를 만났다"면서 "당시 이화영 부지사가 '지금 이렇게 가다가는 내 주위 사람 모두 죽겠다. 내가 진술을 바꿀테니, 당신도 진술을 바꿔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신 전 국장은 검사의 회유와 압박을 직접 받기도 했다고도 말했다. "검사가 처음엔 이화영 부지사와 둘이 만나게 했는데, 나중에는 검사도 내게 그에 맞춰서 진술을 바꾸라고 회유했다. 진술을 바꾸면 당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란 취지의 말도 했다"는 게 신 전 국장의 주장이다. 여기서 '좋은 일'이란 신 전 국장에 대한 석방을 뜻한다.
그는 또 이 전 부지사를 검찰에서 세 차례 만난 날짜를 모두 적어놓은 쪽지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뉴스타파에 자신이 구치소에서 적은 문건 3장을 제시했다. 제목은 '방북 추진 관련 신명섭의 입장'이다.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이 지난해 7월경 구치소에서 작성한 자필 문건 1쪽.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이 지난해 7월경 구치소에서 작성한 자필 문건 2쪽. 

구치소에서 적은 문건에 수원지검 출정 날짜 3개 정확히 지목

문건 2쪽에서 신 전 국장은 ▲경기도 대표단의 방북 추진과 쌍방울의 대북 송금은 전혀 무관하고 ▲오직 쌍방울 임직원과 안부수(아태협 회장)의 증언만이 관련 증거라고 적었다. 또 문건 3쪽에는 검사가 검찰청으로 자신을 불러 이화영을 만나게 하거나 진술을 회유한 3개의 날짜로 ▲2018년 6월 18일 ▲2018년 6월 21일 ▲2018년 7월 21일을 특정했다.
이어 ▲(6월 18일) 이전에도 (회유가) 한두 차례 더 있었음 ▲(이화영) 자신의 (공직) 퇴임 즈음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보고한 기억이 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하겠다?)고 말함  ▲ 내가 진술한(하겠다고 한) 내용이 사실이냐고 물으니 이화영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함. 거짓 진술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본인의 진술 여부와 상관없이 이재명 지사는 기소될 것이고, 위에 언급한 진술로는 이재명 지사의 유죄를 입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 ▲재판은 어차피 매우 길게 진행될 것이고, 정세의 변화에 따라 관련 진술을 바꿔 진실을 밝히겠다고 언급함이란 내용들이 확인된다.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이 지난해 7월경 구치소에서 작성한 자필 문건 3쪽. 

이화영 측 '검찰의 조직적 회유' 뒷받침하는 신 전 국장의 증언 

이화영 전 부지사는 당초 쌍방울이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 비용을 대신 내준 사실이 없고, 이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6월초부터 진술을 번복했다. 쌍방울이 경기도의 대북 사업 비용을 대납한 것도 사실이고, 이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도 모두 보고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는 재판 과정에서 다시 진술을 뒤집고 원점으로 돌아온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 측은 수원지검 담당 검사가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 방용철 부회장 등과 자신을 여러 차례 만나게 했고, 그 자리에서 연어회를 곁들인 술판까지 벌이면서 진술을 바꾸기 위한 조직적인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청 CCTV, 연어회와 주류 구매 내역 등 일련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물증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북송금 사건의 내막을 잘 알 만한 위치에 있었던 신명섭 전 국장까지 '검사의 회유와 압박'을 추가로 폭로하면서 앞으로 진실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신 전 국장은 지난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위증죄로 나를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동안은 불이익을 받을까봐 말을 하지 못했다"면서 "뉴스타파가 국정원 비밀 문건을 보도했고, 민주당이 대북송금 특검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폭로 배경을 설명했다. 

뉴스타파 국정원 문건 보도로 촉발된 '대북송금 특검법' 오늘 발의

더불어민주당은 오늘(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성태 대북송금 관련 이화영·김성태에 대한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 내용은 ▲대북송금 사건 등에 대한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 ▲검찰이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회유했다는 의혹 ▲김 전 회장과 검찰의 구형 거래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것이다. 
뉴스타파가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첩보를 담은 국정원 비밀 문건을 전격 공개하면서, 검찰이 선택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재판부에 제출한 의혹이 포착됐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국정원 문건에 대해선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고, 법원에 증인으로 부른 국정원 요원은 단 한 명뿐이었다. 법정에 선 블랙요원 김 씨는 검사가 원하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증인 신문이 비공개로 진행돼 언론은 이런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검찰이 법과 원칙대로 공정하게 수사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