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법카 논란의 ‘한우집’서 1000만 원 후원 받았다

2024년 06월 03일 16시 19분

지난해 7월, 뉴스타파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국민 세금인 업무추진비를 쓰면서 정부 예산 공통 지침을 어긴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기된 업무추진비 지침 위반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윤석열, 한우집에서 쪼개기 결제·근무지 이탈 등 법카 사용 지침 위반 의혹

▲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쓴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자료. 윤 대통령은 2017년 10월, 경기도 성남 수정구의 한우집에서 100만 원 가까이 술과 밥을 먹고, 각각 48만 원과 49만 원씩 두 번에 나눠 결제했다.
첫째, 법인카드 쪼개기 결제다. 윤 대통령은 2017년 10월, 성남 수정구의 한우집에서 100만 원 가까이 술과 밥을 먹고, 각각 48만 원과 49만 원씩 두 번에 나눠 결제했다. ‘쪼개기 결제’ 행위는 한 번에 50만 원 이상 결제할 때 참석자의 소속과 성명을 반드시 남기도록 한 기획재정부 예산 지침을 피하기 위한 ‘꼼수’다. 공직자들에 대한 감사원 감사 때마다 기본으로 적발되는 위반 사례다.  
실제로 2019년 3월, 감사원은 법무부 법무실 직원들이 간담회 명목으로 72만 원을 쓴 뒤, 각각 45만 원과 27만 원씩 쪼개 결제하는 수법으로 간담회 참석 명단을 남기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이런 식의 카드 쪼개기 행위가 ‘세금 집행의 투명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에서 회식하고도 사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근무지에서 차로 30분 넘는 거리에 있는 경기도 성남 수정구 청계산의 한우집에서 부하 검사들과 회식했다.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모두 여섯 번 회식하고, 세금 943만 원을 썼다. 윤 대통령은 성남 한우집에 한 번 올 때마다 157만 원꼴로 회식을 한 것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집행 지침에 따르면 근무지와 무관한 곳에서 업무추진비를 쓸 때는 그 불가피성을 입증하는 출장명령서나 품의서 등 사유서를 반드시 남겨야 한다. 무분별한 근무지 이탈 회식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어떠한 증빙 자료도 남기지 않았다. 
2019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성남 한우집에서 회식했던 강진구 전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은 지난해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때, ‘지역 제한 지침’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당시 윤석열 지검장의 회식 장소가 “서울인지, 성남인지 판단 못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법카 위반 논란 비켜간 한동훈, “사적 사용 아니다”는 답변만

▲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근무지에서 차로 30분 넘는 거리에 있는 경기도 성남 수정구 청계산의 한우집에서 부하 검사들과 회식했다.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모두 여섯 번 회식하고, 세금 943만 원을 썼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법카 사용 위반 의혹을 둘러싸고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근무지를 이탈해 회식하고도 사유서를 작성하지 않고, 쪼개기 결제하는 등 정부 예산 사용 지침을 위반한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해 갔다. 
□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48만 원, 49만 원 쪼개기 결제를 했더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확인하신 게 있습니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 : 제가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까 말씀하신 그 고깃집 말씀드리면 거기가 서초구에서 한 50m 떨어진 접경지역이었던 것 같고요.
□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성남 말입니까?
■ 한동훈 법무부 장관 : 예, 성남입니다. 굉장히 다른 도시에 갔다 이런 것은 조금 그런 인상을 주기 위한 말씀 같고 실제로는 그 근처라는 말씀 드리고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2023.07.26)
대신, 한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성남 한우집 회식이 ‘사적 사용은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으며, 업무추진비 지침 위반 논점을 교묘하게 비껴갔다.
어떤 누가 개인적으로 가족이 소고기 사 먹고, 초밥 사 먹고 이런 게 아니거든요. 공직자들이 공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것이다라는 말씀 드립니다. 지금 어디 놀러 가서 골프 치고, 요트 타고 이런 것 말하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2023.07.26)에서 한동훈 전 장관의 발언
한동훈 전 장관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업무추진비 지침 위반 의혹의 장소인 성남 한우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2019년 3월 29일, 당시 윤석열 지검장은 ‘검사장님 주재 3차장검사 산하 만찬 간담회’ 명목으로 총 250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는데, 회식 장소가 바로 성남 한우집이었다. 그리고 당시 만찬의 대상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바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다. 

한동훈의 ‘회피성 답변’ 되풀이한 권익위, '대통령 예산지침위반 의혹'  조사 의지있나

▲ 더불어민주당 측은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법카 사용에 대한 지침 위반 의혹이 드러났는데도, 권익위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이의신청을 내 추가 조사를 촉구했다.
한동훈 전 장관의 교묘한 회피성 답변은 1년 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발표에서도 그대로 답습됐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 대통령의 업무추진비 지침 위반을 조사해 달라고 국민권익위에 신고했다.
여섯 달이 지난 지난달 13일, 권익위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권익위는 1년 전 한동훈 전 장관의 답변처럼, 사적 사용이 아니어서 공무원 윤리강령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업무추진비 예산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거나 본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여 소속 기관에 손해를 끼치는 등의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금지하는 위반 상황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2024.5.13.) 
권익위가 조사했어야 할 핵심 사안은 ‘법카 사적 사용’도 아니었고,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여부도 아니었다. 당시 윤 대통령의 법카 쪼개기 결제와 근무지 이탈 회식 행위가 기획재정부가 정한 업무추진비 공통 지침을 위반했는가 여부였다. 하지만 권익위는 업무추진비 지침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공무원 행동강령의 위반은 아니라는 발표만 한 것이다.  
권익위의 석연치 않은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뉴스타파는 권익위에 질의서를 보내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예산 지침을 위반한 것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이번에도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권익위는 “신고 사건의 구체적인 사항은 법령상 비밀누설 금지 등에 따라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며 “브리핑 내용을 참고해 달라”고 밝혔다. 국민권익위가 대통령의 업무추진비 지침 위반을 제대로 조사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법카 사용에 대한 의혹이 드러났는데도, 권익위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이의신청을 내 추가 조사를 촉구했다. 

‘법카 논란’ 성남 한우집 사장, 2021년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1천만 원 후원

▲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고 대선 후보로 나섰던 2021년 7월, 성남 한우집 사장 박 모 씨가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1천만 원을 후원한 내역이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법카 사용 위반 논란이 된 한우집 사장과 ‘단골 손님’ 관계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섰던 2021년 7월, 성남 한우집 사장 박 모 씨가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1천만 원을 후원한 내역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낸 고액 후원자 명단 중에는 주소지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청계산로’로 적은 박 모 씨가 있다. 박 씨는 2021년 7월 26일, 윤석열 후보에게 1,000만 원을 후원했다. 박 씨는 직업란에는 ‘회사원’이라고 적었지만, 확인해 보니 윤 대통령 법카 사용 논란의 그 성남 한우집 사장으로 파악됐다. 
정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근무지를 이탈해 카드 쪼개기 결제하는 등 업무추진비를 쓰면서 한우집의 사장으로부터 1천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이다. 1천만 원은 대통령 후보에게 후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박 씨는 대체 윤석열 대통령과 어떤 사이였기에 고액 후원을 한 걸까. 뉴스타파는 성남 한우집을 찾아갔으나 박 씨가 해외에 나가 있어, 그를 만나지 못했다. 며칠 뒤, 다시 연락했지만, 박 씨는 계속 해외에 머물렀고, 후원 사유 등에 대해 듣지 못했다.
제작진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촬영 기자신영철
편집 기자박서영
디자인이도현
CG정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