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2014년 02월 19일 19시 57분

2013년 12월 10일 고려대학교 게시판에 나붙은, 손으로 쓴 두 장짜리 대자보.

너무나 평범한 문장 '안녕하십니까?'로 시작되는 이 내용에 전국의 수많은 대학생들은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답을 함으로써 '안녕 신드롬'이 시작됐다.

안녕하십니까

사실 IMF 외환위기 이후 세대로서 부모들이 한 순간에 직장을 잃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거나, 혹은 그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란 지금의 20대는 대학입학-취업-결혼, 그리고 주택마련으로 이어지는 '한국적 생계의 레일' 위에서 절대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강박 속에서 자랐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사회 문제에 대해 저항하는 모습보다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 스펙을 쌓고 영어 공부에 몰두해 왔던 것.

하지만 갈수록 가중되는 취업난과, 졸업과 동시에 빚더미를 떠안게 되는 학자금 대출, 그리고 학업과 거의 같은 비중을 차지해 버린 일용직 아르바이트에 짓눌려 세상에서 요구하는 '인재'가 되더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려워진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럼에도 기성세대들은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상투적인 말로 오히려 열정을 종용하고, 예외적 성공담을 일반화한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을 젊은이들에게 강요하는 등, 이들의 현실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아무리 노력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불공정한 세상은 그대로 둔 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직간접적으로 탓했던 것.

공정한 경쟁의 환상을 믿으며 안녕하게 잘 살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신드롬은 바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더 이상 세상이 강요하는 대로 살지 않겠다는 20대 젊은이들의 소박하지만 진지한 성찰이다. 자신의 안녕만을 위해 타인의 고통에 침묵했던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의 불공정에 침묵했던 자신을 성찰하며, 무엇보다 그렇게 스스로를 속여 왔던 자기 자신의 삶이 결코 '안녕하지 않다는 것'을 성찰한 것.

이는 개인의 안녕이 사회의 안녕 없이는 결코 보장되어질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젊은이들 스스로가 깨달은 것으로 사회와 개인을 분리시켜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는 '불온'한 것이고, 개인의 욕망과 성공에 치중하는 것이 '온건'한 것이라는 식의 대한민국 주류 사회의 전통적인 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되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비록 대자보라는 매우 온건한 형태로 표출되어진 것이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위가 아니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명백한 '인식의 전환'이며, 인식의 전환은 쉽게 이루어지지도 않지만 쉽게 되돌려지지도 않는다는 점에 본 영상은 주목하고 있다.

현실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프로파간다로서의 '인식'이나 '가치'를 활용했던, 그리고 그 목표가 이루어지면 인식과 가치를 쉽게 폐기했던 기성세대는 그런 면에서 '안녕하십니까' 신드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으며, 김무성 의원의 대자보는 그러한 맥락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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