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의

"김기현 형제 의혹, 검찰이 먼저 수사"...'30억 계약' 울산건설업자 증언

2019년 12월 12일 19시 35분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논란의 시작점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형제의 ‘30억 원 용역계약서’를 검찰이 경찰보다 먼저 확보해 수사했었다는 주장이 사건 당사자를 통해 나왔다. 울산경찰청이 이 사건을 수사하기 1년여 전인 2016년, 울산지검이 이미 이 사건을 인지해 관련자를 조사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2014년 3월 김 전 시장의 동생 김삼현 씨와 ‘30억 용역계약’을 체결했던 울산지역 건설업자 김흥태(55) 씨는 최근 뉴스타파와 가진 첫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의 배경과 진행 과정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씨는 울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2016년 6월경 울산지검에서 먼저 연락을 해 왔고, 30억 원 용역계약서 문제로 5번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 계약서도 제출했다. 하지만 담당검사가 서울로 떠나면서 사건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시장 동생 김삼현 씨와 맺은 ‘30억 용역계약서’는 김 씨로부터 울산시장 당선이 유력했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도움을 약속받고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흥태 씨가 김 전 시장 동생과 용역계약을 맺은 시점은 제6대 지방선거가 있기 3달 전인 2014년 3월 26일이었다.  

김흥태 씨의 주장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직전 문재인 청와대가 제공한 첩보를 바탕으로 경찰이 김 전 시장 형제 수사에 나섰다는, 자유한국당 등이 주장하는 이른바 ‘하명수사’ 주장과 배치된다. 오히려 경찰보다 앞서 ‘30억 계약서’ 실물 등 범죄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섰던 검찰이 왜 사건을 흐지부지 처리했는지에 의문이 생긴다. 경찰이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한 것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1년이나 지난 2017년 하반기, 김흥태 씨가 울산경찰청에 수사의뢰를 한 뒤였다.   

2014년 3월, 울산지역 건설업자인 김흥태 씨는 자신이 추진하다 다른 사업자에게 넘어간 아파트 사업권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울산시장 당선이 유력시되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동생과 ‘30억 용역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 제목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roject Management) 용역계약서’. 김삼현 씨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이나 분양사업을 도우면 김흥태 씨가 그 대가로 김삼현 씨에게 대출 발생 즉시 30억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 2014년 3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동생 김삼현 씨와 ‘30억 용역계약서’를 체결했던 울산 건설업자 김흥태 씨. 뉴스타파는 최근 울산에서 김 씨와 두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기현 도움 바라고 맺은 30억 용역계약”...울산건설업자 주장 

뉴스타파가 김 전 시장 형제 비리 의혹에 등장하는 건설업자 김흥태 씨를 처음 만난 건 지난 12월 7일이다. 울산의 모처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 씨는 먼저 자신과 관련된 사건이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내 사건은 한마디로 인권탄압이고 별건수사, 기획수사다.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와 시스템이 똑같다.

김흥태 세븐앤세븐 대표 ('30억 계약' 당사자)

취재진은 이틀 후인 12월 9일, 김흥태 씨를 울산에서 다시 만나 정식인터뷰를 진행했다.  

울산에서 오랫동안 건설업에 종사해 온 김흥태 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아파트 건설사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김삼현 씨에게 30억 원을 지급한다는 계약을 했지만 “이 계약을 맺은 건 김 전 시장의 동생 김삼현 씨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다. “울산시장 당선이 유력했던 김기현 당시 후보의 도움을 기대”하고 30억 원 지급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김삼현(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 씨를 보고 계약서를 맺은 게 아니다. 계약서에 있는 PF대출이나 분양사업은 김삼현 씨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자기들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본인들도 잘 안다. 이 계약은 김삼현의 형인 김기현 씨가 울산시장이 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맺게 된 것이다.

김흥태 세븐앤세븐 대표 ('30억 계약' 당사자)

아파트사업 편의를 봐주고 그 대가로 30억 원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김흥태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계약을 맺은 김삼현 씨는 공무원의 직무에 부당하게 관여하기로 약속한 경우에 해당돼 변호사법 위반이나 알선수재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2017년 하반기 경찰이 이 사건을 수사한 이유다.  

“2016년 검찰이 먼저 수사”...변호사법 위반・알선수재 의혹 

인터뷰 도중 김흥태 씨는 그 동안 알려지지 않은 얘기도 꺼냈다. 하명수사 의혹의 시작점이 된 김기현 전 울산시장 형제와 관련된 비리 첩보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청와대나 경찰이 아닌 검찰에 먼저 접수됐고 이미 2016년에 실제 수사가 상당부분 진행됐다는 것이다. 김흥태 씨는 “검찰이 먼저 자신에게 연락해 와 수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검사가 먼저 연락을 했다. ‘30억 계약서를 가지고 검찰로 들어와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강OO 검사를 처음 만났다. 그렇게 수사가 시작됐고, 그 과정에서 내 사건과 관련된 고소장도 추가로 제출했다. 부당한 부분,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해서 잘 설명드렸다.

김흥태 세븐앤세븐 대표 ('30억 계약' 당사자)

하지만 수사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김흥태 씨는 “사건을 담당하던 검사가 울산지검을 떠나면서 사건이 사라졌다. 종결된 것인지, 내사처리된 건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울산지검에서 사건이 흐지부지된 뒤인 2017년 하반기, 김흥태 씨는 이 사건을 울산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이 수사한 지 1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김 씨는 “2016년에는 검찰이 먼저 불러 수사가 시작됐고, 2017년에는 내가 먼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김흥태 씨가 주장하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 시작 시점은 청와대와 경찰이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할 목적으로 첩보까지 주고받으면서 표적 수사를 벌인 것이라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나 자유한국당의 주장과는 크게 다른 내용이다. 이른바 ‘하명수사 의혹’이 큰 논란이 되고 있지만 검찰도 2016년에 이미 ‘30억 계약’ 사건을 경찰보다 먼저 수사했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없다.

김기현 전 시장, “관계기관서 내사했지만 무혐의 종결된 사안”

뉴스타파는 2016년 울산지검 재직 당시 ‘30억 계약’ 사건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중앙지검 강OO 검사에게 연락해 사건 경위를 물었다. 하지만 강 검사는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뉴스타파와의 전화통화에서 “2016년에 검찰이 ‘30억 계약’ 문제를 수사한 사실은 모른다. 다만 김흥태 씨가 여러 곳에 진정서를 내서 관계부서에서 내사를 진행했지만, 무혐의 종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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