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2021년,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의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면서 첫 정치행보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2021년 6월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이회영의 손자인 이종찬. (출처:중앙일보 유튜브 채널)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장소 역시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입니다. 출마 선언식장의 뒷배경에는 그를 상징했던 ‘공정과 상식’이란 큼직한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불과 3년이 지난 2024년 현재 시점에서 뉴라이트와 건국절 논란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가 우당 이회영이나 매헌 윤봉길과 썩 어울린다고 보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 윤석열을 상징하는 단어 역시 더 이상 ‘공정과 상식’은 아닌 듯 합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을 상징하는 단어는 누가 뭐래도 ‘자유’, ‘자유민주주의’같은 것들일 것입니다.
대통령의 공식 연설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꼽히는 취임사와 3·1절 기념사, 8·15 광복절 기념사를 워드클라우드 프로그램을 이용해 분석해보니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문에서는 예외없이 ‘자유’란 단어가 압도적인 빈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3년 간 8·15 광복절 기념사를 취합해 상위 20개 단어로 만든 워드클라우드(TF-IDF 분석)
이같은 현상은 기념사마다 핵심 키워드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던 이전의 대통령들과 확연히 비교되는 지점입니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대통령 연설문 업무를 담당했던 신동호 전 비서관은 “연설문에는 대통령의 생각이 온전하게 100% 담길 수밖에 없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념적인 의미로 ‘자유’란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구시대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란 단어를 사용해 연설에서 되풀이하는 논리와 거의 싱크로율 100%인 논리를 자주 설파하는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뉴라이트 인사들과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 집단입니다.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대한민국은 성장과 번영을 이루었고 전체주의 체제를 이어온 북한은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활개치고 있다’는 요지로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연설은 자유통일당의 다음과 같은 홍보영상(2024년 8월 21일 영상) 문구와 맥락이 거의 똑같았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했고 북한은 공산주의를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똑같은 70년을 살아보니 북한은 거지 나라가 되고 우리는 세계 10대 강국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민노총, 전교조, 좌파시민단체, 주사파, 야당을 총동원하여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체제를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자유통일당은 ‘광화문 태극기 부대’로 유명한 전광훈 목사가 만든 정당입입니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로 위장’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보장하는 자유를 이용해 체제를 타도하려한다’는 식의 윤 대통령 발언도 뉴라이트 인사들의 발언과 거의 같습니다.
이에 대해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대통령의 말은 뉴라이트의 가장 퇴화된 버전 아니면 가장 저열한 수준의 아스팔트 보수 수준”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고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과 같은 철학과 인식을 공유하는 인사들을 공직에 등용한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김문수-이영훈(반일종족주의 저자), 김문수-전광훈 목사, 윤석열 대통령-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교과서포럼 같은 뉴라이트 단체 출신인 김영호 통일부장관과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등용에 이어 '아스팔트 보수'의 대부로 불리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와 함께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나섰던 김문수 씨를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적 지향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번 주간 뉴스타파에서는 대통령과 뉴라이트, 그리고 극우 성향의 아스팔트 보수가 어떻게 인적으로, 이념적으로 결합돼 있는지 살펴보고 이들이 앞으로 공적 영역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점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