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고] 뉴스타파 강제수사, 한국 검찰과 윤 대통령의 어리석음

2023년 09월 25일 13시 51분

윤석열 정부의 뉴스타파 탄압, 언론 장악 시도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협업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탄사(Tansa)'의 편집장이 지난 23일 윤석열 정부와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를 규탄하고, 뉴스타파에 지지를 보내는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최대한 원문 의미대로 번역해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편집자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2023 글로벌탐사보도총회'(Global Investigative Journalism Conference·GIJC)에는 세계 각국의 저널리스트들이 코로나19 사태의 틈바구니에서 옛 정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2017년 비영리 탐사보도언론 탄사 Tansa의 전신인 '와세다크로니클'을 창간한 이래로 필자는 특히 아시아 언론인들과 친분을 쌓아 왔고, 저널리즘에 대한 변함 없는 열정을 서로 확인했다.
그런데 한 명, 오기로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 뉴스타파의 김용진 대표다.
내가 김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1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GIJC와는 또 다른 탐사보도 총회에 참가했을 때였다. 당시 나는 아직 아사히신문 기자였고, 김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탄압에 맞서 KBS를 그만두고 이미 뉴스타파를 운영하고 있었다. 뉴스타파는 4만 명의 기부 회원들이 후원하는 비영리 독립 탐사보도 단체다. 나는 뉴스타파에 영감을 받아 와세다크로니클을 창간했다. "돈 걱정하지 말고 일단 기사부터 내고 시작하면 시민들이 응원해줄 거야"라고 나를 격려해준 것도 김 대표였다.
김 대표가 예테보리 GIJC에 오지 못한 이유는 바로 9일 전 일어난 사건 때문이었다.
9월 14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뉴스타파 사무실과 기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한국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둔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가 검사 시절 도시개발 관련 대출 브로커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고 혐의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보도가 허위이며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강제수사를 벌였다.
검사와 수사관 20여 명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뉴스타파 사무실에 들어왔다. 기자의 집에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고 기자가 집을 나서는 순간 검사 등 8명이 들이닥쳤다.
현직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검찰이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이고, 그 권력을 언론이 항상 감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을 이유로 강제수사를 하는 것은 마치 독재국가와 같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전직 검찰총장이다. 정치와 검찰의 유착이 의심되는 구도 속에서 자신의 명예훼손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일을 하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는 것은 필연적이다.

시민이 보내온 김밥

나는 윤 대통령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뉴스타파는 그동안 검찰의 수사 방식과 윤 대통령의 스캔들을 추적해 왔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매스미디어의 검찰에 대한 비판은 약했고, 탐사보도로 검찰을 몰아붙여온 뉴스타파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물론 자신들의 보도에서 반성할 점이 있다면 취재와 편집 과정을 검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언론 탄압에 맞서는 투쟁은 별개다. 국가가 자신의 권력을 남용해 언론사를 무너뜨리려 할 때 한 발짝도 물러서서는 안 된다.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를 지키기 위한 책무다.
이를 뉴스타파 구성원들은 잘 알고 있다. 강제수사를 하러 온 검사들 앞에서 대열을 지어 항의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도 뉴스타파의 리더로서 힘차게 항의 발언을 했다.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면 뉴스타파 구성원들은 전혀 움츠러들지 않았다.
예테보리 GIJC에 김 대표는 오지 못했지만, 뉴스타파에서 그를 제외하고는 예정대로 참가했다. 나는 이번 탄압에 대해 카메라 인터뷰를 통해 이 칼럼에 쓰고 있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한국어로 전했다.
"뉴스타파는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한국의 여러분, 부디 뉴스타파를 응원해 주세요."
예테보리에서의 마지막 밤인 22일, 뉴스타파 일원 8명과 Tansa의 4명이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뉴스타파의 이명주 기자는 검찰의 강제수사 이후 시민들이 뉴스타파에 보내온 격려의 메시지를 스마트폰으로 보여주었다. 시민들은 메시지뿐 아니라 김밥, 과자, 영양음료도 보내온다고 한다. 후원회원은 하루 만에 100명이 늘었다.
시민들의 응원이 끊이는 일 없이, 윤 대통령과 검찰을 되받아칠 수 있는 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Tansa도 힘이 닿는 데까지 뉴스타파를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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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Tansa>는 2017년 2월 와세다대학 저널리즘 연구소의 프로젝트인 비영리 탐사보도 언론 '와세다 크로니클'이라는 이름을 걸고 창간했습니다. 2021년 '도쿄 탐사 뉴스룸 탄사(Tokyo Investigative Newsroom Tansa)', 줄여서 <Tansa>로 매체명을 바꾸고 국내외 탐사보도, 저널리스트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수준 높은 탐사보도로 일본 외국특파원협회가 주는 '보도의 자유 추진상', 2022년 미디어·앰비셔스 대상 '활자부문 우수상' 등 유수의 언론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 90개국, 240여개 탐사보도 조직이 모인 '글로벌 탐사보도 네트워크'(GIJN)에 일본 유일의 회원사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작진
기고와타나베 마코토 / Tansa 편집장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