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겸직... 시의원의 이중 생활

2022년 05월 06일 15시 32분

경북 영주시의회 김병기 의원은 영주시에서 매년 수억 원대의 수의 계약을 따낸 업체의 부사장 자리를 겸직하고 있다. 또 영천시의회 이영기 의원은 공직자 재산신고 때 비상장 기업의 대주주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영천시에서 4억 원이 넘는 수의계약을 따냈다.  
이들이 현직 시의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것은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

겸직신고에는 직원, 실제로는 총괄 부사장으로 근무  

김병기 영주시의원은 지난 2018년 당선된 뒤 시의회에 겸직신고서를 제출했다. 그의 겸직신고서에는 고려아스콘이라는 업체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매달 250만 원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와있다. 
김병기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은 임원이 아니어서 행동강령 위반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겸직신고를 한 다른 의원들과는 달리 김병기 의원이 재직중인 고려아스콘은 영주시의 계약 체결 제한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김병기 의원은 지난 2016년 6월 직원이 아니라 영업과 공정 관리 전반을 담당하는 총괄 부사장으로 입사했다. 고려아스콘의 수의 계약 금액은 김병기 부사장이 시의원에 당선된 뒤 크게 늘었다. 
영주시청 계약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16년과 17년 연간 1억 원대인 고려아스콘의 수의계약 금액은 2019년과 20년 각각 3억 원대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수의계약 물량이 줄었지만 올해 4월말 현재 9,700만 원으로 해당 지역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김병기 부사장이 시의원에 당선되기 전인 2016년 1월부터 2018년 6월말까지 고려아스콘의 수의계약 점유율은 금액기준으로 17%였다. 하지만 시의원이 된 2018년 7월 이후 올해 4월 말까지의 점유율은 29%대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고려아스콘의 영업을 총괄하는 김병기 의원의 영향이 있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나온다. 

겸직 신고로 드러난 불법 수의 계약

경북 영천시의회 이영기 의원은 부국전력소방이라는 업체에서 월 200만 원을 받고 전기기술자로 일한다며 겸직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영기 의원은 전기기술자로 일한 것이 아니라 부국전력소방의 설립자였고, 지난해 8월 법인을 청산하기 전까지 회사 주식 전량을 가진 대주주였다.
지방계약법은 지방의원 본인과 아내, 직계존비속이 50% 이상 지분을 가진 회사가 해당 지자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을 맺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을 피하기 위해 이영기 의원은 공직자 재산신고 때 부국전력소방의 지분 보유 사실을 숨겼다. 이영기 의원의 재직기간 동안 부국전력소방은 영주시로부터 49건, 4억8000여만 원 상당의 전기공사 계약을 따냈다. 대부분 수의계약 방식이었다.  
이에 대해 영천시청은 "수의계약 배제 사유가 되는데 계약을 했다면 부정당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수의계약할 때 시의원과의 관계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기 의원은 "이만희 (국회)의원의 선거운동을 위해 1년 반 정도 따라 다녔고,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대표이사 명의를 아내로 바꿨다가 당시 시의원 신분이 아니었지만 이해충돌방지법을 의식해 친동생 앞으로 다시 넘겼다"고 말했다. 
제작진
촬영김기철, 이상찬, 신영철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연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