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님'의 빈자리와 1,621일 만의 청문회

2024년 07월 26일 21시 40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오늘(2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과 관련한 2차 국회 청문회를 열고,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을 집중 심리했다. 지난 2020년 2월 17일 뉴스타파가 주가 조작 사건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정황을 첫 보도한 지 1,621일만이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상당수 증인들은 사유서도 내지 않고 무단으로 불출석했고, “불법 청문회”라며 청문회 자체를 반대했던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 부부를 옹호하기에 급급했다. 

김건희 여사 포함 증인 18명 불출석

국회 법사위가 이날 출석을 요구한 증인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채 해병 사망 사건 등의 핵심관계자 24명이었다. 그러나 출석한 증인은 모두 6명에 그쳤다. 무려 143만 명의 국민이 앞서 언급된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윤 대통령을 탄핵해 달라며 제출한 청원의 심사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절반이 훌쩍 넘는 이들이 불참한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등 국회에 나오지 않은 상당수 증인은 불출석 사유서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 경호처 별관으로 검사들을 불러 피의자 조사를 받아 ‘황제 조사’ 논란을 부른 김건희 여사 역시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무단 불출석했다. 

여당 의원들의 대통령 부부 옹호와 황당한 질의

지난주 열린 탄핵 청원 관련 1차 청문회를 막기 위해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몸싸움을 벌였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도 “불법 청문회”라며 청문회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으면서도, 본인의 발언 기회가 오면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적극 옹호했다. 
■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 이런 청문회를 계속해야 됩니까?
□ 정청래 법사위원장 : 송석준 의원님은 이 청문회가 불법 청문회라면 나가세요. 왜 본인은 불법을 같이 저지르는 공범 행위를 하고 있습니까?
■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 알겠습니다. 제가 그러면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과 관련한 2차 청문회 중 정청래 법사위원장과 송석준 의원간 대화 
또 다른 여당 의원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폭로한 최재영 목사를 상대로 엉뚱한 내용을 주장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황급히 철회하기도 했다. 
■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 최재영 증인, 혁명열사능 가서 참배하신 적 있죠? 이 사진이 맞는지 안 맞는지 답변하세요, 맞죠?
□ 최재영 목사 : 제 사진이 아닙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 사진 아닙니까?
■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 오른 쪽에 보세요
□ 최재영 목사 : 오른 쪽은 재북인사묘입니다. 혁명열사능이 전혀 아닙니다.
■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 아… 다른 데입니까?
□ 최재영 목사 : 대한민국의 국회 부의장 두 분, 국회의원 24명이 안장되고 초대 서울대 총장 이춘호 박사, 초대 고려대 총장 현상일 박사가 묻혀 있는 묘지입니다. 왜 혁명열사능이라고 왜곡을 하십니까?
■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 예 알겠습니다. 넘겨 주세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과 관련한 2차 청문회 중 유상범 의원과 최재영 목사와의 질의 응답

이종호 변호 경력 공수처 검사, 구명 로비 의혹 드러난 후에도 계속 직무

이날 청문회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송창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장 직무대행(부장검사)의 부적절한 직무 수행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송창진 부장검사는 채 해병 사망 사건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을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변호했던 이력이 최근 확인돼,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7월 4일 공수처는 공익 제보자로부터 대통령실에 임성근 사단장 구명을 위한 로비를 했다고 밝힌 이종호 씨의 증언이 담긴 녹음 파일을 입수해 조사 중이었다. 따라서 이종호 씨가 공수처가 담당한 수사 사건에 깊숙히 연루된 정황 증거가 나온 만큼, 이씨를 위해 변호를 해 주고 대가를 받은 송창진 검사는 그 즉시 관련 직무에서 배제되는 것이 상식적인 절차였다. 그러나 송창진 검사가 직무에서 배제된 것은 공수처가 이종호의 연루 정황 사실을 파악한 지 11일이 지난 7월 15일이었다. 열흘 넘게 수사 직무에 개입한 것이다.    
■ 송창진 공수처 부장검사 : 저희가 채 상병 사건 관련한 수사 외압과 관련해서도 수사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 그거 지금 공수처에서 수사 진행 중인 거 맞습니까?
■ 송창진 공수처 부장검사 : 제가 15일 이후에는 그 직무에서 배제가 됐었는데 그 전에는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과 관련한 2차 청문회 중 송창진 부장검사와 곽규택 의원간의 질의 응답
이날 청문회에서는 그동안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드러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내막과 이와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거짓말이 다시 한번 확인되기도 했다. 
□ 정청래 법사위원장 :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가 이렇게 얘기했어요. 주가조작 선수 이정필 씨에게 계좌를 맡겼던 2010년 1월부터 5월 사이에 미실현 손익만 계산한 것, 이렇게 했는데 이것도 허위죠? 
■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 정청래 법사위원장 :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캠프 이양수 수석대변인이 이렇게 얘기했어요. 선수 이 모 씨가 사 놓은 주식을 (김건희 여사가) 스스로 정리한 것 뿐이다. 이것도 허위 사실입니까?
■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 예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 정청래 법사위원장 : 어느 누구에게도 (김건희 여사의) 해당 계좌를 빌려준 사실이 없습니다. 이건 천 프로 거짓말이죠?
■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 그것은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도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과 관련한 2차 청문회 중 심인보 기자와 정청래 법사위원장간의 질의 응답
제작진
촬영신영철 이상찬
편집장주영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