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카르텔]③ 이진숙 ‘MBC 노조 와해 여론전’에 2억5천만 원 계약

2024년 07월 25일 05시 00분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24일 국회 과방위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후보자가 MBC 기획홍보본부장 시절이던  2012년 5월, 어뷰징 매체 위키트리 대표와 만나 ‘노조 비방’ 등 SNS 여론전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계약서와 제안서가 확인됐다. 당시는 MBC 노조가 총파업을 벌이고 있을 때다. 계약서 제목은 ’소셜 미디어 대응 용역 계약서’, 제안서의 제목은 ‘MBC 소셜 미디어 대응 자문 Proposal’이다. 제안서 우측 상단에는 ‘Confidential(기밀)’이라는 표기가 되어 있다.
위키트리 운영사의 지주회사 (주)소셜홀딩스가 MBC에 제출한 제안서 'MBC 소셜 미디어 대응 자문 Proposal' 첫 페이지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이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MBC는 2012년 5월, 소셜홀딩스(위키트리 지주회사)와 ‘소셜미디어 허브 구축’,  ‘실시간 대응 시스템 구축’, ‘상시적인 이슈 대응 플랫폼 운영’ 등을 실행하는 계약을 맺었다. MBC는 이 계약서를 2012년 5월 21일 결재했다. 
앞선 보도에서 공동취재팀은 ‘MBC가 2012년 김재철 사장 시절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을 통해 ‘노조 비방’ 목적으로 어뷰징 매체들과 계약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위키트리 대표였던 공훈의 씨는 지난 17일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이진숙 본부장을 만나 계약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위키트리와 MBC 김재철-이진숙이 맺은 계약서 : MBC 노조 와해 ‘공작’의 증거

이번 문건은 김재철-이진숙이 어뷰징 매체를 통해 MBC ‘노조 와해 공작’을 펼쳤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물증이다. 계약서에 명시된 위키트리의 용역 업무는 △소셜 미디어 전략 자문, △소셜 미디어 허브 구축, △실시간 대응 시스템 구축 및 운영, △상시적인 이슈 대응 플랫폼 운영 등 네 가지다. 상세 내용을 보면 “소셜미디어 상에 발생하는 MBC에 대한 우호적인 기회 및 치명적인 위기 요인을 실시간 포착하고, 그 민감도에 따라 적시에 정확한 대상에 대응” 등 ‘여론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재철 사장 및 이진숙 본부장 시절 MBC가 위키트리와 맺은 계약서 첫 페이지
‘여론 조성’을 하는 여러 방법도 위키트리 측이 제안서로 작성했다. 먼저 위키트리가 MBC 우호 트윗을 수집하면, MBC가 작성한 ‘대응’ 콘텐츠를 우호 트위터 계정 등으로 전파하는 방식이 있다. 또 이슈가 발생하면 MBC가 ‘대응’ 콘텐츠를 작성해 위키트리가 보유한 우호 트위터 계정에 전송하는 방법이 있고, 트위터에서 이슈가 발생하면 위키트리가 이슈 확산 속도를 측정하여 MBC에 알려 ‘대응’ 수준과 내용을 정해 ‘소셜 미디어 허브’에 전파하는 방법도 있다.
위키트리가 MBC에 제안한 ‘실시간 위기 대응 시스템’의 구조도 (제안서 발췌)

위키트리 계약금은 2억 5천만 원 규모

MBC와 위키트리가 맺은 계약서상 용역 대금은 총 2억 5000만 원 규모다. ‘소셜미디어 허브 구축’에 6000만 원, ‘실시간 대응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1억 원, ‘상시적인 이슈 대응 플랫폼 운영’에 9000만 원이다. 
하지만 계약은 한달만에 해지됐다. 공훈의 전 위키트리 대표는 “(MBC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와서 계약을 중도 해지했다”며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고, 착수금도 반환했다고 설명했다.
위키트리와의 계약이 중도 해지되자, 이진숙 본부장은 여론전을 펼칠 또 다른 어뷰징 매체인 폴리뷰의 편집국장을 찾아갔다. 취재를 종합하면, MBC와 폴리뷰 박한명 편집국장과의 계약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박 편집국장은 2012년 6월쯤 지인을 통해 이진숙이 건넨 노조 비방 자료를 전달 받았고, 2014년 4월과 11월에는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등을 만나 ‘여론전’을 모의했다. 이 과정은 2016년에야 공개된 6시간 분량의 ‘백종문 녹취록’에 담겨 있다.
어느날 전 원장님이 저를 불러갖고 저한테 그러시는 거예요. ‘야, 나 어저께 이진숙 본부장하고 MBC 사람들 만났다’ 이러는 거예요. 그런데 그 자료들을 봉투에다가 꽁꽁 싸가지고 이만큼을 주더라고요 저한테.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 팩트가 다르다. 니가 좀 보고 싸워줬으면 좋겠다’ (중략)
이진숙 본부장님한테는 제가 좀 말씀드렸고요. (중략)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은 프로그램을 외주를 좀 하나 주시면 저희가, 제가 직접 제작은 못하고요. 원거리에서 하는 자료라든지 이런 거를 할 수는 있을 테고.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발언 (‘백종문 녹취록’ 발췌)
이에 대해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012년 MBC 파업 당시, 위키트리와 있었던 계약 내용을 설명해달라”고 서면 질의하자 “언론노조 MBC본부의 장기파업으로 회사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언론 위기관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24일 국회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위키트리 등 여론전 기획과 관련한 공동취재팀의 질문에 "12년 전 일을 기억하려면 나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지금 물어보면 결례"라고 말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IN) 신상호(오마이뉴스) 박강수(한겨레신문) 기자 
제작진
언론장악 공동취재팀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시사IN 오마이뉴스 한겨레신문
취재박종화 연다혜 조원일(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박강수(한겨레)
촬영신영철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