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14년, 경기지방경찰청이 이강길과 조우형 등 대장동 업자들을 수사한 기록을 공개한다. 당시 경찰은 대장동 개발 시행사의 최초 대표인 이강길을 대출금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했다. 이 씨는 허위 용역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형태로 대출금을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이 등장한다. 조우형은 대장동 타운하우스 용역 설계를 명목으로 10억 3천만 원을 챙겼다. 이는 사실 부산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대장동에 1,805억 원의 대출을 알선한 대가였다.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중수부, 2012~2014년 서울중앙지검, 2012년 분당경찰서의 수사망을 모두 빠져나갔다. 이후 2013년 8월, 경기지방경찰청이 이강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비로소 조우형의 범죄 행각도 꼬리가 밟혔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2013~2014년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기록. 당시 이강길과 조우형, 남욱, 정영학 등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9년 전 경찰 수사기록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2014년 1월 이강길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우형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때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대출을 조사했고, 나와 가족에 대한 계좌도 압수수색했다"고 진술했다. 이강길 또한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담당자였던 박모씨는 "나도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불법 행위를 광범위하게 수사한 정황이 담긴 것이다.
경찰 수사 당시 이강길과 조우형은 적대적인 관계였다. 2010년 11월, 남욱과 정영학, 조우형이 합세해서 이강길을 대장동 사업장에서 내쫓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찰 조사 전에 두 사람이 만나서 말을 맞췄거나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두 사람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최근 두 사람은 9년 전 경찰 진술을 완전히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우형 참고인 진술조서(경기지방경찰청, 2014.1.15)경찰의 이강길 대출금 횡령 사건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조우형의 진술조서 내용. 조우형은 이날 검찰이 대장동 대출과 자신의 불법 알선 혐의를 수사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검찰은 시점상 2011년 대검 중수부를 뜻한다. 현재 조우형은 "9년 전 경찰 진술은 수사를 피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면서 전면 부인하고 있다.
'허위 인터뷰' 검찰 수사에 핵심 참고인 역할...9년 전 진술 뒤집어
'허위 인터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이강길, 조우형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대장동 대출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조우형의 불법 대출 알선 혐의도 수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을 기반으로 뉴스타파와 경향신문, 뉴스버스, JTBC가 대선 당시 보도한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 무마' 의혹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또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2021년 10월,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이 남욱 변호사와 조우형에게 '허위 인터뷰'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검찰은 김만배가 민주당과 사전에 결탁해서 대장동 비리의 몸통을 윤석열 후보로 만드는 '대선 공작'을 했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그러나 이에 대해 아무런 물적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 참고인 진술조서(경기지방경찰청, 2014.1.27) 이강길의 부탁으로 새누리당 신영수 의원에게 뇌물 2억 원을 전달하려다 실패한 김○○ 씨를 경찰이 조사했다. 이날 경찰은 이강길을 불러 김 씨와 대질 신문했다. 이 과정에서 이강길은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관련 자료들을 제출하라고 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대출금의 사용처를 맞추기 위해 가짜 차용증을 만들어 대검에 자료로 제출했다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는 '대장동 대출은 수사하지 않았다'는 현재의 검찰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대다수 언론사가 확보한 경찰 수사기록...언론도 검찰도 '침묵'
9년 전 경찰이 수사할 때 김만배가 이강길과 조우형에게 진술 방향을 코치했을 리도 없다. 정치적 고려나 영향이 없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진술로 봐야 하는 이유다.
뉴스타파는 대장동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 수사기록 일부를 공개했다. 그러나 사실 이 자료는 상당수 언론사가 지난 대선 당시에 이미 확보한 자료다. 사건 당사자인 이강길 씨가 여러 언론에 자신의 수사기록을 건넸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를 토대로 한 보도는 지금까지도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뉴스타파가 상세히 보도를 하고 있지만, 검찰은 두 사람이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