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민원⑧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거짓말…사퇴 촉구 잇따라

2023년 12월 28일 23시 28분

류희림 거짓말 1:  “뉴스타파 인용보도 안건 상정은 ‘단독부의권’ 행사”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은 뉴스타파가 그의 청부민원 의혹을 보도한 다음날인 지난 26일 개인 명의 입장문 통해 “허위조작 녹취록 인용 보도 안건 상정은, 당시 위원장 대행의 ‘단독부의권’ 행사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원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가족, 지인들의 민원을 근거로 긴급심의 결정이 이뤄진 게 아니라는 말이다.
12월 26일 류희림 방심위원장 개인 명의의 입장문
지난 9월 4일 국회 과방위에 출석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금 수사당국의 수사와 별개로 방심위 등 말하자면 이것을 모니터하고 또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 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9월 4일, 국회 과방위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한 발언은 ‘청부민원’ 의혹의 시발점이다.
독립 민간기구인 방심위를 뉴스타파 탄압에 동원하겠다는 초법적 발상이었다. 이동관의 이 같은 발언 다음날인 9월 5일 오전 10시, 방심위에서는 제31차 ‘방송소위’ 회의가 열렸다. 방심위 온라인 민원창구에는 이동관 발언 직후인 4일 오후 5시반쯤부터 이날 회의 직전까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KBS, MBC, YTN, JTBC 기사를 심의해 달라는 민원 70건이 집중적으로 들어왔다. 
5일 방송소위 회의에는 여권 추천 황성욱, 허연회 위원과 야권 추천 김유진 위원 등 3명이 참여했다. 이날 회의록은 뉴스타파 인용보도 긴급 심의 안건 상정이 ‘단독 부의권' 행사였다는 류희림 위원장의 주장이 거짓말임을 보여준다. 

방송소위 회의록은 류 위원장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준다

  ㅇ허연회 위원
-위원장님, 제가 의견이 하나 있는데요. 우리 국민들의 관심 사항이나 사회적 이슈 건에 대해서는 긴급 심의 건으로 채택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또는 뉴스타파 건, 어제 국회에서 엄청 난리가 나고 언론에서도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타파 건, 이런 것은 지난번에 이태원 때처럼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을 해서 민원이 들어오는 즉시 긴급 심의를 해주십사 하는 그런 의견을 냅니다.  

9월 5일 제31차 방송소위 회의록
이후 세 명의 위원은 뉴스타파 인용보도를 긴급심의 안건으로 다루자는 제안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ㅇ김유진 위원
-그걸 이렇게 3명이 있는 자리에서 다수로 밀어붙이시는 게 말이 됩니까, 위원님? …도대체 왜 뉴스타파에 관련된 부분만 긴급해야 됩니까?

ㅇ황성욱 위원장 직무대행
-어저께 국회에서도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고…

ㅇ김유진 위원
-국회에서 논의된 게 그것뿐입니까?

ㅇ허연회 위원
- 국가 근간을 흔드는 그런 문제가 긴급 심의 안건으로 안 올라오면 어떤 게 긴급 심의 안건으로 올라옵니까? 저는 지금 현재 현 상황으로 봐서 굉장히 국민적 관심사가 많이 집중되고 있는 게 뉴스타파, 어제 그 안건입니다. 분명합니다.

ㅇ김유진 위원
-죄송한데요. 저는 여기에 2:1로 표결을 해드릴 의사가 없고요. 지금 이 순간 퇴장하겠습니다.

9월 5일 제31차 방송소위 회의록
야당 추천 위원인 김유진은 반대의사를 밝히며 퇴장했다. 이후 허연회 위원의 긴급안건 요청을 황성욱 직무대행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ㅇ허연회 위원-긴급 안건 요청합니다.
(중략)

ㅇ황성욱 위원장 직무대행
-그러면 긴급 안건 심의 제안에 두 사람이 동의하고 한 분은 기권하신 걸로 정리를 해서 받아들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9월 5일 제31차 방송소위 회의록
류희림 위원장이 입장문에서 주장한 것처럼 황성욱 직무대행이 단독부의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허연회 위원이 긴급 안건 상정을 제안하고 같은 여권 추천 위원인 황성욱 방심위언장 직무대행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류희림 거짓말 2: “인용보도 안건 상정은 민원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뉴스타파가 그의 ‘청부민원' 의혹을 보도한 뒤 낸 입장문에서 “민원 제기 후 심의가 이뤄졌다는, 뉴스타파 등 ‘직접 이해 당사자’들의 보도는 사실관계부터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당시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여러 방송사 기사를 긴급 심의 안건으로 올린 게 심의 요청 민원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허위 주장이다. 지난 9월 5일 방심위 방송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먼저 여권 추천 허연회 위원이 긴급심의를 요청하고, 이어서 방심위 방송심의 국장에게 관련 민원이 들어온 게 있냐고 묻는 대목이 나온다.
ㅇ허연회 위원
-어제 국회에서 엄청 난리가 나고 언론에서도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타파 건, 이런 것은 지난 번에 이태원 때처럼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을 해서 민원이 들어오는 즉시 긴급 심의를 해주십사 하는 그런 의견을 냅니다.

ㅇ황성욱 위원장 직무대행
-민원 들어온 거 있나요, 국장님?

ㅇ이ㅇㅇ 방송심의국장
-예, 있습니다. 뉴스타파 관련 그 당시 언론사 보도에 대해서 민원이 들어온 건은 있습니다.

9월 5일 제31차 방송소위 회의록
민원이 들어왔다는 보고를 받은 황 직무대행은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 기사를 긴급 심의 안건으로 결정한다. 즉 안건 상정이 민원에 근거한 게 아니라는 류희림 위원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긴급 심의 안건 근거가 된 민원의 상당수는 류희림의 사람들이 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국회에 나와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 발언을 한 직후인 9월 4일 오후 5시 30분쯤부터 방심위 방송소위 회의가 열린 9월 5일 오전 10시까지 방심위에 들어온 뉴스타파 인용 보도 심의 요청 관련 민원은 모두 70건에 이른다. 이동관 국회 발언 이전에는 이런 민원은 없었다. 
하루도 안 되는 시간에 쏟아진 민원들은 뉴스타파 인용보도 긴급 심의 안건 상정의 근거가 됐다. 
70건의 민원 가운데는 류희림 위원장의 친척과 지인의 민원이 다수 있었다. 류 위원장의 조카와 동서의 민원이 8건, 지인 또는 그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단체 구성원이 낸 민원이 30여 건이다. 하필 이 시점에 류희림 위원장의 친척과 지인 등이 왜 수십 건의 민원을 넣었을까. 
이에 대해 김준희 방심위 노조 지부장은 “방심위원장 직권으로 안건을 상정할 경우 방통위원장 말 한 마디에 심의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무리하게 청부민원을 한 것이 아니겠느냐” 되물었다.
그날은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엄단하겠다라고 말한 바로 다음 날이잖아요. 그리고 대상 방송이 1년 반 정도 지난 방송이었어요. 당연히 (그 전에는 관련) 민원이 들어와 있지 않았겠죠. 위원장 직권으로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 것은 맞는데, 민원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방통위원장 말 한마디에 심의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무리하게 친인척을 동원해서 민원을 사주한 게 아닐까 의심스러운 대목이죠.

김준희 방심위 노조 지부장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조차 “사실이라면 류희림은 이해충돌”<br>그런데도 제보자 색출, 검찰 수사의뢰 하는 류희림…

한편, 어제(27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조차 인사청문회에 나와 공익신고자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부민원으로 이뤄진 심의가 사실이라면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이해충돌방지법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ㅇ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9월 4일부터 7일까지 아들, 동생, 조카 이런 사람들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게 공익신고자에 의해서 공익위에 신고 접수가 됐거든요. 그러면 권익위에서는 이 공익신고자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

ㅇ김홍일 후보자
공익신고자라면 공익신고자의 보호나 이런 절차를 밟아야겠죠?
(중략)

ㅇ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익신고자보호법 5조에 의하면 경합이 있었을 때는 이 법을 우선 적용한다고 되어 있죠? 그리고 공익신고자에게 유리한 법을 적용하게끔 되어 있죠? 제가 법 해석을 물은 겁니다. 권익위원장까지 하시고 법조인 생활을 수십 년 하셨는데도 이걸 모릅니까?

ㅇ김홍일 후보자
제가 정확히 법제를 보고 말씀을 드리면 좋겠습니다만.

ㅇ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러면 현재 아들, 동생들이 민원을 제기했고 그 해당 내용을 류희림 위원장이 심의했습니다. 이것은 이해충돌방지법에 해당이 됩니까, 안 됩니까?

ㅇ김홍일 후보자
사실 관계에 따라서...

ㅇ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맞다면 어떻습니까? 

ㅇ김홍일 후보자
맞다면 이해충돌방지법에 해당될 수 있겠습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2023년 12월 27일)
그러나 정작 이해충돌 의혹 당사자인 류 위원장은 거짓말과 엉뚱한 얘기를 늘어 놓으며 제보자 색출과 공격에만 열중하고 있다.

“류희림 위원장님 부끄럽습니다. 양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자진 사퇴하십시오”

전국언론노조는 오늘(28일) 오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류희림 위원장의 사퇴와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전국언론노조 기자회견(2023.12.28)
방심위 내부에 벌어지고 있는 모든 언론탄압, 방심위 내부에 벌어지고 있는 류희림에 의한 모든 범죄 혐의에 대해서 즉각 특검 도입에 나서줄 것을 국회에 촉구합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류희림 위원장님 부끄럽습니다. 내가 매일 출근하는 직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부끄럽습니다. 방심위는 류희림 개인의 사적 소유물이 아닙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고 하는 공적 기관을 방심위원장이라고 하는 공적 지위를 이렇게 사적으로 유용하면서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것입니까? 왜 회사가 직원들을 고발합니까?
본인의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서 민원이 들어온 사실을 인지했다면 그 사실을 알리고 심의에서 회피했어야 하는 법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그 의무를 어겼지 않습니까? 
직원이 어기면 파면 당하고 다른 위원이 어기면 해촉됐습니다. 류희림 위원장, 양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자진 사퇴하십시오.

김준희 방심위 노조지부장
제작진
취재P&H 한상진 봉지욱 송원근
영상취재오준식
편집정지성
디자인이도현
데이터최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