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한동훈 처가와 '산호세 허위스펙 네트워크'

2022년 06월 30일 20시 00분

지난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저희 뉴스타파는 그의 장녀가 쓴 논문과 전자책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 표절과 저작권법 위반, 약탈적 학술지 게재 등 각종 반칙과 불법 행위가 드러났죠. 그러나 야당의 헛발질 끝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무사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임명장을 받았고, 지금은 마치 '국정의 2인자'처럼 거침없이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등 소수 언론들이 미국 산호세 현지로 출장을 가는 등 한동훈 장관 딸의 허위 스펙에 대한 취재를 이어갔지만 대부분의 기성 언론들은 한동훈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끝나자 취재를 중단했습니다. 저희 뉴스타파는 이 사안이 이대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지난 한달 동안 한동훈 장관 장녀의 논문을 중심으로 취재와 분석을 계속했습니다. 
취재 결과 저희는 한동훈 장관 장녀의 문제가 한 학생의 단순한 실수나 일탈이 아니라 허위 스펙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몇몇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미국 산호세 지역에서 결성한 네트워크의 일부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를 '산호세 허위 스펙 네트워크'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산호세 허위 스펙 네트워크’는 모두 14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함께 엉터리 논문을 써서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봉사 단체를 같이 만들었을 뿐 아니라 온라인 매체를 공동으로 창업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각종 허위 스펙을 쌓아왔습니다. 그리고 이 허위스펙 네트워크의 핵심축은 한동훈 장관의 장녀를 포함한 한동훈 장관의 처조카들, 즉 한동훈 장관의 장인인 진형구 전 검사장의 손자와 손녀 4명이었습니다. 
이들은 남의 논문이나 저작을 인용 표시 없이 표절했습니다. 특히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피하기 위해 '교활한 표절'을 일삼았죠.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논문을 돈만 내면 실어주는 '약탈적 학술지'에 게재했습니다. 심지어 이들의 논문에서는 데이터 조작까지 발견됐습니다. 데이터 조작은 학문 생태계를 교란하는 심각한 반칙행위입니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3년 전에도 나경원 전 의원의 아들을 중심으로 한 스펙 네트워크를 취재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바로 나경원 전 의원의 아들이 포함된 스펙 네트워크입니다. 나 전 의원의 아들 역시 친구들과 함께 봉사단체를 만들고 영어책을 출판하고 신문을 창간해 발행했습니다. 이 학생들의 부모들은 지검장 출신의 변호사, 고등법원 부장판사, 의대 교수, 중견기업 오너 등 우리 사회의 특권층들이었습니다. 부모들의 힘 덕분이었을까요. 이들의 스펙 쌓기 활동에는 서울대 교수와 현직 의원들, 조중동 같은 언론들이 동원됐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은 대부분 예일과 하버드, 스탠퍼드 같은 미국의 유명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어쩌면 '산호세 허위스펙 네트워크'의 멤버가 한동훈 장관의 딸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3년 전 저희가 취재한 스펙 네트워크에 나경원 전 의원의 아들이 포함되어있지 않았다면, 이들의 편법 스펙 쌓기는 공론장에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넘어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싫든 좋든 이들의 스펙 쌓기는 공론장에 올라왔습니다. 
한동훈 장관 딸로 인해 촉발된 특권층 자녀들의 편법적인, 그리고 때로는 불법적인 스펙 쌓기에 대한 논란이 이번에도 흐지부지된다면 우리는 교육 불평등 해소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이번에도 놓치게 될 겁니다. 특권층 자녀들이 돈과 정보와 인맥 그리고 반칙과 불법을 동원해 다시 엘리트가 되어 평범한 99%의 자녀들 위에 대를 이어 군림하는 것,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여러분은 그런 세상이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들의 불법적인 스펙 쌓기를 '자본주의란 원래 그런 것'이라거나 '어린 아이들이 저지른 실수'라는 명목으로 외면하거나 방관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한 달 동안 산호세 허위 스펙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를 오늘부터 순차적으로 보도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주간 뉴스타파>는 매주 목요일 저녁 8시에 방송됩니다. 
제작진
연출송원근 박종화
진행심인보
취재박중석 최윤원 이명주
촬영정형민 김기철 최형석
편집박서영 정애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데이터 시각화 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