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기록, 국정원 ‘김성태 대북사업 주가조작’ 보고서 뒷받침

2024년 05월 30일 20시 00분

뉴스타파는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의 '800만 달러 대북 송금' 사건 관련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비밀 문건 45건을 입수해 지난 5월 20일부터 연속 보도하고 있다.
국정원 비밀 문건에는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이 사건 관련 첩보가 담겨 있다. 특히 국정원 대북 담당 블랙요원이 작성한 2020년 1월 31일자 보고서는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이 대북 사업을 내세워 계열사 등의 주가를 띄우고, 그 대가를 북한 정찰총국 고위 공작원인 이호남에게 건네기로 했다는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즉 쌍방울의 대북 송금은 주가조작과 관련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김성태 회장이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 팜 지원'과 당시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송금했다는 검찰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뉴스타파가 이런 내용을 보도하자 이틀 만에 검찰이 입장을 내놨다. 검찰은 뉴스타파가 "국정원 문건에는 대북송금의 실제 목적이 경기도 대북사업과 관련돼 있음을 설명하는 내용이 충분히 포함돼 있음에도 일부 내용만을 발췌, 왜곡해 보도했다"고 했다. 이 입장문에 따르면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주가조작 혐의를 조사하긴 했지만,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모든 의혹을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금융위원회 내 전문 분석기관인 증권선물위원회에 매매분석 심리를 의뢰한 바 있고, '시세조종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회신을 받았다"라고 했다.
뉴스타파는 검찰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인지를 수사기록과 공판 기록 등을 토대로 검증했다.
김성태 회장이 북한의 광물 자원을 개발하겠다며 내세운 쌍방울그룹 계열사 나노스의 주가는 2018년 이전 2천원대 중반이었으나 2018년 4월 19일 대북수혜주로 분류되면서 3,590원까지 급등한다. 남북정상회담 3일 전인 2018년 4월 25일에는 6,320원으로 1주일만에 76%가 치솟아 코스닥 시가총액 3위까지 올랐다.
2018년 4월 25일 나노스 주가 차트. 종가 6,320원이다.
2019년 1월 8일 나노스가 안부수 아태협회장을 사내이사로, 김영수 전 현대아산 본부장을 상임고문겸 사외이사로 영입한다고 공시하자 또 다시 주가가 급등했다. 일주일 뒤에는 김형기 전 통일부차관 영입도 발표하고, 주가는 10%이상 뛰었다. 안부수 회장은 대북 사업을 벌이며 경기도와 쌍방울을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과 이어준 핵심 인물이다.
대북송금 사건 공판에서 쌍방울그룹 회장 비서실장 엄 모 씨는 2023년 7월 4일 증인으로 나와 안부수의 영입은 주가 부양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진술했다.
○ 이화영측 변호인 : 주가 부양을 염두에 두고 안부수를 나노스의 사내이사로 영입한 것인가요?

● 엄OO 쌍방울그룹 비서실장: 그런 측면이 있겠지요

 엄OO 쌍방울그룹 회장 비서실장 2023년 7월 4일 증인 진술
쌍방울그룹측이 대북사업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나노스 주가를 띄우려고 한 것은 검찰이 압수한 비서실장 엄 씨 등 쌍방울 임원 카톡방 대화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검찰이 압수한 쌍방울그룹 회장 비서실장 엄 모 씨 카카오톡 대화
엄 실장 등 단체 대화방 참여자들은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영입 관련 보도자료를 공유한 다음 이를 나노스 주가 부양에 어떻게 이용할지 논의했다.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아 주가를 띄우기로 했다. 김형기 전 차관 영입 공시 당일인 2019년 1월 15일 나노스 주가는 10.8%나 올랐다.
검찰이 압수한 쌍방울그룹 회장 비서실장 엄 모 씨 카카오톡 대화
카톡 대화방에서 ‘오늘도 N활성화 부탁요’라는 메시지를 작성한 쌍방울 계열사 박 모 본부장은 2022년 11월 14일 수원지검 고두성 검사가 진행한 피의자신문에서 김성태 회장 나노스 주가 부양을 위해 댓글 작성을 지시했다고 실토했다.
● 방OO 쌍방울 계열사 본부장: 주식토론방에 댓글을 많이 적어야 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해서 (김성태가) 저희에게 수시로 댓글을 작성하라고 지시를 하였습니다.  

○ 고두성 검사 : 결국, 김성태의 목적은 대북사업의 공시를 통해 나노스 주가를 부양할 의도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

● 방OO 쌍방울 계열사 본부장: 네, 맞습니다. 누가봐도 그런 의도였다고 생각됩니다.  

 방OO 쌍방울 계열사 본부장 2022년 11월 14일 피의자신문 진술
전 쌍방울 최고 재무 담당 장 모 씨도 2022년 10월 31일 수원지검 박상용 검사가 진행한 참고인 조사에서 쌍방울의 대북사업은 나노스 주가 띄우기가 핵심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 박상용 검사: 김성태 입장에서 결국 대북사업은 나노스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것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 장OO 전 쌍방울 최고 재무 담당자: 예, 100%는 아니더라도 그게 주라고 생각할 수 있죠 

장OO 전 쌍방울 최고 재무 담당 2022년 10월 31일 참고인 진술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북한과 쌍방울이 MOU를 맺은 직후 나노스 사내 이사로 취임했다. 아태협 직원들은 안부수 회장이 김성태의 주가 조작 행각을 목격한 뒤, 나노스 주식을 사들였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2022년 10월 7일 수원지검 천재인 검사가 진행한 참고인 조사에서 아태평화교류협회 전무 정 모 씨는 안부수가 나노스나 광림의 주식이 오를 것을 미리 알고 주식을 매수했다고 했다.
○ 천재인 검사: 진술인은 안부수가 쌍방울 대북사업권 취득으로 나노스나 광림의 주식이 오를 것을 사전 알고 주식을 매수한 사실을 들은 적이 있는가요?

● 전OO 아태평화교류협회 전무: 안부수도 2차례 정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명으로 했는지, 차명으로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안부수가 삼성동에 있을 때는 주식에 대해 잘 몰랐는데, 쌍방울 본사로 와서 주가조작으로 돈을 버는 것을 보고 안부수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안부수가 쌍방울로부터 소스를 받고 이렇게도 돈을 버는구나라고 하면서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저도 나중에 주가조작이 어떤건지 알았습니다.

전OO 아태평화교류협회 전무 2022년 10월 7일 참고인 진술
안부수의 아태협은 '북한 밀가루 보내기' 사업으로 경기도에서 보조금을 받았다. 아태협은 이 보조금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나노스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김OO 아태협 직원 카카오톡 대화
실제 2022년 11월 1일 수원지검 박상용 검사가 진행한 참고인 조사에서 아태협 관계자 김 모 씨는 경기도 보조금을 나노스 주가조작 매입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 박상용 검사: (경기도 대북사업) 보조금 중 일부가 쌍방울이 나노스 주가 조작을 하는데 그 주식을 매입하는데 쓰였다고 했는데 맞나요?

● 김OO 아태협 관계자: 예, 그렇습니다.  

○ 박상용 검사: 쌍방울의 나노스 주가 조작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 김OO 아태협 관계자: 안부수가 "작업 들어갔다”라고 하면서 나노스 주식을 샀습니다. 방OO이 안부수에게 얘기를 듣고는 여기저기 얘기를 했습니다. 심OO도 안부수에게 얘길 듣고 아마 나노스 주식을 했을 거고, 정OO도 했을 겁니다.

김OO 아태협 관계자 2022년 11월 1일 참고인 진술
이처럼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 비밀보고서 뿐만 아니라 검찰의 피의자와 참고인 조사, 압수수색, 법정 증언 등을 통해서도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내세운 주가조작 증거들이 수없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주가조작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를 뭉갰다.
김성태 쌍방울 회장도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저희가 지분을 90% 이상 보유하고 있었는데 단 한 주도 판 적이 없고, 산 적도 없고, 금감원에서 주가조작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어요. 그때 저희가 한 주도 안 팔았기 때문에 아무런 처벌도 안 받고 조사 자체를 시작하자마자 끝냈습니다.

김성태 쌍방울 회장 2023년 7월 18일 증인 진술
김성태의 주장대로 그는 주식을 팔진 않았다. 그러나 주식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 받았다. 주식 매매가 아닌 대출로 돈을 모았다. 검찰은 김성태 회장이 쌍방울 임직원들에게 자신의 나노스 주식을 차명으로 맡기고, 담보 대출을 받게 한 정황도 확보했다. 북한에 건네진 800만 달러 중 절반 가량이 이런 방법을 통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OO 쌍방울 계열사 본부장 카카오톡 대화
쌍방울 최고재무 담당 장 모 씨는 2022년 10월 31일 검찰 조사에서 김성태 회장이 나노스 주가에 민감했던 이유가 바로 주식담보 대출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그 주가 자체가 오르는 장점도 있지만 주식담보대출을 했을 때에는 그 레버리지의 크기라는 점도 있습니다. 김성태 회장이 늘 저희를 쪼았던 것이 자기가 매월 이자로만 7~8 억을 내고 있다고 그랬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주식담보대출을 엄청나게 받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주가가 높아지면 더 대출을 받을 수 있겠지만 주가가 낮아지면 반대매매를 당하기 때문에 주식을 잃 게 되고 자금 압박을 더 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장OO 쌍방울 최고 재무 담당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에는 김성태 회장의 주가 조작 혐의를 입증할 증거와 증언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검찰이 이미 국정원 비밀보고서 내용을 뒷받침할 증거들을 다수 확보하고도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간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제작진
취재봉지욱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