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감사'로 발본색원... 환수도 될까

2021년 07월 06일 10시 00분

 전체 공공기관·공기업 350곳이 한해 쓰는 기부·후원 예산은 약 1조 원이다. 소외·취약 계층에 쓰여야 할 이 예산을 '낙하산 임원들'이 제 잇속을 챙기는 데 쓰고 있다. 낙하산의 폐해가 공공예산의 비리로 이어진다. 대선 정국이다. 다음 대통령이 누구든, 국폐인 '낙하산 인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 편집자 설명
 꼬박 하루를 매달렸다. 낙하산 인사들의 부당한 예산 개입과 사익 추구의 비위 내용을 공익 감사 청구서 12장에 빼곡히 담았다. 감사 수용 요건은 꽤 까다롭고 깐깐하다. 청구 남발을 막기 위함인데, 청구서를 작성한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의 김예찬 활동가는 걱정하지 않는다. 밝혀낸 '혐의'가 명백하기에. 
 다만, 코로나19 대유행이 변수다. 올 들어 일부 기관이 방역을 내세워 감사원의 현장 조사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7월 1일 오전, 감사원에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세 개 시민단체가 모였다. 세 단체는 뉴스타파가 최근 보도한 공공기관 낙하산 임원들의 예산 오·남용 고발'중대하고 심각한 예산 비위'로 규정했다.
▲ 7월 1일, 세 곳의 시민단체가 공공기관 '낙하산' 임원의 기부금 오·남용의 전수 조사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예산을 부당하게 잘못 썼다는 차원이 아니라,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을 감사할 책임을 갖고 있는 감사원은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감사원의 직무태만, 직무유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승수 공동대표(변호사) / 세금도둑잡아라
 세 단체는 감사원에 '공공기관 낙하산 임원의 기부금 오·남용 비위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개별 공공기관은 물론, 소관 정부 부처도 감독을 포기한 상황에서 감사원에 전수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감사 대상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공공기관 73곳. 뉴스타파가 지난 6월 한 달 동안 보도했던 기관이다. 

3개 시민단체 "혈세 낭비 공공 예산 공익 감사하라"

 공공기관의 사무 처리가 위법 또는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판단되는 경우,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 감사원 직원은 "청구인이 제시하는 위법·부당한 사실이 실제로 맞는다면, 감사 실시 결정을 한다"고 밝혔다. 
▲ 3개 시민단체는 기자회견 직후, 공공기관 '낙하산'의 예산 오·남용 비위와 관련,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지난 6월 8일, 뉴스타파는 공공기관 예산 감시 프로젝트 [낙하산이 쏜다]를 시작했다. 소외·취약 계층에 쓰여야 할 기부·후원 예산을 낙하산 임원들이 제 잇속을 챙기는 데 쓰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지금까지 확인한 잘 못 쓴 예산은 9억 8천675만 원. 전체 공공기관 350곳 중 20%인 73곳을 검증한 결과다. 시민 15만 명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 번씩 접종할 수 있는 금액이다. 
 공공기관의 실제 오·남용 예산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년간 694억 원의 기부·후원 예산을 쓴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일부 기관은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검증하지 못했다. 헌법 기관인 감사원의 전수 조사가 더욱 요구되는 까닭이다.  

오·남용된 국민 세금… 되돌려 받을 수 있나?

 또 다른 문제는 낙하산 임원들이 제 잇속을 챙긴 것으로 확인된 예산을 환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공공재정환수법'이 시행 중이다. 부패를 막고 허투루 쓰인 세금을 국고에 환수하기 위해 제정됐다. 국민권익위는 법 시행 1년 동안 453억 원을 환수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법의 적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환수 대상인 예산의 성격으로 보조금, 출연금,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고 제공되는 금품 등 세 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예산을 받은 쪽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나랏돈을 챙긴 사실이 확인돼야 환수가 가능하다.
 이번에 뉴스타파가 밝혀낸 기부·후원 예산의 오·남용 비위는 돈을 '받은 쪽'이 아닌 '주는 쪽', 즉 낙하산 인사들이 비위를 저지른 경우다. 공공재정환수법상의 환수 대상이 아니다. 잘못 쓴 예산을 되돌릴 뾰족한 수가 없다. 공공기관의 예산 오·남용을 막을 시스템 정비도 중요하지만, 오·남용한 예산을 환수할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  

뉴스타파·3개 시민단체, 공공기관 기부·후원 예산 2차 검증 중

 뉴스타파는 시민단체 3곳과 함께 공공기관 예산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2차 검증 대상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4개 부처의 소관 공공기관 114곳이다. 곧 검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의 '공직·예산 감시 협업'은 올여름에도 계속된다.    
제작진
영상취재김기철, 이상찬, 신영철, 최형석
편집박서영, 정지성
CG정동우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신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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