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한테는 그냥 엄마가 배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어요. 아들을 계속 중국에 두니까, 요새는 ‘아빠도, 엄마도 자기를 버렸다’고 해요. 지금 상황을 6살 아들한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회사에서 사과라도 받았다면, 아들에게 말할 도리라도 있을 텐데…아직은 할 수가 없어요. 한국에서 돈 많이 벌어서 영주권 따려고 그랬어요. 그래서 열심히 출장 다니며 일한 거였어요. 아들도 한국에서 잘 키워보려고 했는데, 한국이란 나라가 우리 아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어요. 나중에 아들에게 엄마의 죽음을 어찌 말해야 할까요?”김일 /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이해옥 씨 남편
어느 날 딸이 회사에서 주급으로 돈을 받더니, 이제부턴 월급으로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일을 잘해서 그런 거라고 좋아했어요. 이제 엄마 아빠한테 손 벌리지 않을 거라고도 하고… 불법 파견 그런 거 몰랐어요. 그냥 공장에서 일한다고 했는데…거기가 그렇게 위험한 곳일 줄은 알았다면, 어떤 부모가 보냈겠어요?이순희 /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엄정정 씨 어머니
사실 참사 나기 이틀 전에요. 회사에서 한 번 폭발 사고가 있었는데요. 그날 저녁에 아내가 같이 밥 먹으면서 ‘회사에서 무슨 폭발 사고가 있었다’고 얘기했어요. 그 당시에도 아내가 웃으면서 얘기했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거든요. 회사에서도 위험하다고 알려주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저렇게 위험할 곳일 줄은 몰랐죠. 우리 노동자 중 누가 알았겠습니까. 리튬전지가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걸...허현우 /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강순복 씨 남편
한 집은 자식이 죽고, 한 집은 마누라가 죽고, 한 집은 아들이 하고 며느리가 둘 다 죽고, 한 집은 형제간에 죽고, 사촌지간이 같이 죽은 집도 있어요. 사망자 대부분이 50살 밑의 젊은 사람들이에요. 거기가 위험한 곳인 줄 알았다면 가족끼리 같이 들어갔겠어요? 한국이란 나라가 이렇게 허술하게 공장을 관리하는 나라인 줄 우리가 알았겠어요? 죽은 사람들이 너무 불쌍하고, 억울하고…이승철 /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박영화 님 유족
최초 폭발 이후, 대피를 위한 37초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대다수의 피해자는 고립된 채 사망했습니다. 피신하거나 탈출을 시도한 흔적도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대피하라, (정규직을) 따라 같이 나가라, 탈출하라는 안내만 제대로 했었어도 상당수 희생자를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굉장히 안타깝습니다.김종민 /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 단장
우리 애가 키가 180이에요. 그렇게 큰 애가 얼굴도 없고, 팔 다리도 없고, 팔꿈치만 남았어요. 그 큰 애가 그렇게 주먹만큼만 남아서 왔다고요. 한국 온 지 두 달 만에…내가 그걸 다 봤어요. 제 정신으로 살 수 있겠어요? 그런 우리에게 어떻게 사과 한 마디를 안 해요. 어떻게…김신복 /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김재형 씨 고모
제가 기자로 왔다면, 지금 상황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어떤 걸 기사 제목으로 정할까 생각했을 텐데, 지금은…그냥 한 사람의 아내이자 유족이니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 소식을 알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그 생각뿐이에요.최현주 /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김병철 씨 아내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옥 같은 시간이었어요.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란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싸워서, 130일이 넘는 시간 동안 경찰과 노동부 조사 통해서 박순관 대표가 구속됐잖아요. 그런데 아리셀이나, 에스코넥이나 저희한테는 사실상 사과 한마디가 없었어요. 그게 너무 분노스럽고요. 저희들한테 중요한 것 중 하나인 피해 보상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얼핏 보기에는 돈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사과의 일환이거든요. 만나서 대화해서 협의하자고 하는데, 아예 무대응이에요.”최현주 /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김병철 씨 아내
희생자 중 한국인이 5명이고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였잖아요. 만약 한국인 희생자가 더 많았다면, 높은 직급이 더 많았다면 이렇게 아직까지 사과를 안 했을까, 하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죠. 저는 아니지만, 중국 동포 분 중에는 훼손 안 된 시신이 거의 없어요. 팔 다리는 물론이고 머리까지 없는 분들도 되게 다수거든요. 그런데 회사 관계자들은 우리를 단 한 번 들여다보지 않아요. 참 비참하고, 인간이 무섭고, 에스코넥 직원들도 우리 같은 노동자인데 왜 그럴까, 생각하면 불쌍하기도 하고…최현주 /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김병철 씨 아내
억울해서, 억울해서 (그동안 장례를) 못 치렀어요. 회사한테 사과라도 받아야 아내를 보낼 도리가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지금 회사의 태도로 봐선 가망이 없어 보여요. 그렇다고 몸이 다 쪼그라든 아내를 계속 차가운 냉동고에 둘 수도 없잖아요…사과받고 장례 치르길 바랐는데 참 끝까지 나쁜 사람들입니다.허현우 /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강순복 씨 남편
오늘은 손이 얼어서 꽹과리를 치는 데 애 먹었네요. 너무 추워서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가 하면서 버티고 있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버텨야지요. 참으면서 버텨야지요.이승철 /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박영화 씨 유족
농성장에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 사고가 언제 일어났어요?’ 하고 묻기도 해요. 아직도 아리셀 참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아직 해결된 게 하나도 없는데,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잊혀지는 거 같아요.여국화 /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이해옥 씨 사촌언니
우리 유가족들 매일매일 피눈물 흘리며 살고 있는데, 유족들이 돈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는 거 알아주세요. 우리 애들한테 미안하다는 그 사죄라도 받고 싶어요. 회사가 뭘 믿고 이렇게 버티는지 진짜 모르겠어요. 언제쯤 이게 해결되고, 언제쯤 애들 편안하게 보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다시는 우리나라가 이런 참사가 없고, 국민들 상처가 없고, 평등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김신복 /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김재형 씨 고모
지금 저희가 싸우는 싸움은 단순하게 우리 유가족들만을 위한 게 아니에요. 불량, 불법으로 만들어진 배터리들이 또 다른 누군가한테는 참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진상을 규명하자고 저희는 싸우고 있는 거니까요. 유족들이 고통스럽게 싸우고 있다는 거 기억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으면 해요.김태윤 / 아리셀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
취재 | 홍여진 |
촬영기자 | 김기철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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