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환경 인증'이 그린워싱 돕는다

2023년 03월 02일 20시 00분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매년 피해를 입자 탄소배출 감축, 지속가능 경영 등의 개념이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덩달아 기업의 재무 회계 감사나 컨설팅을 하던 글로벌 회계법인들은 기업의 제품 생산 과정의 환경 리스크 또는 지속가능성 경영 여부를 평가 관리하는 ‘환경 인증 검사’ 또는 ‘환경 컨설팅’ 서비스로 발을 넓혔다. 
환경 인증 검사로 유명한 주요 회계법인들은 벌목 업체와 지속가능성 인증을 보유한 고객들이 일으킨 명백한 환경 피해를 무시하거나 인식하지 못한다. 그 결과 산림 파괴와 기후 변화에 맞서기 위한 정교한 글로벌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와 39개 파트너 언론사의 협업 취재에 따르면, 회계법인과 친환경 인증 기관들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삼림 벌채, 분쟁지역 벌목 등이 관련된 업체에 환경감사 보고서와 친환경 인증서를 남발하고 있다. 이들이 발행한 인증서는 고객들이 티크목으로 만든 요트 데크, 고급 가구 및 기타 제품을 전 세계 시장에서 생산하고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국제협업 프로젝트 ‘삼림파괴 주식회사’(Deforestation Inc.)는 기업들이 결함이 있는 환경 감사 보고서를 활용해 제품과 운영이 환경 기준, 노동법 및 인권을 준수하는 것으로 광고하고, 주주와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관행으로 인한 손상은 파괴적이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다.
ICIJ 국제협업팀 취재 결과, 다수 임산물 업체들은 스스로 내세워 온 환경 및 지속가능성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운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활동하는 브라질의 한 목재 회사는 합법 서류 없이 목재를 비축하고 운송한 혐의로 1998년부터 현재까지 37차례 벌금을 부과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를 받고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칠레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 일본 목재 회사는 목재 원산지를 허위로 기재한 문서를 제출한 업체로부터 목재를 공급받았다. 
ICIJ 국제협업팀은 최소 50개국 기업에 대한 당국의 조사 기록, 환경법 위반 데이터, 법원 판결문 등을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48개 인증 기관이 토종 산림과 보호보전지역 벌목, 불법채취 목재 수입 등 환경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목재 기업들을 지속가능한 업체로 인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1998년부터 지금까지 친환경 지속가능 인증을 보유한 340여개 임산물 회사들이 지역 사회, 환경 단체, 그리고 정부 기관들에 의해 환경 범죄 또는 기타 부정 행위로 고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약 50개 업체는 정부 기관에 의해 벌금이나 유죄 판결을 받을 당시에도 지속가능성 인증서를 가지고 있었다.
임산업 컨설턴트 그레고어 제이콥은 협업취재팀 ‘라디오프랑스’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증에 의존하는 시스템 전체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ICIJ와 국제협업 파트너에 현재의 인증 기준이 부적절하고 절차가 비효율적이라고 말한 전현직 환경인증 분야 임업 감사 및 컨설턴트 6명 중 한 명이다.
친환경 지속가능성 인증을 부여하는 권위를 가진 글로벌 ‘환경 인증’ 업계는 지난 2020년 기준 100억 달러 규모로 현재도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산업을 구성하는 감사인들은 고객의 운영 및 지속 가능성 보고서에서 위험 신호를 무시하거나 누락한 책임을 거의 지지 않는다. 
환경 감사는 규제가 심한 전통적인 재무 감사와는 다르며, 훨씬 적은 양의 규칙과 지침에 의해 관리된다. 실제로 기업 책임 및 기후 위험에 대한 전문 지식을 보유한 환경단체 ‘클라이언트어스’(ClientEarth)의 조나단 화이트 변호사는 환경 감사는 대부분 규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화이트는 "규제되지 않은 영역이니 [감사인들이] 책임감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검증 기관이 강력한 역할을 수행하려면 엄격한 기준으로 기업의 주장을 확인해야”하며,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의 진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90년 이래 유럽연합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삼림 지역이 사라졌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숲들이 의문의 ‘지속가능’ 꼬리표가 붙은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속가능성’ 마케팅

지난 20년 동안, 다국적 기업, 소규모 공급업체 및 투자 회사들은 고객과 주주들에게 그들이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ESG) 지침을 준수하고 그들의 경영 관행이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속가능' 삼림 인증을 이용해 왔다. 
민간 기관이 제공하는 소위 지속 가능성 인증은 법적으로 요구되지 않지만, 삼림 벌채와 관련된 목재 및 기타 상품을 거래, 생산 또는 사용하는 기업에 사실상 필수 요소가 되었다.
이 자율규제 시스템의 중심에는 산림관리위원회(FSC), 산림인증 승인 프로그램(PEFC), 지속가능한 팜유 라운드테이블(RSPO) 등의 국제기구가 있다. 그들은 고객들을 조사하고 목재 제품 회사들, 팜유 생산자들과 다른 사람들이 책임감 있게 수확하고 불법 벌목과 다른 환경 범죄와 관련된 재료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제3의 인증 기관에 의존한다. (지난 2007년 J.K. 롤링이 계약한 미국의 한 출판사는 FSC 인증을 받은 종이가 해리포터 시리즈 마지막 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 사용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사에 동의했다.)
환경 인증 산업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시험, 검사 및 인증 산업의 일부이다. KPMG와 PwC와 같은 회계감사 법인의 전문 부서, 스위스 다국적 SGS 와 같은 대규모 상장회사, 인도네시아의 PT Inti Multima Sertifikasi와 같은 소규모 기업이 포함된다. 감사인은 일반적으로 고객을 위해 위험 평가를 수행하고, 공장을 검사하고, 회사 삼림 관리원과 인터뷰하며, 운영 및 제품이 민간 인증 기관이 설계한 자발적인 환경 표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한다.
감사 회사의 마케팅 자료 중 일부는 "지구의 숲 보호",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숲 개발", "산림 벌채 완화"와 같은 목표를 자랑한다.
농업이나 도로 건설과 같은 다른 용도로의 삼림 전환과 충분히 자생한 일차림의 벌목은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 중 일부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관행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이상에 책임이 있다고 추정한다.
일부 과학자들에 따르면, 숲 파괴는 또한 홍수와 야생동물 서식지의 손실을 악화시키고, 그것은 인간의 전염병 급증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COP26 기후정상회의에 모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00명 이상의 세계 지도자들은 2030년까지 삼림 벌채를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그 이후로, 정부들은 보다 엄격한 규제를 승인하기로 약속했고 일부 정부는 실제 승인했다. 
민간 환경 감사 회사들은 갱신된 산림 보호 운동을 고객들이 전 세계 산림 손실을 퇴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는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피해 규모

지난 9개월간 ICIJ ‘삼림파괴 주식회사’ 국제협업 프로젝트 취재에 전 세계 기자 14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핀란드 보호림부터 한국의 벌채 현장,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자생림에서 벌어진 무분별한 벌목 현장까지 전 세계 숲을 누볐다. 그곳에서 주민 공동체 구성원들, 삼림 보호 옹호자들, 임업 감사인들, 산업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또 수백 건의 법원 서류와 환경법 위반 자료, 십여 개 언어로 된 유출 문서를 분석했다. 
루마니아는 광대하고 오래된 원시림으로 유명하다. 2022년 4월, 한 환경 인증 업체는 이곳에서 벌목활동을 벌인 한 오스트리아 대기업의 목재 제품이 환경 기준을 준수한다고 인증했다. 인증을 받은 지 몇 달 만에 루마니아 당국은 거대 목재 공급업체 중 일부에 대한 불법 벌목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이탈리아, 뉴질랜드의 요트 데크 제조업체와 목재 무역업자들은 군사 정권이 지배하는 미얀마에서 티크를 수입한다. 그러면서도 이들 업체는 마케팅 자료에 그들의 친환경 지속가능성 인증서를 계속해서 자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보고르 시에 본부를 둔 독립 삼림 감시 네트워크의 환경운동가들은 지난 10년 동안 환경 인증 검사 회사들이 적어도 160개 회사의 환경법 위반 사례를 놓쳤다고 말한다.
산림 감시 네트워크의 연구원 다니알 디안 프라와다니에 따르면, 위반자들이 처벌을 받는다고 하더라도삼림과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에 따른 피해에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해결책을 찾아서

세계 각국 정부는 친환경적이라는 기업들의 주장에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일부만 조치를 취했다.
2021년 영국과 네덜란드의 소비자보호기관은 수백 개 회사의 웹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친환경 관련 주장의 40%가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호주의 반경쟁 위원회도 지난 가을 비슷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잘못된 친환경 주장'에 의존하는 마케팅, 소위 ‘그린워싱 관행’을 대상으로 한 입법을 고려하고 있다. 위원회는 여러 경제 분야에 걸쳐 그런 주장의 절반가량이 "거짓이거나 기만적일 수 있다"는 결과에 대응하고 있다.
감사회사들이이 유럽연합이나 반그린워싱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다른 관할권에서 정밀 조사를 받을지는 현 단계에서 명확하지 않다.
한경 인증 시스템을 조사한 그랜트 로소만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산림 문제 선임 고문은 환경 인증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많은 나쁜 관행이 걸러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은 삼림 벌채가 땅에서 계속되도록 하고, 인권[학대]가 계속되도록 하며, 불법이 계속되도록 한다."라고 강조했다.
제작진
취재실라 알레치, ICIJ 국제협업 취재팀
번역 감수뉴스타파 탐사 4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