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채희봉 일행, ‘렌트비만 3천만 원’ 호주 출장

2022년 04월 07일 12시 01분

2022년 04월 07일 12시 01분

한국가스공사 채희봉 사장과 임직원들이 1억 원 이상의 공사 예산을 들여 지난 2월 호주로 17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들은 출장 기간에 차량 렌트 비용만 3천만 원 이상 쓴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가스공사 출장계획서에는 주말과 휴일에 호주의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는 일정도 들어있었지만 가스공사는 “관광지에 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에 공기업 ‘기관장’이 억대 예산으로 2주 이상 장기 해외 출장을 간 이유를 묻자 가스공사 측은 수소 사업을 위해 필요한 출장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주 출장 때 방문한 기업 등을 공개해달라는 뉴스타파의 요청에는 “업무상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채희봉 사장 등 임직원 6명, 코로나19 사태 속 17일간 호주 장기출장

▲뉴스타파가 입수한 한국가스공사 호주 출장계획서 문건
뉴스타파가 입수한 호주 출장계획 문서에 따르면 채희봉 사장과 수소사업 본부장, 해외사업단장, 부장, 차장 등 가스공사 임직원 6명은 지난 2월 호주로 14박 17일간 출장을 떠났다.
출장지역은 시드니와 멜버른, 브리즈번 등 호주 주요 도시로, 이곳에 있는 재생에너지와 수소 관련 현지 기업을 방문한다는 일정이었다. 출장 목적은 ‘협력 파트너사 협업’과 ‘사업 공동개발 추진’이었다. 
출장계획서에도 적혀있듯이 채희봉 사장 등 가스공사 임직원의 이번 호주 장기 출장은 현지 기업과의 MOU 체결 등 구체적 성과는 없고, 추후 사업 파트너를 모색하는 수준이었다.
출장계획 문서에는 14박 17일간의 일정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첫 날인 2월 16일에는 브리즈번에서 퀸즐랜드 주정부를 면담하고, 2월 17일에는 호주 현지 기업 중 하나인 S사를 방문한다는 내용 등이다. 가스공사는 출장 기간에 모두 13곳의 현지 기관을 방문한다고 계획했다. 
문서에는 주말 관광 일정까지 세세하게 적혀있다. 2월 19일 토요일에는 유명 해변 관광지인 바이런 베이의 등대를 산책하고, 점심 식사 후 오후 3시부터는 역시 호주의 대표적인 관광지 골드코스트를 방문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또 2월 20일 일요일에는 ▲오전 국립공원 산책, ▲오후 누사헤드 해변 산책 일정이 기재돼 있다. 2월 26일 토요일에는 ▲시드니 블루마운틴 등 산책, ▲점심 코스 요리, ▲오후 쓰리 시스터즈 전망대 방문 등이 적혀있다. 2월 27일 일요일에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방문 및 로얄 보타닉 가든 산책, ▲오후 옵션 관광(헬기 투어, 왓슨스 베이, 본다이 비치 중 택일)이 적혀있다. 
브리즈번과 시드니, 멜버른 각 도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식당 정보가 한식, 양식, 중식, 일식으로 구분해 적혀있고 현지에서 이용할 차량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와 BMW 7시리즈를 렌트한다는 내용도 적혀있다. 

방문 예정 현지 기업 3곳 “가스공사 방문한 적 없다”

뉴스타파는 채희봉 사장 등 가스공사 임직원이 출장계획서에 적힌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는지 확인했다. 방문 대상 현지 기업 12곳에 질의서를 보냈다. 이들 중 6개 기관에서 답변이 왔는데, 3곳에서는 애초에 가스공사와 만날 계획이 없었거나 면담 일정이 취소돼 결과적으로 면담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고 서호주에서 그린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 사업을 하고 있는 CIP사는 뉴스타파에 “가스공사와의 만남을 계획하지 않았다. 그들과 만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호주 CWP사는 뉴스타파의 이메일 질의에 “한국가스공사 측을 만난 적이 없다. 한 번도 한국가스공사 측과 대면 미팅을 한 적이 없다 답변했다. 
또 다른 출장 대상지였던 퀸즐랜드 주정부 투자청 측은 뉴스타파에 “가스공사와의 미팅은 일정 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취소됐다”고 말했다. 
“왜 출장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냐”는 뉴스타파의 질의에 가스공사는 “이 출장 계획서는 가안 단계의 자료였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출장계획서는 2월 10일, 측 출장 시작(2월 15일) 5일 전에 마지막으로 저장된 것으로 나온다.
가스공사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호주 출장 관련 정보를 게재했으나 방문 기관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채희봉 사장 등이 방문했다는 현지 기업 이름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가스공사는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이 같은 불투명성 때문에 채 사장 일행이 2주 넘게 막대한 예산을 들여 호주 출장을 갔으나 방문한 기관이 어딘지, 당초 계획한 대로 현지 기업 관계자를 만나서 면담을 하기는 했는지조차 확인하기 힘들다. 

BMW7 등 고급 차량 렌트비만 3천만 원 이상 지출

▲가스공사는 해당 호주 출장 중 운전기사를 포함한 차량 대여에 3천여만 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가스공사가 뉴스타파에 보내온 출장 관련 답변서에 따르면 채희봉 사장 일행이 호주 출장에 사용한 공사 예산은 모두 1억 2천만 원(127,318,373원)이 넘는다. 항공료(약 4천 6백만 원), 숙박비(약 3천 2백만 원) 다음으로 돈이 들어간 게 차량 비용(차량 2대, 기사 포함해 30,720,639원)이다.
가스공사 호주 출장계획 문서에는 채 사장 일행이 출장 기간 대여한 차종이 벤츠 S 클래스, BWM7 등이라고 나온다. 차량 렌탈 관련 뉴스타파 질의에 가스공사 측은 “BMW7은 직원들이 이용한 차량”이라며 “밴보다 BMW7 렌트비용이 더 저렴했다”고 주장했다. 벤츠 S 클래스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가스공사 측은 주말 관광 일정은 계획서대로 진행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가스공사 답변서에 따르면 채희봉 사장 일행은 2월 19일 토요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인 풀만 호텔에서 보내며 회의와 업무보고를 진행했으며 20일 일요일에는 골드코스트 일대를 산책했다고 한다. 또 그 다음 주말인 26일 토요일 저녁에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앞을 산책했고, 27일 일요일은 휴식 및 개인시간으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가스공사 측은 호주 출장 중 주말에는 공사 예산을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이를 입증하는 차원에서 호주 출장 중 주말 식사 비용은 개인카드로 결제했다며 모두 4끼에 해당하는 식사 영수증을 뉴스타파에 공개했다. 하지만 출장 기간 중 주말은 모두 4일이었다. 점심과 저녁만 해도 모두 8끼인데 4끼분 영수증으로는 이들의 주장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   
또 주말에도 공사 예산으로 빌린 차량을 그대로 사용했다면 가스공사의 해명은 거짓말이 된다. 취재진이 가스공사가 보내온 식당 영수증에서 해당 식당의 위치를 확인해본 결과 차량 없이는 숙소에서 이동하기 힘든 곳들이었다. 
2월 19일 토요일 점심식사를 한 B식당은 채희봉 사장 일행이 체류하던 브리즈번 풀만 호텔에서 최단 거리 기준으로 3.5km 떨어진 곳이다. 다음날인 20일 일요일에 방문한 관광지 골드코스트는 해당 숙소에서 78km 가량 떨어진 곳이다. 가스공사 측이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공개한 20일 일요일 저녁식사 영수증은 채 사장 일행이 골드코스트를 방문했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들러서 식사를 한 것으로 보이는 K식당에서 발급된 것이다.
▲지난 2월 20일 가스공사 임직원이 골드코스트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K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뒤 숙소로 복귀한 거리는 왕복 160km 정도다. 차량 없이는 당일 일정이 힘들다. (출처: 구글맵)

가스공사, 코로나 시국 기관장 해외 출장 일수 독보적 1위

채희봉 사장의 17일간 호주 장기 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기업 기관장이 수행한 국외 출장 중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뉴스타파는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2년간 공기업 기관장의 해외 출장 현황을 살펴봤다. 대상은 산업통상부자원부 산하 시장형 공기업 11곳이다.
기관장의 국외 출장 횟수로는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공사가 모두 6회로 동일했다. 그러나 일수 기준으로 살펴볼 경우 한국가스공사 기관장의 국외 출장 일수가 52일로 나머지 두 공기업에 비해 2배나 많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시장형 공기업 11곳의 기관장 국외 출장 현황
가스공사의 이번 호주 출장 사유 중 하나는 탄소중립 기술 관련해 우리 산업부가 호주 현지에서 주최한 한-호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참석이다. 이 행사에는 한국남부발전도 참석했으나 호주 출장 일수는 5일에 불과했다. 한국남부발전은 이 호주 출장 때 그린수소 관련 ‘YURI 프로젝트’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YURI (Project YURI)’는 서호주에 기반을 둔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다.
가스공사 측은 채희봉 사장 일행의 호주 장기 출장이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이번 출장 일정은 19개 기업/기관 등을 방문하는 ‘강행군’이었다고 주장하며, ‘예산 낭비성 출장’이었다는 지적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제작진
촬영신영철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