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명태균 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나눈 SNS 대화 내용을 입수해 보도하고 있다. 검찰은 명 씨가 사용한 PC 하드디스크를 포렌식해서,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 대화 이미지 280개를 복원했다.
검찰이 확보한 SNS 대화에는 명태균 여론조사 보고서 전달은 물론, 명 씨가 선거 전략과 캠프 인사에도 개입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대통령 당선 후에는 명 씨가 동남아 순방길에 나선 김건희 여사에게 '외교적 조언'을 한 사실도 포착됐다.
뉴스타파는 명 씨가 국정에 개입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태원 참사 해결책 물어본 김건희 "어찌 하면 좋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5개월여 뒤인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5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 한 달여 만인 2022년 11월 24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를 통과시켰다.
같은 날, 명태균 씨와 김건희 여사의 텔레그램 대화에서 김 여사가 “어찌하면 좋을까요”, “이 상태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의견주세요”, “사태 파악은 이미 다 됐으니”라며 명 씨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명 씨는 “국정조사 위원으로 당내 의사조율과 전투력 그리고 언론플레이 능한 의원들을 포진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정점식, 배현진, 송언석”, “국정조사 대상 기관에 왜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주호영이 양보했는지 큰 걱정”이라고 답했다.
국정 무능으로 발생한 사건에 대한 대책을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김건희 여사가 민간인 명태균 씨에 물어본 것이다.
2022년 11월 24일 김건희-명태균 텔레그램 대화 캡처.
실제로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근거 없는 막말을 퍼부으며 언론플레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2022년 12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시신이) 해밀턴호텔 옆에 골목만 있었던 게 아니에요. 현장에서 무려 300미터나 떨어진 곳에도 시신이 있었다고 합니다"라며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마약 투여라는 뉘앙스로 발언했다. 2022년 12월 19일 김상훈 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세월호 사태에서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국가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참사 영업상이 활개치는 비극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이들은 참사가 생업입니다. 진상이 무엇인지는 관심이 없습니다"라면서 시민단체의 진상 규명 요청을 맹비난했다.
원조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조사는 애초 합의해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거나,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출범을 비난했다.
막말의 배후가 김건희 여사였는지, 명태균 씨의 ‘언론플레이’ 조언에 따른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대통령의 부인이 국회 합의 사항인 국정조사에 대해 자신이 사태 파악은 다 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냐며 민간인 명태균 씨에게 의견을 달라고 말한 것 자체가 부적절한 처신이다.
2022년 11월 4일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 캡처.
민주당 공격 막으려 김영선 움직이고 윤석열에 보고한 '명태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명 씨가 직접 윤 대통령과 소통한 사실도 확인된다. 참사 닷새 만인 2022년 11월 4일. 명 씨는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민주당의 공격을 미리 방지하려고 김영선 의원이 선제적으로 법안을 발의하였습니다”라고 적고 관련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영선 의원이 주최자가 없는 지역 행사에서도 관할 지자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재난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이 당시는 민간인 명태균 씨가 김영선 의원의 세비를 매달 절반씩 받아 챙겼고, 창원 국가산단 유치를 막후에서 지휘하는 등 막강한 실력을 과시할 때다. 따라서 민주당의 공격을 사전에 방지하는 목적으로 김영선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명태균의 지시에 따른 행위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들의 SNS 대화를 보면, 명태균은 대선 전에는 '킹메이커', 당선 후에는 '비선 실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에는 명 씨와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명 씨는 계속해서 윤 대통령 부부와 소통하면서, 때로 국정에 대한 자문까지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명 씨에게 보답 차원으로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줬다는 '공천 개입' 의혹도 사실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결국 그들의 '은밀한 대화' SNS를 이미 증거로 확보한 검찰이 성역 없이 수사에 나설 것이냐는 문제만 남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