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민신문] “수명 다한 고리원전 1호기 폐기해야 한다”

2014년 09월 02일 14시 51분

가장 오래된 고리원전 
잦은 사고에 불량 부품
수명 다 했는데 10년 연장
다시 연장 가동하려 해

고리원전 2호기는 지난달 25일 폭우 때 빗물이 취수건물에 스며들자 원전가동을 멈췄다. 단순히 빗물 정도에 원전 가동이 중단된 것이다. 이처럼 원전은 그동안 수없이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켜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이에 본지(양산시민신문)는 창간11주년을 맞아 양산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고리원전을 취재했다.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박종권 공동의장이 자문하고 자료를 제공했다. <편집자 주>

사고 나면 대형 참사… 무관심한 시민들 

양산은 고리원전으로부터 불과 25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고리원전에서 대형 사고가 나면 30만 양산시민은 직접 피해를 보게 되고 20만명은 피난을 떠나야 한다. 

우리는 원전 사고로 수많은 인명이 사상됐고 원전이 있던 지역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불모의 땅으로 변한 체르노빌과 불과 3년 전 일어난 끔찍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원전이 일으키는 각종 사고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지만 정작 원전사고 피해를 볼 수 있는 양산시민은 무관심하기만 하다. 더구나 정부는 수명이 다한 고리 1호기를 연장 가동하고도 또다시 연장하려는 시국이다.    

고리 1호기에서 대형 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2011년 신동아가 보도한 ‘고리 1호기 사고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경악할 정도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성은 고리원전 1호기에서 원전이 일으키는 가장 대형사고인 7등급 사고가 나면 즉사 3천864명, 50% 사망 5천323명, 30일 이내 사망 1만5천200명, 10년 이내 사망자는 3만9천100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유전질환 고통자 24만6천명, 허용치 이상 피폭자는 159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등과 최근 세월호 참사와는 비교도 안 되는 초대형 인명사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끔찍한 예견이다. 양산시민은 고리 1호기에서 이와 같은 사고가 나면 불과 두 시간이면 피해를 보게 되는 거리에 살고 있다. 결코 남의 동네 일이 아니다.  

수명 다한 원전, 연장하면 재앙 올 수도 

고리원전 1호기는 1978년 상업용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기장군 고리 바닷가에 지어졌다. 원전 수명은 30년, 계획대로라면 지난 2007년 고리원전은 폐기됐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가 2017년까지 10년 연장했다. 내년에 고리원전 폐기를 결정해야 하는데 최근 정부가 원전가동을 다시 연장하려 한다는 여론이 나돌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국회의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 1호기 예비안전성 평가를 위해 한국전력기술에 용역을 발주했다”며 “이 예비안정성 평가에는 원자로 압력용기, 원자로 내부구조물 등 수명 연장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주요 쟁점 사항을 대부분 담고 있다”고 했다.

▲ 정부가 수명이 다한 원전을 10년간 연장 가동하고도 또 연장 가동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리 1호기. ⓒ양산시민신문

박종권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고리 1호기 수명을 연장하려는 의혹이 든다. 고리 1호기는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수명이 다하고도 지난 10년간 연장 가동했는데 또 연장 가동하면 어떤 재앙을 몰고 올지 모른다”며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리 1호기 원자로를 준공한 1978년에는 우리나라 원전 기술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져 있었던 때라 더 이상 연장 가동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 한 예로 원자로는 150기압 이상과 320℃ 이상 열을 견뎌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원자로가 한 주물에서 구워낸 한 통이어야 한다. 하지만 고리 1호기 원자로는 세 개를 따로 주물에 구워 내 용접으로 붙여서 만든 것이라 안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취성화 현상에 불량부품 단골, 고리원전   

고리 1호기 원자로에서 취성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원자로는 계속 열을 받으므로 오래되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리원전 1호기 원자로의 취성화 온도는 가동 1년 만에 82℃, 1999년에는 107℃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한다. 

유난히 불량부품 사용이 잦았던 것도 고리원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요인이다. 큰 사고가 나면 인명이 살상되는 원전에 새 부품으로 갈아야 할 것을 중고품으로 대체한 사건, 그리고 아예 보고하지 않은 사고와 축소, 은폐한 사고도 많다고 보고 있다. 

박 의장은 “우리나라 모든 원전에서 일어난 사고 620회 가운데 20% 정도는 고리원전에서 일어난 사고”라고 했다.      

이어 “원전은 건설 초창기와 수명이 다할 무렵에 대형 사고가 난다. 미국 스리마일 원전은 가동 3개월 만에, 체르노빌은 가동한 지 4년 만에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는 가동기한 말기에 터졌다”며 고리원전 1호기 연장 가동 위험성을 경고했다. 

필리핀은 원전 2기를 지어 놓고도 시민 반대로 가동을 못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역시 원전 2기를 준공했지만 시민 투표결과 반대가 0.9% 차이로 많아 원전을 가동하지 못하고 8년을 기다리다가 체르노빌 사고 후 폐기했다. 대만도 96%까지 원전 공사를 했지만 3년 동안 공사를 중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새로 짓는 원전도 가동을 안 하는데 이미 수명이 다한 고리원전 1호기를 더 연장하자는 것은 국민 안전에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시민이 나서 원전 연장 가동 막아야 

지난 6.4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 서병수 후보와 울산시장 김기현 후보는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을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고리 1호기 수명연장 찬반을 밝히지 않았으며, 나동연 시장은 후보 토론회에서 ‘원전 정책은 정부 몫’으로 규정했다. 

박 의장은 “전 세계 원전 전문가들이 다음 원전 사고는 프랑스와 한국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사고 역시 사고 2년 전 동경전력에 사고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비용문제 때문에 묵살됐고 결국 대형사고를 당했다”고 말한다. 

그는 또 “고리 1호기의 위험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만약 고리원전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한다면 수백만 시민이 방사능에 피폭될 것이다. 수많은 공장이 문을 닫을 것이고 집과 직장을 포기하고 대피해야 하는 시민도 수십만명이 될 것이다. 불과 3년 전 일본에서 그랬다”며 고리 1호기 원전은 반드시 폐기해야 하며 30만 양산시민과 나동연 시장도 고리 1호기  폐기운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 고리원전 1호기는? 1971년 11월 착공해 1978년 4월에 상업가동을 시작한 원전으로,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다. 고리원전 1호기는 연간 47억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2007년 6월, 30년 설계 수명이 끝났으나 10년 연장 가동하고 있다. 양산시청과 불과 23km 거리에 있다. 

양산시민신문 한관호 기자 hohan1210@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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