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큐] 윤석열의 내란-계엄을 막은 사람들
2024년 12월 22일 19시 50분
지금도 제주 강정마을에서는 카톨릭 신부들의 평화를 위한 미사가 드려지고 있습니다. 신부들은 왜 거기들 그렇게 하고 있는가. 왜!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답을 구하려면 먼저 나는 어떤 이야기에 한 부분인가를 이해해야만 한다고 한 정치 철학자가 말한 적이 있습니다.
6년쯤 전의 일입니다. 경남 마산시가 수정만 일대를 매립해서 STX중공업 조선소 부지로 내주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일이 진행되는 건 비슷합니다. 먼저 이해득실에 밝은 사람 몇을 골라서 주민 대표로 만듭니다. 또 그 주변사람들을 모아서 마을 주민 총회를 열고 박수 치고 통과시키고 계약서 얼른 쓰고 일이 진행됩니다.
그 마을에 수녀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업자들은 수녀들을 찾아가서 몇백 억 원을 보상금으로 주겠다. 아예 다른 곳에 멋진 수도원을 하나 새로 지어주겠다. 이렇게 회유를 하면서 마을을 떠나라고 했습니다.
수녀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제 살 터전을 잃고 보나마나 도시 빈민으로 전락할 것이 뻔한 마을 사람들을 두고 우리가 떠날 수 있는 것인가. 그래서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수녀원 본원에 질의서를 냈습니다. 어찌할까요.
본원에서 답이 내려왔습니다. 짤막하게. 거기 남아라. 거기서 그들과 함께 죽어라. 그 후 3년 이 넘게 수녀들은 거리에서, 광장에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디 찬 땅바닥에서 기도하고 찬송을 부르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싸웠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6월 조선소 건립 계획은 완전히 취소됐습니다.
수녀들이 얻은 답. 강정마을 신부들이 붙들고 있는 답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기독교 2천 년 역사 속에서 이어져 내려온 답입니다. 유명한 장면이죠. 제자 베드로가 예수에게 묻습니다. 코바디스 도미네. 주여 어디로 가십니까. 예수가 대답을 하십니다. 니가 나의 사람들을 버리고 도망친다면 나는 돌아가 다시 한 번 십자가에 못 박히겠다. 신부와 수녀들은 자신들이 바로 이 이야기의 한 부분인 걸 알고 있는 겁니다.
우리들도 어떤 이야기의 한 부분입니다. 평택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은 전태일 총계피복 노조 이야기에 한 부분입니다. 부산일보 파업은 유신독재정권에 맞섰던 부마항쟁 이야기의 한 자락입니다. 국민일보의 파업은 교회의 타락과 교회 권력의 세습에 항거했던 종교개혁 이야기의 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방송통신사 노조의 파업은 70년대 동아, 조선 자유 언론 수호투쟁의 한 부분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어떤 이야기의 한 부분입니다.
오늘은 청와대와 정부의 강욕 관부들에게 한 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도대체 그대들은 어떤 이야기의 한 부분인가. 친일, 미군정, 이승만 독재정권에 이어지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제3공화국 유신개발 독재 그리고 5공 군부정권이 이어져 내려온 한 이야기인가. 그것도 아니면 문민, 민주, 개혁정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한 부분인가.
한 번 거울을 앞에 놓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이것이 나의 진정한 모습인가. 대한민국 정부가 이게 전부인가. 우리는 진정 어떤 이야기의 한 부분이어야만 하는가.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구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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