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입법활동의 일환으로 다양한 토론회나 세미나가 열린다. 2022년 4월 1일부터 2024년 8월 16일까지 국회의원 정책세미나는 모두 3,981건이 열렸다. 이 가운데 세미나 제목에 괴담⋅뉴스⋅방송⋅신문⋅언론⋅저널리즘 등 언론 관련 키워드가 포함된 세미나는 79건이다.
공동취재팀은 먼저 이 세미나 79건의 주최⋅주관⋅발제⋅토론⋅참석 인물과 단체를 분석해 국회에서 미디어 정책과 관련해 어떠한 논의가 누구에 의해 이뤄졌는지 확인했다.
취재팀은 국회에서 열린 언론 관련 세미나에 두 번 이상 같이 참여한 인물들의 네트워크를 그렸다. 국민의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네트워크가 확연히 구분된다. 두 정당이 미디어 정책을 의논하는 전문가 또는 인물 그룹이 양분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세 번 이상 같은 세미나에 참여한 인물끼리 연결하면 갈림 현상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 관련 세미나의 경우 3회 이상 참여한 외부 인사는 거의 없다. 반면 국민의힘 관련 세미나에서는 현 정부에서 언론 관련 주요 자리에 앉은 이인철 KBS 이사, 황근 KBS 이사, 윤길용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김백 YTN 사장 등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자유언론국민연합, 새미래포럼, 공정언론국민연대, 범시민사회단체연합 같은 단체의 참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국민의힘의 경우 미디어 문제와 관련해서 외부 인사 및 집단과의 유착 관계가 두드러지고 자리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 단체별 국회 미디어정책 세미나 주최⋅주관 횟수
국회에서 미디어 정책 관련 세미나에 특정 단체들이 빈번히 등장하기 시작한 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다. 자유언론국민연합, 미디어미래비전포럼, 공정언론국민연대, 새미래포럼이 대표적이다. 이 4개 단체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년간 거의 매달 번갈아 가며 국회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관하는 세미나에 공동주최⋅공동주관으로 참여했다.
취재팀이 조사한 기간(2022.4.17.~2024.8.16.)에 미디어미래비전포럼과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참여한 세미나가 각 9회로 가장 많았고, 새미래포럼 6회, 공정언론국민연대 5회로 나타났다. 언론 관련 공식 학회인 한국언론정보학회, 집권당 공식 조직인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별위원회,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등이 같은 기간 3회인 것과 비교하면 4개 단체(자유언론국민연합, 미디어미래비전포럼, 공정언론국민연대, 새미래포럼)의 국회 세미나 등장 빈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공영방송 민영화, 가짜뉴스 근절 등이 세미나 주제
이들 4개 단체와 국민의힘 미디어특위가 주최⋅주관한 세미나의 경우 이른바 ‘가짜뉴스’를 주제로 한 사례가 다수 확인된다.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새미래포럼, 자유언론국민연합은 국민의힘 ‘가짜뉴스 괴담 방지 특별위원회’(김장겸 위원장),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윤두현 위원장)와 를 제목으로 개최한 세미나를 공동주최했다.
이것 외에도 각 단체는 , , 등의 세미나를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열었다. 겉으로 보면 가짜뉴스를 근절하자는 일반론적 얘기가 세미나 주제인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비판언론을 옥죄기 위한 목적이 드러난다.
이들 4개 단체가 주최 또는 주관한 세미나 18건 중 절반인 9건은 ‘공영방송’을 주제로 다뤘다. 주로 현 MBC 등의 공영방송을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 , 등 세미나 제목만 봐도 이들의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2022년 12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새미래포럼, 자유언론국민연합이 공동 주최한 라는 제목의 세미나가 열렸는데, 당시 김장겸 전MBC 사장이 좌장으로 참여했으며, 발제는 황근 선문대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 윤길용 전 울산 MBC 사장, 이인철 전 방문진 이사, 차기환 전 방문진 이사가 참여했다.
새미래포럼, 공정언론국민연대는 모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탄생해 그 역사가 1년 8개월~2년 2개월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2021년 11월 29일 창립돼 그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미디어미래비전포럼’조차 2년 8개월이다. 그리고 이런 단체에서 활동한 주요 인물 중 상당수가 윤석열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행사한 인사권에 따라 언론계 주요 자리를 받았다. 물론 정계 진출 인물도 있다. 김장겸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장겸과 김기현
미디어미래비전포럼이 주최⋅주관한 세미나에 가장 많이 참여한 인물은 미디어미래비전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다가 국민의힘 비례대표를 받아 22대 국회에 입성한 김장겸 의원이다. 김 의원은 국회 입성 전까지 5회, 입성 후 국민의힘 의원으로서 2회 미디어미래비전포럼과 함께 세미나를 열거나 거기에 참석했다.
김 의원 다음으로 많이 참여한 인물은 구종상 상임대표로 공영방송 개혁, 가짜뉴스 관련 세미나에 총 5회 참석했다. 구종상 대표가 좌장을 맡은 미디어미래비전포럼의 모든 세미나에는 김장겸 의원이 미디어미래비전포럼 공동대표로 참석하거나, 국민의힘 의원으로서 주관 역할을 맡았다.
자유언론국민연합과 새미래포럼이 주최⋅주관한 세미나 참여 1위 인물 역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 의원은 새미래포럼의 고문을 맡은 바 있다. 두 단체의 참여 2위 인물은 황근 선문대 교수이다. 황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해임된 KBS 이사의 빈자리에 보궐이사로 선임됐고 최근 KBS 이사로 재선임됐다.
황근은 두 단체의 세미나에서 발제, 좌장 역할을 가장 많이 맡았다. 자유언론국민연합 세미나에서 총 7회, 새미래포럼 세미나에서 4회 발제 또는 좌장을 맡았는데 대부분 이른바 ‘공영방송 개혁안’을 다뤘다.
자유언론국민연합, 새미래포럼 두 단체가 앞선 미디어미래비전포럼과 구별되는 특징은 김기현 의원실과의 관계다. 미디어미래비전포럼 행사는 국민의힘 가짜뉴스 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 등 국민의힘 조직과 공동으로 열리거나 윤두현, 홍석준, 권성동, 김장겸 의원실 등 여러 국민의힘 의원과 번갈아 주최했다.
한편 김기현 의원실은 미디어 정책 세미나를 총 3회 주최했는데, 모두 자유언론국민연합, 새미래포럼과 함께 열었다. 새미래포럼 창립을 기념해 2022년 11월 새미래포럼 주관, 새미래포럼⋅자유언론국민연합 공동주최로 1회, 다음 달인 12월 똑같이 새미래포럼 주관, 새미래포럼⋅자유언론국민연합과 공동주최 1회, 2024년 7월 새미래포럼 주관, 자유언론국민연합 주최로 1회 더 열었다. 김기현 의원은 새미래포럼 상임고문을 맡은 바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새미래포럼을 김기현 의원의 언론 관련 싱크탱크로 소개하기도 했다.
‘공언련’은 공영방송 간부나 소수 노조 출신으로 구성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의 또 다른 한 축은 공언련, 즉 공정언론국민연대다. 이 단체 또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설립됐다. 공언련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KBS, MBC, YTN 등의 공영방송 사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인물들과 언론노조 소속이 아닌 보수 성향의 소수 노조 관련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공언련 세미나 참여도 1위 인물은 오정환 MBC 제3노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집계됐다. 오정환 위원장 5회, KBS 출신인 최철호 공언련 1기 상임대표 4회, YTN 출신의 이홍렬 공언련 1기 모니터단장 3회,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 3회로 나타난다.
박성중 의원, 윤두현 의원, 허엽 KBS 이사, 홍세욱 공언련 이사, 김백 공언련 1기 이사장 등도 공언련 세미나에 주최, 발제, 토론 등으로 참여했다. 공언련 세미나 참석자의 특징은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언론장악 핵심 인물로 자리했다는 점이다. 최철호 상임대표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김백 이사장은 사영화된 YTN 사장으로 선임됐다.
공언련 세미나는 다른 단체의 세미나와 달리 언론계 유명 인사나 언론학 교수를 초대하기보다 자체적으로 인물을 수급해 진행하는 점이 또 다른 특징이다. 공언련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과 공동 주최한 (2022,7.29.) 세미나의 토론자 7명 중 5명이 공언련 소속이었다.
마찬가지로 공언련이 주관한 (2023.2.27.) 또한 윤두현 의원실과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별위원회와 공동주최다. 이날 참여한 4개 단체는 모두 공언련 가맹단체이고, 토론자로 참석한 5명 가운데 4명이 공언련 인물로 확인됐다.
공언련이 가맹단체인 대안연대, 미디어미래비전포럼과 공동주관한 (2023.5.9.) 세미나의 경우, 권성동 홍석준 의원실과 공동주최한 단체는 모두 공언련 가맹단체이고, 토론자 5명 모두 공언련 소속이거나 가맹단체 소속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토론회나 세미나의 주관, 주최 단체를 살펴보면 겉으로는 많은 단체가 함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름 달라도 주소 같고, 핵심 인물도 겹쳐
윤석열 정부 언론 장악의 홍위병 역할을 하는 단체들은 크게 하나의 특징을 가진 그룹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들의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새미래포럼’을 중심으로 한 그룹과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를 중심으로 한 그룹 등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위 그림에서 왼쪽 덩어리에 위치한 인물은 대부분 새미래포럼,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소속이고, 오른쪽 덩어리에 위치한 인물들은 공언련과 그 전신인 국민언론감시연대, 불공정방송감시단 등에 소속된 인물이다.
왼쪽에 모여 있는 새미래포럼,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자유언론국민연합은 단체 등록 주소지가 모두 동일하다. 서로 다른 단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에 있는 주소지를 공유한다.
이들은 하나의 행사에 주최, 주관, 후원 역할을 나눠맡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2023년 12월 열린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출범식은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주최하고 새미래포럼이 후원한 행사다. 하나의 주소지를 공유하는 그룹이 세 개 단체 이름으로 개최한 행사에서 ‘주최’와 ‘후원’을 하고 ‘출범’도 한 셈이다. 종로빌딩의 같은 주소지로 등록된 단체는 이들 3개 단체 이외에도 자유민주국민연합, 엔지오프레스(자유연대), 한국NGO연합 등이 더 있다.
이들 단체의 임원을 맡은 인물들 또한 겹친다. 박준식 자유언론국민연합 집행위원장/사무총장은 새미래포럼의 사무총장이고, 신창섭 자유언론국민연합 집행위원은 새미래포럼 정책위원장이며, 이준용 자유언론국민연합 대표는 새미래포럼 집행위원장을 맡는 식이다.
▲ 새미래포럼 출신 인사
▲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출신 인사
오른쪽 그룹의 핵심은 공언련, 즉 공정언론국민연대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한 달 뒤인 2022년 6월 공언련 창립대회에 참석한 박성중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여러분 덕분에 선거에서 이겼다”며 “공언련 아니면 질 뻔했다. 은혜 잊지 않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공언련은 윤석열 정부 및 집권여당과 밀접한 관계다. 공언련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72길, 00호’를 주소지로 등록했다. 이 주소는 공언련의 사업조직인 공정미디어연대와 공언련이 만든 매체인 '미디어X'도 함께 사용한다.
▲ 공정언론국민연대 출신 인사
공언련과 미디어연대 관련 인사, 언론 방송 기관 진출 두드러져
윤석열 정부에선 유독 언론 관련 시민단체를 표방하는 신생 조직 출신 인사들의 언론 유관 기관 진출이 두드러진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권재홍 22대 국회의원선거방송심의위원 등이 대표적인 공언련 출신 인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생겨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공언련은 국민의힘 추천 인사 몫을 꾸준히 가져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최철호 전 공언련 대표를 추천했고, 2024 하반기 재보궐선거 선거기사심의위원회에도 이영태 공언련 감사를 추천했다. 지난 22대 총선 기간 공언련 관련 인사가 2명(공언련 추천 몫 권재홍 공언련 2기 이사장, 국민의힘 추천 몫 최철호 공언련 1기 상임대표) 포함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역대급 법정 제재를 남발하며 표적 심의, 과잉 제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선방위에 접수된 정당 단체 민원 181건은 모두 국민의힘과 공언련에서 제기한 것이었다.
공언련과 그 전신인 국민언론감시연대 발기인이기도 한 이진숙 방통위원장(현재 직무정지)은 취임 당일인 지난 7월 31일 방문진과 KBS 이사 선임안 의결을 강행했다.(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6일 이진숙의 방문진 이사 선임에 대해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진숙이 7월 31일 임명한 KBS 이사 7명 중 2명,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6명 중 2명이 공언련, 새미래포럼과 그 유사 단체 출신 인사였다. KBS는 올해 9월 임기를 시작하는 시청자위원회에 공언련, 자유언론국민연합 등 보수 언론 단체의 추천 인사를 임명하기도 했다. 이전 기수와 비교하면 언론⋅방송학회 몫이 보수 시민단체 몫으로 넘어간 셈이다.
▲ 신임 KBS, 방문진 이사 중 이인철, 허엽, 윤길용, 이우용의 이력
미디어연대 출신 인사도 눈에 띈다. 이 단체는 조맹기, 심원택, 황우섭 공동대표 체제로 2018년 4월 출범했다. 미디어연대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요직을 꿰찬 인물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대표적이다. 류희림 체제에서 방심위에는 류희림의 가족과 친인척, 지인 등이 무더기로 민원을 접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중에는 박우귀 사무처장 등 미디어연대 관계자들이 접수한 민원도 확인됐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미디어연대 대표를 지낸 바 있다. 류희림 위원장 외에도 방심위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인 박우귀, 통신자문특별위원회 위원인 장옥님 등도 미디어연대 출신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연대는 2023년 7월 국회에서 를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과 공동주최, 주관하기도 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이 분석한 각 단체 출신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어떤 요직에 진출했는지 아래 페이지를 통해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