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서울 용산 미군기지 중 한 곳인 캠프 킴. 부지 내 토양에서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용산 미군기지 중 한 곳인 '캠프 킴'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용산 미군기지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이옥신은 WHO(세계보건기구) 산하 IRAC(국제 암연구소)에서 1군 발암물질로 규정된 맹독성 발암물질이다.
캠프 킴은 지난 10월 열린 제 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국 측이 반환 가능하다고 밝힌 17개 미군기지 중 한 곳이다. 뉴스타파가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한 주한미군 관계자는 미국 측이 캠프 킴을 올해 안에 한국에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캠프 킴, 최고농도 400pg 초과 다이옥신 검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환경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입수한 미군기지 캠프 킴 환경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지 내 19개 지점 토양에서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캠프 킴은 서울 지하철 1호선 남영역 인근에 있다. 면적은 4만 6천여 제곱미터다. 기지 내에는 자동차 관리센터, 차량검사소, 유해폐기물 보관소, 유류저장탱크 등이 있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캠프 킴에 대해 지난 2월 3일과 6월~7월 약 두달 가량 토양오염 조사, 지하수 오염 조사 등을 실시했다.
캠프 킴에서 검출된 다이옥신 평균 농도는 40.129pg I-TEQ/g(TEQ는 독성등가량), 최고 농도 407.405 pg I-TEQ/g까지 검출됐다. 앞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의 정화 기준은 100 pg이다. 이 기준대로 하면 캠프 킴 내 다이옥신 조사 대상 지역 19개 지점 중 3개 지점에서 기준을 넘는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 사진 : 캠프 킴에서 검출된 다이옥신. 모두 3개 지점, 4개 시료에서 100pg이 넘는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우리나라 토양환경보전법에는 아직 다이옥신에 대한 토양오염 우려기준이 없다. 지난 2017년 부평의 미군기지 캠프 마켓에서 고농도의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다이옥신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오염 우려 기준도 만들고 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자전거보관소' 부근에서 최고농도 검출
용산 미군기지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군기지 다이옥신 검출 사례로는 부평 캠프 마켓과 부산 DRMO(군수물자재활용유통사업소) 이후 세번째다. 부평 캠프 마켓의 다이옥신 검출 부지 역시 DRMO 부지로 쓰였던 곳이다. 앞서 녹색연합은 2019년 부산 미군기지 다이옥신 검출을 지적하며 "다이옥신이 검출된 부평과 부산 모두 DRMO 기지"라고 밝혔다. 다이옥신은 쓰레기나 플라스틱 등에 포함된 염소 성분이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화학물질이다. 보통 쓰레기 소각장 등에서 검출된다.
그러나 캠프 킴에서 최고농도의 다이옥신이 검출된 지점은 '자전거보관소' 부근이다. 미군 측이 환경조사를 위해 환경부에 제공한 기초환경정보(BEI)에 따르면, 최고 농도 다이옥신 검출 지점은 도면상 한가운데 지점으로, 캠프 킴 중심부의 교환소 건물 바로 앞이자 자전거보관소 부근이다. 100 pg이 넘는 다이옥신이 검출된 다른 2개의 지점은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확인할 수 없다.
신수연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토양에서 다이옥신이 나오는 경우가 굉장히 드문 경우”라며 “이 안에서 유해 폐기물을 소각했는지, 매립했는지 등을 알 수가 없다. 환경오염 사고 등 미군이 관리하고 있는 환경 기록이 충분히 공유가 안 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 환경부 환경조사보고서에 있는 캠프 킴 도면 사진. 미군 측이 제공한 기초환경정보(BEI)에 따르면 T1232는 교환소, T1266은 자전거보관소로 돼있다. 최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된 지점은 T1232와 T1266 사이 지점이다.
유류오염, 중금속 오염도 범벅
▲사진 : 캠프 킴 토양오염 우려기준 초과현황
캠프킴에서는 다이옥신 외에 유류 오염, 중금속 오염 물질도 다량 검출됐다. 1군 발암물질인 벤젠이 토양오염 1지역 우려기준을 3.4배, 비소가 1.4배 초과해 검출됐다. 유류 오염 지표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1지역 우려기준을 약 34배 초과했다. 카드뮴, 구리, 납, 아연 등도 모두 기준치를 초과했는데, 납의 경우 1지역 우려기준을 약 263배 초과해 검출됐다.
▲사진 : 환경부 대상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캠프 킴과 사우스포스트 일부 지역에 대한 환경조사 보고서.
해당 환경조사보고서는 미군기지 반환 협상을 위해 작성됐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2월, 제200차 소파 합동위원회를 열고 용산미군기지 반환 협상을 개시하는 데 합의했다. 미군기지 반환 협상이 개시되면 환경 조사 및 환경 협의 ·반환 건의·반환 최종 승인 순으로 협상이 진행된다. 이에 따라 용산 미군기지(용산공원 특별법상 본체부지와 산재부지)에서는 캠프킴과 사우스포스트 일부 부지에 대해 환경조사보고서가 작성됐다.
본체부지인 사우스포스트도 각종 오염
▲사진 : 사우스포스트 A1구역 토양오염 우려기준 초과 현황. A1 구역은 국립중앙박물관 윗쪽 부지로, 소프트볼경기장, 골프연습장 등이 있었던 부지다.
▲사진 : 사우스포스트 A2 구역 토양오염우려기준 초과 현황. A2 구역은 사우스포스트 동쪽 일부 부지로, 테니스장과 다목적 경기장, 농구장 등이 있었던 부지다.
사우스포스트의 경우 전체 부지 중 일부에 대해서만 환경 조사가 이뤄졌지만 역시 발암물질과 유류 오염 물질, 중금속 오염 등이 골고루 검출됐다. 조사는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이뤄졌다.
국립박물관 윗쪽(A1)의 경우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1지역 우려기준을 약 36배 초과해 검출됐다. 이 지역 지하수 역시 석유계총탄화수소가 지하수정화기준을 4.6배 초과해 검출됐다. 이 부지는 소프트볼 경기장, 골프연습장, 테니스장 등으로 사용됐다. 현재 개방돼있는 장교숙소 5단지의 윗쪽(A2) 지역은 석유계총탄화수소, 비소, 구리 , 납, 아연, 불소 등이 토양 오염 1지역 우려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 이 부지 역시 테니스장, 다목적 경기장, 농구장 등으로 사용됐다.
현재 우리 정부는 용산미군기지 중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를 본체부지로, 캠프킴과 유엔사 부지(기반환), 수송부 부지를 산재부지로 규정해 관리하고 있다. 본체부지는 용산 공원으로, 산재 부지는 주거 및 문화·상업시설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