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란 유가족 최초 인터뷰...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2023년 07월 10일 15시 25분

뉴스타파는 '이태원 참사' 이란인 유가족들과 인터뷰했다. 이란 유가족들은 "한국 정부가 자신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기본적인 지원도 하지 않고 있으며,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정보도 전혀 제공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이란 국적 희생자 유가족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 26명 중 이란인은 5명으로 가장 많다.

이태원 참사 이란 유가족 국내 언론 최초 인터뷰

뉴스타파는 지난달 22일 이태원 참사 이란 유가족 두 명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 알리 파라칸트(Ali Parakaand) 씨의 고모 마나즈 파라칸트(Mahnaz Paraakand) 씨와 고 알리레자 올리에(Alireza Oliaee) 씨의 누나 라나 올리에(Rana Oliaee) 씨다. 마나즈 씨는 노르웨이에, 라나 씨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거주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이란 희생자인 고 알리 파라칸트(Ali Parakaand) 씨의 고모 마나즈 파라칸트(Mahnaz Paraakand) 씨(왼쪽)와 고 알리레자 올리에(Alireza Oliaee) 씨의 누나 라나 올리에(Rana Oliaee) 씨.
두 사람은 알리와 알리레자 씨에 대해 "한국을 무척 좋아했다"고 말했다. 알리 씨는 이란에서 도시공학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지난 2022년 8월 박사 과정 학생으로 한국을 찾았다가 희생됐다. 2020년 한국에 온 알리레자 씨 역시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토목 공학 박사 과정을 이수중이었다. 마나즈 씨는 "알리는 한국의 민주적인 사회 분위기랑 발전된 기술 수준에 대해 자주 얘기했다"고 말했다. 
알리는 한국을 좋아했어요. 알리가 3개월간 한국에 있을 때 나는 알리가 아주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알리는 한국에 간 뒤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보냈습니다. 한국은 아주 깔끔하고, 정리정돈이 잘 돼 있고, 기술이 발전된 곳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한국 사람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학교 얘기도 많이 하고요.

마나즈 파라칸트 씨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알리 파라칸트 씨의 고모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는 소식은 유가족들에게 믿을 수 없는 얘기였다. 마나즈 씨는 "(참사 다음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 알리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기다려도 답장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이란에 있는 알리의 친구가 알리 형인 무함마드에게 전화해서 '이태원 사망자 중 한 명이 알리다'라고 얘기했다. 무함마드가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주한국 이란 대사관에 연락했는데, 대사관에서 '맞다'고 했단다"고 말했다. 
라나 씨는 "알리레자와 마지막으로 통화할 때 파티에 갈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참사 다음날) 딸과 학교에 갔다 왔는데 엄마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알리레자가 연락이 없다고. 그래서 저는 엄마한테 내가 연락해볼테니 걱정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지금 이란TV에서 안 좋은 뉴스가 나오고 있는데, 한국에서 아주 비극적인 충돌 사고가 있다는 자막을 봤다고 합니다. 저는 너무 걱정이 되긴 했지만, 전화기를 잃어버린건지, 팔이 다치던지 손이 다치던지, 그 정도 걱정만 했어요. 결국 주한국 이란 대사관에 확인을 부탁했고, 대사관 직원한테 연락이 왔는데 ‘알리레자의 시체가 확인됐다’고 거였습니다.

라나 올리에 씨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알리레자 올리에 씨의 누나
먼 타국에서 순식간에 가족을 잃은 이란 유가족들은 혼란스럽기만 했다고 한다. 당장 무슨 일부터 해야 하는지, 한국에는 갈 수 있는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거의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이란 유가족들은 참사가 벌어진 뒤 한국에 가지도 못했다. 마나즈 씨는 "알리 부모님은 모두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알리의 형도 부모님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 한국에 못 갔다"고 말했다. 
이란 유가족들이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건 가족의 사망진단서 등이 들어 있는 서류 봉투 하나가 전부였다고 한다. 주이란 한국 대사관에 연락해 "왜 참사가 발생한 것인지" 등을 물었지만, 대사관에서는 "모른다"는 말이 전부였다. 이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연락이 온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란 유가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참사 발생 열흘 후 이란 공항으로 송환돼 돌아온 희생자를 처음 만났다. 라나 씨는 "처음에는 테헤란으로 시신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마샤드(이란의 도시)로 보내줬다. 공항으로 시신을 받으러 차로 1시간 넘게 갔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이란인 희생자인 고 알리 파라칸트(Ali Parakaand) 씨(왼쪽)와 고 알리레자 올리에(Alireza Oliaee) 씨.

외국인 유가족 지원한다던 외교부..."연락 한 번 없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지원 체계는 현재 이원화 돼 운영되고 있다. 한국인 유가족은 행정안전부(행안부)에서, 외국인 유가족은 외교부에서 지원, 관리한다. 그동안 행안부는 한국인 유가족에 대해 참사 직후 1대1 공무원을 매칭해 각종 행정 지원을 했다. 또 행안부 내에 이태원 참사 지원단을 두고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을 접수받고 가능한 선에서 민원을 해결해 왔다.  
그렇다면 외교부는 지금까지 외국인 유가족들을 위해 어떤 일을 했을까. 이란 유가족에 따르면, 외교부가 한 일은 전혀 없다. 장례비 지원 사실을 전달한 게 전부라고 한다. 마나즈 씨는 "우리 가족이 한국 외교부나 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희생자들 시신이 이란에 도착하는 날 한국 대사가 와서 인사하고 '미안하다'고 말한 게 다였다"고 말했다. 라나 씨는 "한국 정부가 주기로 한 장례비도 도착을 안 해서 한국 대사관에 연락했는데, 직원들 모두 모른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외국인 유가족들을 지원해 온 이진혜 변호사는 "이란 유가족들이 한국 외교부로부터 행정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돌아가시면 일 처리하는 게 꽤 복잡하거든요. 상속분이나 유품, 은행 잔고 등 처리하고 세금 신고하는 거. 그런 것들이 현실적으로 힘든데 그런 거를 딱 믿고 맡길 만한 게 잘 안되니까, 유가족분들이 많이 고생을 하시죠. 제가 들은 사례로는 (주한국) 이란 대사관에서 도와주셨다는 거 말고는 어떤 제3의 공공기관에서 도와줬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 '(희생자) 장례식에 대사관 직원이 참석을 했었다'라는 말은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이후 어떤 소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유가족분들은 '거의 없었다'라고 말씀하시거든요.

이진혜 변호사 / 민변 이태원 참사 TF 외국인 지원팀

정신과 치료비도 모두 자비로 부담... 의료비 지원 '외국인 사각지대'

뉴스타파와 인터뷰 한 이란 유가족 두 명은 모두 "가족들이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라나 씨는 "멀쩡한 사람이 없다. 심지어 7살 조카도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조카는 집에서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죽을 수도 있다면서 겁에 질려 한다"고 했다. 또 "정신과 치료 비용은 모두 가족이 자비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만든 이태원 참사 의료비 지원 지침에 따르면, 한국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만 의료비 지원이 가능하다. 전체 희생자 159명 중 외국인이 26명에 달하지만, 한국에 살지 않는 대다수 외국인 유가족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지침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외국인 유가족들은 의료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 기준 의료비가 지원된 외국인 유가족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그 사이 한국인 유가족은 47명이 의료비를 지원받았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 기준 의료비를 지원받은 이태원 참사 외국인 유가족은 한 명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는 "(유가족들이) 한국에 와서 치료를 받는다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란 유가족 라나 씨는 "이란 유가족이 한국에 가 치료를 받는 건 힘들다. 할 수 없는 일이다. 거리도 문제지만, 그 나라에서 가족이 죽었다. 내 딸도 원래는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는 안 가고 싶다고 한다. '어떻게 삼촌이 죽은 나라에 갈 수 있느냐'고 한다"고 말했다.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의료비를 지원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마나즈 씨는 "한국은 완전히 민주적인 나라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사람을 차별 대우할 것이라고는 절대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진혜 변호사는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 때 생각해 보면 유증상자는 격리 시설에 갔는데, 그 비용은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다 지원했다. 그렇게 방역 정책에서는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지원했는데, 이태원 참사 유가족 지원할 때는 외국인은 안 된다고 할 근거는 부족한 것 같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돈이 나간다는 이유로 '국내 병원 이용 시만 가능하다'라고 한다면 그건 국적에 따른 차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우리 정부는 외국인도 누구든 국가트라우마센터를 통해 정신적 후유증 치료를 위한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해 왔다. 국가트라우마센터 관계자는 "화상 통화를 이용하면 되고, 통역도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이란 유가족들은 심리 상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한국 외교부나 대사관으로부터 심리 상담 프로그램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 5월 18일 기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받은 해외 거주 외국인은 3명에 불과하다. 

외국인 유가족 '알권리'에 무관심한 한국 정부... "깜깜한 방에 있는 것 같다"

이태원 참사 외국인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지원 뿐만이 아니다. 이란 유가족들은 적절한 정보 제공도 원하고 있다. 외국인 유가족들은 한국인 유가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태원 참사 관련 소식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영어권 국가에서는 참사 초기 여러 외신 보도를 통해 정보를 얻었지만, 지금은 외신 보도도 뜸해진 상태다. 또 이란과 같이 인터넷과 언론이 정부의 통제를 받는 국가의 경우, 정보를 얻기는 더욱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외국인과 한국인 유가족 사이에 정보 격차는 심해지고 있다. 외국인 유가족 지원을 담당하는 외교부가 '정보 전달자'의 역할도 맡아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뉴스타파와 인터뷰 한 이란 유가족 두 명은 이태원 참사 이후 한국 정부가 어떤 후속 조치를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국회 국정조사나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에 대한 재판, 이태원 참사 특별법 추진 상황 등에 대해서도 모르는 상태였다. 
마나즈, 라나 씨는 "한국 외교부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정보를 알려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사관에 연락해 소식을 물어도 "모른다"고만 했다고 한다. 마나즈 씨는 "우리는 정보가 없는 완전히 깜깜한 방에 있다. 한국 대사관이랑 외교부는 아무 연락이 없다. 그나마 나는 노르웨이에 있어서, 인터넷이 잘 되니까, 이란에 있는 유가족보다는 아는 내용이 많은 것이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란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외교부는 유가족협의회의 존재에 대해서도 일절 알려주지 않았다. 유가족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출범해 이미 설립 7개월이 넘었다. 마나즈, 라나 씨는 모두 한국 정부의 도움 없이 유가족협의회와 접촉했다. 마나즈 씨는 "최근 주한국 이란 대사관에서 알리의 형한테 연락해 유가족협의회에 대해 알려줬다. 그런데 이란은 인터넷 환경이 안 좋으니까 알리 형이 나에게 연락했고, 내가 유가족협의회와 연락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2일 뉴스타파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태원 참사 이란인 유가족들의 모습. 
우리 외교부가 이렇게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유가족은 민변과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진혜 변호사는 "민변에서 틈틈히 이메일로 재판 진행 상황, 유가족협의회 활동 내용 등을 알려주고 있다. 외국인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해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해 한다. 그런데 그것도 일부 유가족일 뿐이고 (언어 문제로) 소통도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참고로,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 26명의 국적은 모두 14곳이다. 언어는 13개에 달한다. 
이진혜 변호사는 "(외교부에서) 최소한의 알권리 차원에서 뉴스레터식으로라도 (외국인 유가족들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아직 본인(외교부)들이 그런 걸 해야 한다는 인식조차 못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란 유가족, "이것은 차별이다"... 외교부는 "상세히 설명하고 지원했다" 주장

다른 외국인 유가족들의 처지도 이란 유가족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 유가족인 마나즈, 라나 씨는 이런 상황을 "한국 정부의 외국인 차별"이라고 표현했다. 마나즈 씨는 "한국 정부에게 알려주고 싶은 게 있다. 한국 정부가 세계적으로 한국을 창피하게 만들었다. 한국은 가장 좋은 대학교가 있는 나라고, 가장 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하는 행동은 안타깝다.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외교부에 연락해 그동안 이란 유가족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왔는지, 한국 외교부가 외국인 유가족의 알권리를 위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지, 한국 정부가 외국인 피해자를 차별한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다. 외교부는 서면 답변을 통해 "외교부 전담 직원이 이란 유가족의 주요 요청사항인 재산 정리를 위해 절차를 상세히 안내했다. 이란 희생자 1명의 가족이 한국 방문을 희망해 대사관 직원이 전 일정을 동행하고 통역도 지원했다. 이란 외교부는 우리 정부의 지원에 고마움을 표시했고, 유가족들 역시 주이란 한국 대사관에 고마움을 표시했다"는 등의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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