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큐] 윤석열의 내란-계엄을 막은 사람들
2024년 12월 22일 19시 50분
제19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총선 결과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해석할까. 이 문제를 오늘 원론적으로 좀 살펴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선거란 유권자와 정치 엘리트를 연결하는 고리입니다. 유권자는 선거를 통해서 국민의 대표로써 정치 엘리트를 뽑고 다음 선거를 가지고 그 정치 엘리트를 통제합니다. 다음 선거에서 버림받지 않으려면 국민의 대표로 뽑힌 정치 엘리트는 국민의 뜻을 살피고 국민 앞에서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어느 지역에서는 막대기를 꽂아도 어느 당 표가 나온다, 이렇게 돼 있으면 이 기능은 소용이 없겠지요.
두 번째로 선거라고 하는 것은 정치의 틀과 통치 방식까지 결정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을 뽑는데 예전처럼 대의원들이 체육관에 모여서 뽑는다면 그 선거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비밀 선거가 되지 못합니다. 여기에서 뽑힌 대통령은 당연히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죠. 국민이 투표가 매섭고 준엄하지 않으면 이렇게 권력자는 국민 앞에서 오만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투표라고 하는 것은 정치의 변화와 변화를 연결하는 고리입니다. 쉬운 예로 자동차를 운전할 때 언덕 길을 오르게 되거나 또는 커브를 틀게 되면 기어를 바꿔서 변속을 해야 됩니다. 선거가 이런 기어 변속의 역할을 합니다. 정치의 진로 국가의 진로를 바꾸고자 할 때는 선거를 통해서 바꾸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19대 총선은 그저 아무런 변화 없이 직진하는 대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여야의 의석 수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진보적인 야당이 원내 진출을 확대했습니다. 또 보수 야당은 그 존재감이 더욱 희미해졌습니다. 또 각 정당들이 내놓은 공약들도 과거에 비해서는 내용이나 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 모든 것이 유권자들이 선거 과정을 통해서,투표를 통해서 이뤄낸 것들입니다.
아마 뉴스타파의 시청자분들께서는 커브를 더 확실하게 많이 틀거나 속도를 더 빨리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갑갑해 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무거운 것을 끌고 갈 때는 천천히 갈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에 있어서 진보라고 하는 것은 걸음이 느리면 느릴수록 더 분명하고 확실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4.19로 하루아침에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1년도 안 돼서 군사 쿠데타로 뒤집혔습니다. 또 유신독재정권도 대통령 피살로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민주화의 봄을 맞았지만 이것 역시 몇 달 만에 뒤집혔습니다.
그런데 80년 광주항쟁에서 87년 민주항쟁까지 7년에 걸친 민주투쟁으로 이뤄낸 우리의 민주화는 지금껏 뒤집히지 않고 그래도 가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익어야 할 것은 익어야 하고 기다려야 할 때는 또 기다려야 합니다.
대한민국 사회를 정의롭게 이끄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크게 분류하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정의로운 것을 크고 강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크고 강한 것을 정의롭게 바꿔놓거나 이 두 가지입니다.
이번 19대 총선은 이 기준으로 볼 때 이것도 마저 못하고 저것도 마저 이루지 못한 어정쩡한 중간 지점에서 그냥 멈춰버린 느낌을 받습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이번에 못한 것을 우리는 마저 이뤄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흩어진 불꽃을 모으고 또 키워야 되겠죠. 정의로운 것을 강하게, 강한 것을 정의롭게. 저희 뉴스타파 제작진도 더 고민하고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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