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억 원대 개발사업에 얽힌 유착 의혹

2021년 07월 06일 17시 27분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이라는 게 있다. 겉으로 보면 '공원' 관련 사업인 것 같지만 이권이 걸려있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이하 민간특례)은 민간 사업자가 공원 대상 부지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해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는 대신 나머지 땅에 아파트 등을 지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민간특례 사업이 추진된 지역마다 각종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경기도 광주시 쌍령공원 역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문제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광주시의회는 당초 '공급촉진지구' 방식으로 계획됐던 쌍령공원이 민간특례 사업으로 바뀐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동헌 시장은 지난해 1월 30일 쌍령공원을 특정해 공급촉진지구 방식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월 아세아종합건설 컨소시엄은 쌍령공원과 양벌공원에 대해 '제3자 제안 방식'의 민간특례사업 제안서를 광주시에 제출했다가 곧 반려당했다. 
지난 2018년부터 민간공원 추진 타당성을 검토한 광주시는 쌍령과 양벌공원을 공급촉진지구 방식으로, 궁평공원은 민간특례 방식으로, 고산공원은 시 재정사업으로 각각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당초 광주시 공원정책과는 쌍령공원을 공급촉진지구가 아닌 민간특례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기안서를 신동헌 시장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신 시장은 공급촉진지구 방식을 우선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공급촉진지구는 정부의 사업 승인을 거쳐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아파트의 50%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지을 수 있어 서민 주거 복지에 기여할 수 있다. 또 개발 이익은 지방자치단체 등에 귀속되기 때문에 공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장의 지시에 따라 광주시는 쌍령공원에 대해 공급촉진지구 방식을 우선 추진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후순위로 민간특례 사업을 검토하기로 했다.
민간특례 사업은 제3자 제안방식과 다수 제안방식, 공모방식 등 3가지 방식이 있다. 광주시는 이중 다수 제안방식을 2순위로, 공모방식을 3순위로 추진하기로 했다. 
반면 아세아종합건설 측이 제시한 제3자 제안 방식은 아예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제3자 제안 방식은 최초 제안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인데 사업자 선정에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담당 팀장과 과장, 국장이 차례로 경질된 뒤 광주시는 쌍령공원을 공급촉진지구 방식이 아니라 당초 검토에서 제외했던 제 3자 제안방식으로 바꿨다.  
그런데 제안서를 반려한 뒤 10여일 만에 광주시청의 담당 팀장이 갑자기 경질됐다. 보직을 맡은 지 5개월 만이다. 지방공무원 임용령은 지자체장의 인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 2년의 필수보직 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징계나 승진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소 2년이 지나야 인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직속과장과 국장이 신동헌 시장을 2번이나 찾아가 재고를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팀장이 경질된 다음날 아세아종합건설 측은 제안서 반려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새로 온 팀장은 직속 상관인 과장과 국장의 반대에 불구하고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오히려 과장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시장의 지시에 따라 공급촉진지구 방식을 고수했던 담당 팀장과 과장이 모두 인사이동된 것이다.
이후 쌍령공원은 공급촉진지구가 아닌 민간특례 방식으로 전환됐다. 아세아종합건설 컨소시엄은 올해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제3자 제안방식 교육한 전문가 알고보니 아세아종합건설 측 인사

신동헌 시장은 담당 팀장을 경질한 직후 민간 전문가 3명을 초빙해 공무원들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했다.  당시 광주시는 이미 쌍령공원을 포함한 4개 공원에 대한 개발방식을 확정한 상태였다. 이미 방침이 정해진 상황에서 전문가 교육은 왜 필요했을까?
 신동헌 시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이 일반직이라 공원사업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을 불러 교육을 한 것"이며 "전문가 섭외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 내용은 다소 편파적이었다.  광주시 공무원 A씨는 당시 교육 받은 내용을 이렇게 기억했다. 
"공공으로 추진할 경우 지방 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공공으로 추진하다가 민간특례사업으로 변경한 사례가 소개됐고, 전국적으로 제 3자 제안으로 추진한 사례가 많다. 제3자 제안이 지자체 의견과 시민 의견 반영이 쉽다"
A씨는 또 "교육에 참석한 도시공원위원 중 한 명이 교육 내용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광주시 도시공원위원회 B위원은 뉴스타파와의 전화통화에서 "민간 전문가들이 제3자 제안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자랑하는 것 같아서 요즘 추세는 그게 아니고 공공이 먼저 공고를 내고 민간이 참여해서 업체를 선정하는 추세라는 점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전문가 섭외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신동헌 시장의 해명도 사실이 아니었다. 당시 교육을 진행한 민간 전문가 한 명은 "(광주)시에서 당시 그것을 듣고 싶어했다. LH(토지주택공사)나 공기업들이 왜 공원조성사업에 접근할 수 없는가 그런 사례를 찾다가 저랑 연결됐다. 비서실에서 직접 연락이 와서 간 김에 시장을 뵙고 설명을 드렸고, 과거 법률 검토했던 자료들을 보여드렸더니 교육을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 시장이 직접 교육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공무원들을 교육할 내용까지 주문한 것이다. 
당시 초빙된 민간 전문가는 3명. 뉴스타파는 이중 2명이 섭외된 과정을 확인됐지만 나머지 1명은 누가 왜 불렀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당시 교육에 참석한 공무원이 갖고 있던 명함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지만 취재를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의문의 인물은 글로벌그린시티 전무 정모 씨. 글로벌그린시티는 강원도 강릉 교동7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맡은 아세아종합건설 컨소시엄측의 업무대행사다. 또 글로벌그린시티의 대표이사 경갑수 씨는 아세아종합건설 공원사업 담당 임원이다. 
아세아종합건설 컨소시엄은 광주시에 제3자 제안방식을 제안했다가 반려당한 뒤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신동헌 시장은 이해당사자나 다름없는 아세아종합건설 컨소시엄 측 인사를 불러 공무원들에게 제 3자 제안방식의 장점을 강의한 것이다.  

아세아종합건설 측 언론사 인수해 여론전 활용 

뉴스타파 취재결과 아세아종합건설 측은 지역 언론사를 인수, 여론전에 활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갑수 아세아종합건설 컨소시엄 이사는 1인 시위를 벌이며 광주시를 압박했다. 경쟁업체에 대해서는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1인 시위는 광주지역의 한 언론사를 통해 16차례나 연속보도됐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1인 시위가 그만큼 기사 가치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언론사를 방문했다가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경갑수 아세아종합건설 컨소시엄 이사였다. 
경갑수 아세아종합건설 컨소시엄 이사 겸 글로벌그린시티 대표이사는 '광주뉴스'를 인수, 여론전에 활용했다.  
뉴스타파는 경갑수 이사의 1인 시위를 광주뉴스가 16차례나 보도한 이유,  경갑수 이사가 글로벌그린시티 대표인지 여부, 글로벌그린시티와 아세아종합건설 컨소시엄과의 관계 등을 물었으나 경갑수 이사는 답변하지 않았다. 

아세아종합건설 측은 광주시청 누구와 사전협의 했나?

경갑수 이사는 지난해 2월 제3자 제안서가 반려되자 광주시청을 찾아와 거세게 항의했다. 뉴스타파는 당시 상황을 기록한 문서를 입수했다. 이 문서에는 "시장과 제안서에 대해 사전협의를 끝냈는데 공무원이 과정도 모르고 반려했다. 시장에게 물어봐라. 내가 시장실로 가겠다"는 발언을 경갑수 이사가 한 것으로 나온다. 
신동헌 시장과 아세아종합건설 측이 쌍령공원과 관련해 모종의 사전협의를 했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광주시가 아세아종합건설 측에 사전협의한 사실이 있으면 근거를 제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는 점에서 경갑수 이사가 사전협의됐다는 말을 꺼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해 9월 박현철 광주시의원은 시정질의를 통해 신동헌 시장에게 쌍령공원 제 3자 제안자와 최초로 접촉한 시점을 물었다. 신 시장은 시점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두 차례 방문한 적 있다"고 답했다. 
박현철 광주시의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공직자가 이해관계 당사자일 수 있는 업체를 2번이나 방문한 것은 의문"이라며 "차 한잔 마시고 왔다고 하는데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조만간 총 사업비 7700억 원 규모의 쌍령공원 민간특례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신동헌 시장이 이권사업에 얽힌 유착의혹을 해소하지 않는 한 광주시는 또다른 특혜 시비에 휘말릴 전망이다. 
제작진
촬영김기철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신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