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토부에 최순실 요청 자료 작성 지시

2017년 01월 17일 09시 23분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해 최순실 씨의 도움을 받기 위해 개인적으로 부탁했다고 해명해왔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요청에 따라 정부부처에 자료 작성을 지시하고, 최 씨는 이 자료를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 등과 관련된 자신의 사업에 활용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또 이 과정에서 최순실 씨의 사업 진행방향을 박근혜 대통령이 꼼꼼히 챙기며 고비마다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씨의 요청을 받고 서승환 국토부장관과 통화했다. 주말에 가족 단위로 말도 타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도 있는 복합체육시설 부지를 알아보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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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통령의 취지를 잘못 파악한 국토부에선 2013년 8월23일 ‘뚝섬 승마장 부지 관련 현황 보고’란 제목의 문서를 작성해 정호성 비서관에게 보낸다. 이를 받아본 최순실 씨는 “승마장 이전부지가 아니라 복합체육시설 부지를 알아보라는 뜻이었다”고 정 전 비서관에게 알려준다.

박근혜 대통령에게서도 같은 지시를 받은 정 전 비서관은 정병윤 국토도시실장에게 전화해 정확한 취지를 다시 설명했고, 국토부는 약 한달 뒤 ‘복합체육시설 대상지 검토 결과’라는 문서를 보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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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서울 도봉구 창포원와 경기도 안산 등 4곳이 후보지로 올라와 있었는데 이 문서를 받아온 최순실 씨는 ‘다른 곳은 없냐’는 식으로 추가 검토를 정 전 비서관에게 요청한다.

일주일 뒤인 10월 2일에 국토부가 다시 보고한 추가대상지 검토안에는 1순위가 경기도 하남시 부지로 바뀌어 있었다. 추천 부지 수백미터 근처에 최순실 소유의 부동산이 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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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교문수석실에 최순실 돕는 스포츠클럽 정책 마련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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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라운 것은 지난해 2월 대통령의 지시로 교육문화수석실이 작성한  ‘스포츠클럽 지원 사업 전면 개편방안’이란 제목의  문건이다. 이 문건에는 K스포츠재단이 중앙지원센터를 맡고 최순실 소유업체인 더블루케이가 경영과 마케팅을 맡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문서 역시 최순실 씨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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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달 뒤인 지난해 3월 K스포츠재단은 정부 정책에 짜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하남을 거점으로 하는 체육시설 건립 방안을 마련한다. 2년 전 국토부에 검토를 요청해 1순위로 추천된 그 하남시가 K스포츠재단이 추진하는 체육시설 거점지로 떠오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롯데에 최순실의 체육시설 건립비용 70억 원 요청

이후 K스포츠재단은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 비용 70억 원을 롯데로부터 받아냈다. 롯데에 지원을 요청한 사람도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최순실 씨가 주물렀던 재단과 사기업을 위해 국토부와 대기업이 움직였고 이 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꼼꼼한 지시가 있었던 것이다.


취재: 최기훈 홍여진편집: 박서영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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