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중부와 남부 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습니다. 정확히 1년 전도 그랬습니다. 1년 전에는 폭우로부터 비롯된 끔찍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2023년 7월 15일, 사흘째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돼 시민 14명이 숨진 날입니다. 폭우로 급격히 불어난 강물이 공사 중인 교량 아래 임시제방을 붕괴시키며 농지와 도로로 쏟아져 들어왔고, 결국 인근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돼 차량에 타고 있던 14명이 희생됐다는 것이 1년 전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개요입니다.
그러나 쉬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홍수 피해를 막자고 쌓아놓은 것이 제방인데, 비가 많이 왔다고 해서 무너졌다는 것부터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또 제방이 무너졌다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숨졌다는 건 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긴급한 재난 상황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경찰, 소방 등이 겹겹이 짜놓은 대응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오송 참사 희생자 14명의 유가족들과 가까스로 살아난 16명의 생존자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날 벌어진 일들의 정확한 이유는 무엇이고 누구의 책임이었던 걸까요.
그날 아침, 경찰은 무얼 하고 있었나
참사 당일 오전, 궁평2지하차도 침수를 예견한 다급한 112 신고가 두 차례 있었습니다. 경찰이 바로 현장으로 출동해 차량들의 진입을 통제했다면 아무도 숨지거나 다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참사 이틀 전 호우특보가 발령된 시점부터 규정에 따라 재난상황실을 운영하고 교통 비상근무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부 지키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런 책임을 다한 것처럼 공문서를 조작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담긴 내용입니다.
검찰은 올해 3월 21일 업무상과실치사상과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의 혐의로 참사 당시 담당 경찰 14명을 기소했습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참사 당일 경찰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느라 참사를 막지 못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취재진은 공소장을 분석하고 기소된 경찰 14명과 변호인들의 반론을 들었습니다. 경찰 출신 112 신고 대응 전문가, 오송 참사에 대한 진상조사에 참여한 재난 사회학자 등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흙더미에 불과했던 임시제방 붕괴의 재구성
참사 당일 청주 지역에는 사흘때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궁평2지하차도를 침수시켰던 건 빗물이 아니라 인근 미호천교 공사 현장의 제방을 뚫고 쏟아져 들어온 강물이었습니다.
참사 전 2년 동안 시공사인 금호건설은 미호천교 확장공사의 편의를 위해 당국에 신고도 하지 않고 교량 아래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한 뒤 장마철에만 엉성한 흙더미로 임시제방을 쌓아 두었습니다. 공사 발주처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철과 하천 관리 기관인 금강유역환경청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했습니다. 금호건설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은 1심에서 각각 징역 7년 6월과 6년의 중형을 선고받았고, 행복청과 금강유역청 공무원 8명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더 구조적인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붕괴된 임시제방 부근에서는 서로 다른 3개의 정부 기관이 발주한 3건의 대형 공사가 수년 전부터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시민의 안전을 우선시했다면 가장 먼저 ‘새 제방’을 쌓는 공사부터 해야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장 뒤로 밀렸습니다. 그 과정을 상세히 취재했습니다.
"여전히 그날에"...피해자들의 고통과 눈물
결국 오송 참사는 안전보다 이익을 앞세운 기업, 그리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정부 기관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아 생긴 인재였습니다. 그 진상을 명백히 밝혀내고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을 막을 대책을 세우는 일이 우리 사회에 주어진 숙제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적지 않은 이들은 오송 참사가 폭우로 비롯된 천재지변이므로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고 말합니다. 이런 무책임한 말들 속에서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의 바람은 무엇인지 직접 들어 봤습니다.
뉴스타파는 오송 참사 1주기 이후로도 관련 조사와 수사, 재판 과정을 지속적으로 취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