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몫 특활비’ 136억, 별도 계좌에서 ‘이중장부’로 관리

2023년 07월 06일 13시 30분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 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3년 5개월의 행정소송 끝에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자료 16,735장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받아 <검찰 예산감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세금을 오남용한 국회의원 80여 명을 추적해 2억 원이 넘는 세금을 환수한 <국회 세금도둑 추적>에 이은 두 번째 권력기관 예산감시 협업 프로젝트다. - 편집자 주
검찰총장이 원할 때, 마음대로, 현금으로 인출해 쓸 수 있는 이른바 ‘총장 몫 특수활동비’가 존재하며, 이 총장 몫 특활비가 검찰 전체 특활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총장 몫 특수활동비는 특정 계좌에서 관리되며 한 번에 최대 1억 5,000만 원까지 지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이중장부’를 작성해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관리하고 있었다. 뉴스타파는 총장 몫 특수활동비 전체를 총괄하는 장부와 별도로, 검찰총장 비서실이 작성·관리하는 또 다른 장부를 최초로 찾아냈다.

‘A4 1장 증빙’에 국민 세금 1억 5,000만 원 지출

2017년 12월 19일, 검찰 특수활동비 1억 5,000만 원이 전액 현금으로 누군가에게 지급됐다. 증빙자료는 ‘A4 1장짜리 영수증’이 전부다. 수령인은 알 수 없다. 검찰이 정보를 지웠기 때문이다.
▲ 검찰 특수활동비의 지출 증빙자료인 ‘영수증’. 2017년 12월 19일자 영수증에는 특수활동비 1억 5,000만 원이 누군가에게 지급됐다고 나와 있다.
뉴스타파는 검찰로부터 받은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자료 6,805장을 전수 분석해 특활비 집행 시스템을 파악했다.
먼저 검찰의 특수활동비 자료는 한 달 단위로 분류된다. 월별 자료 안의 지출 증빙자료는 A, B, C, D, 이렇게 네 종류의 세트로 구분지을 수 있다. A 세트에는 전국 지방검찰청에 내려보내는 ‘정기 지급분’ 특수활동비 관련 내용이, B 세트에는 15명 안팎의 사람들에게 역시 정기적으로 나눠주는 특활비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관련 기사: 검찰 특수활동비 292억 중 절반은 월급처럼 현금 정기 지급)
▲ 뉴스타파가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전체를 분석한 결과, 특활비 지출 증빙자료는 A, B, C, D, 이렇게 네 종류의 세트로 구분지을 수 있다.
앞서 본 특수활동비 1억 5,000만 원의 지출 증빙자료는 네 번째, 즉, D 세트에 편철돼 있다. 이 자료에는 다른 세트 자료에 비해 1회당 특수활동비 지출 규모가 꽤 컸다. 5,000만 원, 8,000만 원 등 수천만 원짜리 지출은 부지기수고, 억대 지출도 많았다. 
D 세트 자료의 표지에는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이라고 적혀 있다. 그 바로 왼쪽에 특수활동비의 집행권자가 기재돼 있는데, ‘검찰총장’이다. 표지 하단에는 검찰총장이 직접 한 서명도 있다.
▲ 뉴스타파가 최초로 확인한 ‘검찰총장 몫 특수활동비’의 장부
이를 토대로 뉴스타파는 검찰총장이 전권을 쥐고 집행하는 이른바 ‘총장 몫 특수활동비’가 존재하고 검찰에서 이를 관리하기 위해 별도의 장부를 작성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검찰 전체 특수활동비 중 절반이 ‘총장 몫’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검찰이 쓴 특수활동비는 292억 원이다. 이 중 매월 전국의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 지청 등에 내려보낸 정기 지급분과 15명 안팎의 사람들이 매달 정기적으로 받아간 돈이 약 156억 원이다.  
나머지 136억 원은 한 푼도 빠짐 없이 검찰총장이 지출의 전권을 가진 ‘총장 몫 특수활동비’였다. 총장 몫 특수활동비는 말 그대로 검찰총장이 원할 때면 언제든 현금으로 쓸 수 있는 돈이다. 
▲ 검찰총장이 임의로 지출할 수 있는 이른바 ‘총장 몫 특수활동비’가 검찰 전체 특활비 가운데 무려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총장 몫 특수활동비가 월별로 어떻게 집행되는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 9월의 특활비 자료를 살펴 보자. 
이달 검찰 전체의 특수활동비 집행액은 8억 원. 이달 초순, 이 중 48.4%, 약 3억 9천만 원이 전국 지방검찰청 등으로 나갔다. 앞서 설명한 ‘정기 지급분’이다. 그리고 나머지 4억 1,000만 원, 이 돈이 바로 윤석열 총장이 마음대로 용처를 정하는 총장 몫의 특수활동비였다.
▲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 9월의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특활비 가운데 51.6%가 총장 몫 특활비였다.

검찰, ‘별도 계좌’ 통해 총장 특수활동비 관리

뉴스타파는 총장 몫 특수활동비의 자금을 둘러싼 추가 취재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숨겨지고 가려져 왔던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 
▲ 대검찰청에서 작성한 ‘입금의뢰명세서’
총장 몫 특수활동비 자금에 대한 취재의 단초가 된 것은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6,805장 가운데 ‘입금의뢰명세서’라는 문서였다. 
윤석열 총장 시절인 2019년 8월, 대검찰청에서 작성한 입금의뢰명세서를 보면, ‘2019년 8월 28일’에 ‘대검찰청’이 신한은행 계좌에서 보관 중이던 ‘총장 몫 특수활동비 4억 1,000만 원’을 ‘별도의 다른 계좌로 옮겼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 윤석열 총장 시절인 2019년 8월, 대검찰청에서 작성한 ‘입금의뢰명세서’
이 같은 자금의 흐름은 이전 문무일 총장 등 다른 총장의 ‘입금의뢰명세서’에서도 포착됐다. 즉, 검찰이 총장 특수활동비를 매달 특정 계좌로 옮겨서 별도로 관리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이 특정 계좌에 특수활동비를 넣어두고, 총장이 원할 때마다 계좌에서 돈을 빼내 지출하는 시스템으로 총장 몫 특활비가 쓰여지고 있었다. 기관장이 별도의 특정 계좌를 만들어 국민 세금을 지출하는 건데, 보통의 정부기관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매우 기이한 예산 집행 시스템이다.

총장 특수활동비와 ‘두 개의 장부’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집행과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사실은 또 있다. 바로 총장 몫 특수활동비 관련해 두 개의 장부, 즉, ‘이중장부’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뉴스타파가 찾아낸 첫 번째 장부의 명칭은 ‘지출내역기록부’다. 앞서 언급한 대로 뉴스타파가 임의로 분류한 A, B, C, D, 네 개의 특수활동비 자료 유형 가운데 C 세트에 해당하는 자료다. 지출내역기록부는 검찰총장 몫 특수활동비 계좌에 있는 특활비 전체를 총괄하는 장부인 것으로 보인다.
▲ 검찰이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관리하기 위해 작성하는 첫 번째 장부 ‘지출내역기록부’
그런데 지출내역기록부, 즉, 첫 번째 장부와는 다른 형태의 장부가 하나 더 발견됐다. 이게 바로, 앞서 본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이라는 제목의 장부다. 이 장부를 작성하고 관리하는 곳은 다름 아닌 ‘검찰총장 비서실’이었다. 
▲ 검찰이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관리하기 위해 작성하는 두 번째 장부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대검찰청 사무국 등의 부서가 아닌 검찰총장 비서실이 총장 몫 특수활동비 가운데 일부를 따로 관리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앞서 본 것처럼 이 장부는 뉴스타파가 임의로 분류한 네 개의 지출증빙 유형 중 D 세트에 해당한다. 첫 번째 장부보다 내밀한 성격을 지닌 장부인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에 총장의 현금 특수활동비 보관하는 비밀금고 존재”

그렇다면 검찰은 왜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이중장부로 관리하는 걸까.
대검찰청에 미리 현금으로 찾아둔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따로 보관하는 ‘비밀금고’가 존재할 가능성이 포착됐다.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판결문 등 여러 공공기록물을 확인했다. 그러던 중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돈봉투 만찬’ 사건을 둘러싼 행정소송 판결문에서 비밀금고의 단서를 찾았다.
원고(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는 검사장 비서실 소속 ㄱ에게 100만 원씩 담은 격려금 봉투 2개를 만들어 달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ㄱ은 ‘검사장 비서실에 있는 특수활동비 금고’에서 현금 200만 원을 꺼내 봉투 2개를 준비하였다.  

서울행정법원(2017구합78919) 판결문 중
판결문에는 서울중앙지검장이 비서실 ‘이중금고’에 현금을 넣어 놓고 이영렬 지검장이 원할 때마다 돈을 꺼내 쓰는 특수활동비의 집행 구조를 상세히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장실에 특수활동비를 보관하던 금고가 존재한다면, 검찰총장실은 어땠을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재무계는 그 중 1,800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하여 본인에게 주며, 이를 ‘검사장 비서실에 있는 이중금고’에 넣어 관리한다.

서울행정법원(2017구합78919) 판결문 중
뉴스타파는 전·현직 검사들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대검찰청 운영지원과 또는 검찰총장 비서실에도 총장의 현금을 보관하는 비밀금고가 있다는 전언을 듣기도 했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서울중앙지검장과 마찬가지로 검찰총장 비서실에도 비밀금고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 

검찰총장 몫 특수활동비 ‘대해부’

지금까지 뉴스타파가 확인한 검찰의 특수활동비 집행 시스템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검찰 특수활동비 중 절반 가량은 전국 검찰청 등에 나가는 ‘정기 지급분’이다.
  2. 나머지 절반은 ‘검찰총장 몫’ 특수활동비다.
  3. ‘검찰총장 몫’ 특수활동비는 특정 계좌로 옮겨져 따로 관리된다.
  4. 총장은 원할 때마다 이 특정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지출할 수 있다.
  5. 총장 몫 특수활동비 계좌는 두 개의 장부를 통해 관리된다.
  6. 하나는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총괄하는 ‘지출내역기록부’고, 다른 하나는 검찰총장 비서실이 별도로 작성하는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이다. 총장의 비밀금고 속 현금과 관련돼 있는 장부로 추정된다.
짧게 말해, 특정 계좌를 따로 만들어 ‘검찰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옮겨 놓은 다음, 이를 두 개의 이중장부로 관리해 왔으며, 이 돈을 마음대로 지출할 수 있는 전권을 쥔 사람은 검찰총장뿐이다.
이 같은 분석 결과가 가리키는 결론은 하나다. 
검찰은 다른 정부기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국민 세금을 쓰고 있다.
제작진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영상취재신영철
CG정동우
편집박서영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데이터김지연, 연다혜, 전기환, 최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