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N] 방치된 '가습기 살균제 인체 무해' 기사들...경향, 20년 만에 정정 보도

2024년 02월 29일 18시 00분

이 기사는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연대 협업하는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 회원 언론사인 ‘뉴스어디'(https://newswhere.org/)가 취재했습니다.(뉴스레터 구독)
⬤ “영국 저독성 인증받은 항균제”, “인체 무해”⋯ 6개 매체 최소 10년간 홍보 기사 쏟아내
⬤ “전 국민 상대 흡입독성 실험한 것”...서울고법,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 성분 유해성 첫 인정
⬤ 살균제 피해자가 수집한 기사 단서로 10여 개 “가습기 인체 무해" 홍보 기사 방치 사실 확인
⬤ “가습기 살균제 안전하다” 홍보 기사 써 온 언론들, 법원 판결 뒤엔 정부∙가해기업만 비판
지난 1월 11일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 제조사 SK케미칼, 유통사 애경산업 전직 대표가 항소심에서 금고 4년 형을 선고받았다.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다. 재판부는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상품화 결정을 해 전 국민을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의 만성 흡입독성 실험이 행해진 사건”이라고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규정했다.
이로써 2018년 관계자들이 유죄를 선고받은 ‘옥시싹싹'을 포함해 피해를 야기한 모든 살균제 성분의 유해성이 법정에서 인정됐다. 참사가 알려진 지 13년 만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 유죄 선고를 호소하는 피해자·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1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에서 열린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의 2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출처:연합)

가습기 살균제 "독성" 인정됐지만… "인체 무해" 언론 보도 여전히 방치

가해 기업에 유죄를 선고한 판결 내용은 크게 보도됐지만, 이 가습기 살균제가 최소 10년 동안 기사를 통해 홍보됐었다는 사실을 지적한 언론은 없다. <뉴스어디>가 지난 1월말까지 확인한 결과, 아래 목록과 같은 ‘가습기 살균제 홍보 기사’들이 남아 있었다.
<가습기용 살균제 선봬>(매일경제, 1994년 11월 15일, 이채열 기자)
<가습기 살균제 첫 개발>(한겨레, 1994년 11월 28일)
<신상품/ 가습기 세균⋅곰팡이⋅물때 제거>(서울신문, 2002년 10월 15일)
<가습기 사흘에 한번 꼭 청소>(경향신문, 2004년 12월 1일, 문주영 기자)
<가습기 사흘에 한번 꼭 청소>(교차로신문, 2004년 12월 7일)
<애경, 가습기용 방향제 출시>(머니투데이, 2005년 10월 25일, 최정호 기자)
<[새상품] 심리적 안정⋅피로 회복 효과도>(일간스포츠, 2005년 10월 26일)
<애경 ‘라벤더 가습기메이트’>(파이낸셜뉴스, 2005년 10월 28일)
<아이방 가습기 준비하셨나요>(중앙일보, 2005년 10월 28일, 염태정 기자)
<애경 ‘가습기메이트 라벤더향'>(문화일보, 2005년 11월 5일)
매일경제 <가습기용 살균제 선봬>(1994년 11월 15일 이채열 기자)에는 “(가습기 메이트의) 독성실험결과 인체에 전혀 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출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살균제 개발 첫해인 1994년 매일경제는 “독성실험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전혀 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했다. 이후 “영국에서 저독성을 인정 받은 항균제를 사용, 인체에 무해하다"(문화일보),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서울신문), “인체에 무해한 제품"(동아일보), “아로마테라피 효과와 비슷한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파이낸셜뉴스), “이 제품은 아로마테라피 효과에 의한 심리적인 안정감과 정신적인 피로 회복 효과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머니투데이), “가습기 전용 살균제를 사용하는 것도 가습기를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것으로는 애경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등이 있다"(경향신문)는 보도가 뒤를 이었다.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경우, 가습기 메이트를 언급한 기사는 있지만 인체에 무해하다는 내용은 없었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기사 내용과 달리 ‘가습기메이트' 제조사 SK케미칼, 유통사 애경산업은 제품 출시 전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다. 제품 출시 후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서울대 수의대 보고서도 외면한 것으로 지난 1월 11일 재판에서 확인됐다.
문화일보, 서울신문, 동아일보 등은 가습기 살균제를 “인체에 무해한 제품", 파이낸셜뉴스와 머니투데이는 “피로회복 효과까지 느낄 수 있다", 경향신문은 “가습기를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홍보했다.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쓴 기사를 방치해두고 있던 언론들도 2024년 1월 11일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전 국민에 독성실험"을 한 것이라는 항소심 판결 내용을 앞다퉈 보도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10년 이상 가습기 살균제를 홍보하는 기사를 써왔다는 사실을 짚은 기사는 하나도 없었다.
(전체 기사 보기: https://newswhere.org/news/report/1083/)
⬤ 6개 매체 ‘가습기 살균제’ 홍보 기사 10여 개, ‘유해성 인정’ 법원 판결 뒤에도 방치 확인
⬤ <뉴스어디>, 경향⋅동아⋅머니투데이⋅문화⋅서울신문⋅파이낸셜뉴스에 조치 요청
⬤ 경향,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방법 사실과 달라⋯사과" 20년 전 기사 정정
⬤ 동아∙서울신문 ‘묵묵부답’, 머투∙파이낸셜뉴스 “삭제할 것", 문화 “작성한 기자 퇴사⋯정정 못 해"
<뉴스어디>는 살균제 홍보 기사가 현재도 온라인에서 검색이 되는 총 6개 매체(경향신문,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문화일보, 서울신문, 파이낸셜뉴스)에 “정정보도 등 조치를 고려할 생각은 없냐"는 내용으로 고충처리를 요청했다. 지난 1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에 걸쳐 이메일로 물었다.
고충처리인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방송사, 신문사 등이 자율적으로 언론피해 예방과 구제를 담당하게 하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에 생겼다. 법에 따라 언론사는 고충처리인의 지위, 임기, 활동 사항 등을 매년 공표해야 하고, 고충처리인을 두지 않을 시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고충처리 대상 기사의 보도 시점에는 제한이 없으며, 메일이나 우편 등으로 접수해 수용 여부를 비교적 간편하게 회신 받을 수 있다. 3일 이내 답변하겠다고 공지하는 언론사도 있다.

경향, 20년 만에 ‘가습기 살균제’ 홍보 기사 정정⋯ ‘나 몰라라' 언론도

결과가 나왔다. 6개 매체 중 3개 매체(머니투데이, 문화일보, 파이낸셜뉴스)는 기사를 삭제하겠다고 회신했고, 2개 매체(동아일보, 서울신문)는 답변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유일하게 독자에게 사과하며 정정보도 했다.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은 고충처리 요청을 하고 한 달이 지난 시점인 2월 20일까지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뉴스어디는 1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에 걸쳐 총 6개 매체에 “(자사의 가습기 살균제 홍보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 등 조치를 고려할 생각은 없냐"는 내용으로 고충처리를 요청했다. 그 결과, 6개 매체 중 3개 매체는 기사를 삭제하겠다고 했고, 2개 매체는 답변하지 않았다. 경향신문만이 독자에게 사과하며 정정보도 했다.
(전체 기사 보기: https://newswhere.org/news/report/1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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