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 후보, 청문회 앞두고 여당 의원 방문해 깍듯 인사

2023년 11월 01일 11시 32분

오는 11월 7일로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박민 KBS 사장 후보자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을 잇따라 방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과 KBS 내부에서는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공영방송의 대표 후보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민 KBS 사장 후보자는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지난 10월 27일 오후 1시쯤 수행직원들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후보자가 의원회관을 찾은 당일은 여야가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오는 11월 7일에 열기로 합의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박 후보자는 먼저 국회 과방위 소속 하영제 의원을 인사차 방문했다. 국민의힘 출신으로 현재 무소속인 하 의원은 과방위 소속 인사청문 위원이다.
KBS 사장 인사청문 위원인 하영제 의원을 방문하는 박민 KBS 사장 후보자의 모습 (사진 왼쪽)
하 의원실을 나온 박 후보자는 곧이어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실을 방문했다. 김 의원 역시 과방위 소속으로 KBS 사장 인사청문 위원이다.
김 의원과 20분 가까이 면담을 마치고 나온 박 후보자는 의원실 입구까지 배웅 나온 김 의원에게 고개를 숙여 깍듯이 인사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인사 청문위원인 김병욱 의원실을 나오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취재진은 이날 오후에만 박 후보자가 세 곳의 여권 의원실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
박 후보자는 원래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실도 방문을 타진했으나, 야당 의원들은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의원인 제게 연락이 와서 제가 점잖게 말씀을 드렸어요. 적절치 않은 행동이다. 그랬더니 야당 의원님들 방에는 다 거절해서 안가고 여당 의원들 만나러 다니는데. 다른 장관 같은 경우야 업무상 협조가 필요할 수 있으니 사전에 인사를 할 수 있지만 KBS는 언론이라고 하는 공영방송이란 그런 위치가 있기 때문에 특정 정치세력과 편향성이 늘 염려가 되는 그런 기관입니다.

국회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지난 5월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해임으로부터 비롯된 방통위 개편과 이어진 KBS 이사장 해임과 KBS 이사회 재편, 그리고 KBS 김의철 사장 해임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매듭지어진 KBS 사장 교체 과정은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 장악’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더군다나 박민 KBS 사장 후보자는 사장 공모 이전부터 이름이 거론되며 내정설이 파다했을 정도로 ‘낙하산 사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방송 경력이 전무한 박 후보자에 대해 알려진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것과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절친한 선후배 사이라는 것 정도다.
10월 17일 KBS 국정감사 때 여야 의원들이 각자 손팻말을 맞서고 있다. 
인사청문 대상자인 KBS 사장 후보자가 청문회 전에 청문위원들을 방문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KBS 전임 사장인 김의철 전 사장은 “공영방송 후보자가 정치인들을 찾아다니는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감안하면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했고, 양승동 전 사장도 “인사청문회 전 청문위원들을 소개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해 거절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성원 언론노조KBS본부장도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얘기하면서 공영방송 사장이 자기의 거취와 관련된 사장 청문회 통과를 위해서 정치인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리는 건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말했다.
청문회를 앞두고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로서 청문위원인 여당 의원을 만난 것이 부적절한 처신이 아닌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민 KBS 사장 후보자는 “직원을 통해 답변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박 후보자가 말한 직원인 인사청문회 준비단장과 KBS 커뮤니케이션부는 이틀에 걸친 수차례 답변 독촉에도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제작진
촬영오준식
그래픽정동우
편집윤석민
웹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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