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큐] 윤석열의 내란-계엄을 막은 사람들
2024년 12월 22일 19시 50분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과정에서 이른바 대포폰이 동원됐습니다. 대포폰은 청와대에서 나왔습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청와대로 올라와라. 그런 말씀이셨죠. 그래서 제가 정와대로 바로 올라가죠. 연풍문 앞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금 1팀원들 컴퓨터하고 진경락 과장님 컴퓨터를 완전히 물리적으로 파기하라, 소프트웨어적인 그런 것은 검찰에 가면 다 복원된다. 100% 복원된다. 물리적으로 다 파기하라. 전화기를 한 대 주시더라고요. 전화기를.” (이른바 대포폰?) “예. 대포폰인데 그때 분명히 말씀하셨어요. 이영호 비서관이 오전까지 쓰던 건데 아마 몇 통화 한 데도 있을 텐데 어쨌든 이 전화기를 들고 가라, 그랬어요. 이 전화기 안에 전화번호가 한 개 저장돼 있는데 이걸로 수시로 보고하라, 하면서 일을 해라.”
장진수 전 주무관은 이때 사용했던 대포폰의 전화번호 끝부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대포폰이었던 걸로 나오고 끝 번호는 제가 받았던 번호는 9111 그리고 그 안에 저장된 번호는 제가 중간번호는 못 외웁니다. 지금.. 중간번호는 5008이더라고요.” (이걸로 통화하셨어요?) “예. 그렇게 계속” (누구하고 통화했어요?) “최종석 행정관이죠. 전화하면 최종석 행정관이 받는 거예요.”
이렇게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과정에서 청와대를 통해 동원된 대포폰. 그 정체는 뭘까.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대포폰이 아닌 차명폰이라고 주장하며 뚜렷하게 범죄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더 이상 하지 않은 것입니다.
[주승용 의원 2010년 11월 5일 국회] “주로 범죄에 활용되고 또 범죄 집단이 사용하는 대포폰, 청와대하고 총리실에서 사용했다는 것을 인정하셨단 말이지요. 지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 2010년 11월 5일 국회] “그때 포괄적으로 대포폰이라는 말씀을 하셔서 그렇게 인정을 했습니다만 대포폰 종류를 더 구체적으로 나누면 남의 명의를 도용해서 하는 그런 게 있고요. 차용해서”
[금태섭 변호사] “제 기억으로는 핸드폰 대리점 사장의 부인 이름을 부탁해서 만든 거니까 대포폰이 아니라는 억지논리를 폈습니다. 말하자면 청와대 공무원이 공무수행을 하면서 핸드폰 대리점에 명의 빌려서 한 건데, 그것을 청와대와 총리실에서 그렇게 (차명폰이라고) 강변을 하고 있으니까 검찰에서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수사를 안 하는 거죠. 총체적으로 이거는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대포폰과 관련해 확인된 것은 지난 2010년 7월 7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약 4시간 동안입니다. 장 전 주무관이 최종석 행정관의 지시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삭제한 뒤 대포폰으로 상황을 보고하고 청와대에 반납했습니다.
그리고 이 대포폰은 약 한 달이 지난 뒤 해지됩니다. 그렇다면 이 기간 동안 문제의 대포폰은 누가 사용했고 전화를 받았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뉴스타파 취재팀이 지난 2010년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 서류에서 이십 여 명의 명단을 확인했습니다.
이 명단에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완전 파기했던 컴퓨터 업체의 사장이 있습니다.
(그때 이 핸드폰(대포폰)으로 통화하신 게 맞는 거죠?) “네. 맞습니다.”
또 검찰에 기소된 진경락 과장 등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4명도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민정수석실 보고용 파일을 작성한 의혹을 받았던 유 모 전 조사관도 대포폰 사용자와 통화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류OO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 (9111이라는 대포폰이 있잖아요. 대포폰의 통화대상자하고 통화한 기록이 있던데. 누구와 통화를 한 건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지금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 번호도 기억이 안 나고 제가 무슨 답변을 드릴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요.”
통화내역 가운데 대통령실도 있습니다. 알아보니 고용노사 비서관실 직통 전화였습니다.
[청와대 고용노사 비서관실 직원] (고용노사 비서관실인가요?) “네. 네.” (전화번호가 바뀐 건가요?) “몇 번으로 걸으셨어요?” (7731) “여기 원래 계속 고용노사비서관실 전화였는데요.”
목록에는 장진수 전 주무관도 등장합니다. 장 전 주무관은 당시 최종석 행정관과 통화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제가 그때 최종석 행정관이 저희 주무관 3명에게 휴가 가 있으라 그랬거든요. 검찰 수사 들어오니까 좀 피해 있으라고 시간을 끌려고 하시는지, 저희가 그래서 휴가를 갔어요. 이때 제가 시골에 내려가 있었고. 뭐 서울 상황 어떻게 뭥 L런 이야기를 했는지 그렇겠죠. 제가 뭐.” ((대포폰으로 한) 통화의 주인공은 누굽니까?) “최종석 행정관이죠.”
그런데 이 통화내역 명단에는 이른바 왕차관,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 건 국회의원]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나와 계십니까? 질문 하려고 보니까 아마 사라진 모양인데.”
[이사철 국회의원] “공직윤리지원관 어디 있는지 지금 누구도 모르고 있어요? 어디 갔는지 몰라요? 아 모르냐고 아냐고 묻는데 왜 대답이 없습니까?”
[박영준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방금 배탈이 나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몇 시에?” “시간은 아직 모릅니다.”
박영준 전 차관이 2010년 7월 문제의 대포폰과 통화한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박 전 차관의 내근비서였던 이 모 비서 역시 대포폰 통화 내역에 포함돼 있습니다.
[이OO 총리실 팀장 (2010년 당시 박영준 전 차관 비서)] (통화를 한 것으로?) “예. 있습니다. 최종석 과장하고 통화한 게 있어요. 어느 날 최종석 행정관이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줬어요.” (그럼 최종석 행정관하고 무슨 통화를 하셨습니까?) “그 당시에 영포회 논란이 있었거든요. 영포회 논란이 있었고 굉장히 복합한 시절이라서 그 당시에 영포회 내용 확인하는 게 있었고.”
결국 박 전 차관과 그의 비서가 동시에 민간인 불법사찰과 은폐 과정에 동원된 대포폰과 통화를 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입니다. 통화 당시는 민간인 불법 사찰 관련 증거 인멸이 이루어지던 시기였으며 이때 박 전 차관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재임 중이었습니다. 박 전 차관은 이른바 특히 영포라인, 왕차관으로 불리면서 정권의 실세로 통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불법사찰이 윗선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2010년 수사 초기 시점에 확인하고서도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박 전 차관 역시 대포폰과 관련한 조사는 받지 않았습니다.
[이OO 총리실 팀장 (2010년 당시 박영준 전 차관 비서)] (혹시 당시에 검찰에서 조사 같은 거 받으신 적 없으세요?) “그 당시에는 없었습니다.” (연락을 받거나 예를 들면 제가 검찰의 통화기록을 법원에 제출한 것을 보고서 전화 드린 거거든요.) “예 그러셨어요. 저는 얼마 전에 (검찰의) 연락을 받고 그게 이런 상황이었구나, 라는 것을 이해를 한 거지. ”
[오정돈 검사 당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팀장] “법적으로 증거법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 해라 요구를 했고 우리 검사들 수사관들 그때 참 고생을 많이 했죠. 다만 국민들이 바라는 것만큼의... 증거상의 한계에 부딪쳐가지고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뭐 어땠습니다, 라고, 말씀은 못 드리고 검사로서 좀 더 능력을 키워야 되겠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확인 결과 박영준 전 차관에게 대포폰으로 통화를 한 사람은 이영호 전 비서관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에 이들 두 사람은 호형호제를 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제가 이영호 비서관을 차에 모시고 운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영준이 형이라고 ‘영준이 형’ 아. 저도 기억에 남는 이유가 보통 당시에 저희 국무총리실 국무차장님이셨고 국무총리실 내에서 차관님이라고 부르거든요. 박 차관님이라고 부르는 게 당연한 것이고, 공무원들이라면 박 차관님, 박 차장님, 이런 정도가 정식 호칭이 되는데 ‘영준이형’이라고 하기에 제가 ‘아, 형이라고 그러는구나’”
취재팀은 박 전 차관을 만나기 위해 대구를 찾았습니다. 박 전 차관은 이영호 전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관(차관급)] “금융위기가 와서 그럴 일자리로 만드는 일 때문에 정책 현안에 있으면 수시로 통화를 합니다. 정책 현안이 있으면 통화를 합니다.” (통화를 하신 적이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이영호씨와?) “당연히 국정 하려면 통화를 해야죠. 국정을 하는데.”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해서 이영호 비서관이 핵심이라고 밝혔잖아요. 이영호 비서관과 후보님과의 특별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계속...) “무슨 특별한 관계요? 뭔데요? 특별한 게 뭡니까?” (친하지 않으세요? 개인적으로) “아니 내가 친한 사람이 전국에 400만 명이 넘어요. 뭘 가지고 친하다고 그러냐고요. 뭘 가지고? 증거를 대 봐요.” (평소에 호형호제 하시잖아요.) “무슨 호형호제 지가(이영호 비서관) 나보고 다른데서 형이라 하는지 몰라도 내 직책이 있는데 어떻게 호형호제 해요.”
하지만 업무상 통화였을 뿐 대포폰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관(차관급)] “나 하루에 전화통화 200, 300개 통화하는 사람이에요. 그걸 내가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며 그게 대포폰으로 온 건지 아닌 건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제가) 신이에요?” (이게 대포폰인지 아닌지 모르신단 말씀이신가요?) “당연히 모르죠. 통화한 기억조차도 없어요.”
자신은 또 사찰과 관련해 전혀 보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관(차관급)] (민간인 사찰 관련해서 보고 받으신 적 없으세요?) “전혀 없어요.” (이 통화기록이 나왔는데 그거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은 있으세요?) “전혀 없어요.” (전혀 없으세요?) “현장 부재 증명을 뒤엎을 수 있는 것을 가져 오세요.” (여쭈어 보는 거예요. 제가 검찰이 아니니까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는 없고. 이런 자료들이 나왔으니까 그에 대한 해명은 들어야 할 것 아니예요.“
불법사찰의 은폐가 진행되던 시기 이영호 전 비서관 등 청와대 고위 당국자들이 대포폰을 수시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 통화의 대상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최 측근인 박영준 전 차관까지 포함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청와대 공직자가 대포폰을 쓰게 된 경위는 물론 이 출처와 통화내역에 대한 조사가 더욱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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