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언론 보도 무마' 의혹

2023년 04월 07일 17시 00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 자신의 '보좌진 부정 채용' 의혹을 보도하려 한 언론사를 상대로 '보도 무마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 언론사는 박찬대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지역신문 기호일보다.
최근 뉴스타파는 박찬대 의원이 본인의 측근에게 금전 지원을 해 준 사업가와 이 측근의 아내를 보좌진으로 채용한 사실, 그리고 채용 과정에서 부정한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진 부정 채용' 의혹)

'박찬대' 이름 빠진 기호일보의 '박찬대 의혹 보도'

지난 2018년 12월 10일, 기호일보는 박찬대 의원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1년여 의원 보좌관 생활... 남은건 빚뿐"이라는 제목이었다. 박 의원의 측근인 김 모 씨 측에 1억 원 넘는 금전을 지원한 뒤 박 의원 보좌관이 됐던 인천 지역 사업가 A 씨를 직접 인터뷰해 쓴 기사였다. 2018년 12월 당시 박찬대 의원실을 나온 지 한 달여 밖에 안 됐던 A 씨는 기호일보와 인터뷰에서 "(박찬대) 의원은 4년간 보좌관으로 일할 수 있도록 약속했다. 대신 선거캠프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김 모 씨의 '옥바라지'와 김 씨 아내의 생활비를 부탁받았다"고 폭로했다. 박찬대 의원이 직접 측근인 김 씨에 대한 금전 지원을 요구했고, 그 대가로 A 씨에게 보좌관 자리를 약속했다는 얘기였다. 사실이라면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사업가 A 씨의 주장이 다가 아니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해 보도했던 '내용증명'도 기사에 포함돼 있었다. 이 내용증명은 사업가 A 씨가 작성해 박 의원의 측근 김 씨에게 보낸 것으로 '보좌관 자리를 돈 주고 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기호일보 기사에는 A 씨가 김 씨에 대한 금전 지원 내역을 정리한 일명 '정산서'의 내용도 들어 있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진 부정 채용' 의혹을 다룬 2018년 12월 10일자 기호일보 기사. 
하지만 현역 국회의원의 비위 의혹을 담고 있었는데도 해당 기사는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 박찬대 의원의 이름과 소속 정당은 물론 모든 관련자들 이름이 비실명 처리됐기 때문이다. 보도 내용만으로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는 기사였다. 기호일보 보도가 일회성 기사로 처리된 것도 이유가 됐다. 
기호일보 기사에서 박찬대 의원은 'A 의원'으로만 표기됐다. 지역구와 소속 정당도 나오지 않았다.

기호일보 기자·정치부장, '박찬대 압력 있었다' 주장

뉴스타파는 이 기사를 쓴 기호일보 기자에게 연락해 "왜 기사를 한 개만 쓰고 끝낸 것인지, 공인이자 헌법기관인 박찬대 의원의 이름과 정보는 왜 익명화한 것인지" 등을 물었다. 
먼저 기호일보 기자는 "2018년 11월경 인천 지역 사업가 A 씨를 수차례 만나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또 여러 개의 후속보도를 준비했었다고 했다. 이 기자는 "(신문) 1면에 기사 하나가 나가고, 관련 기사가 3면이나 사회면에도 나가기로 돼 있었다. 총 6~8편 정도 준비했던 걸로 기억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 기자는 '박찬대 의원의 압력'으로 인해 후속보도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의 이름과 정보도 익명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박찬대 의원이 직접 기호일보 사장에게 '보도를 내지 말라'고 요청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주요 기사다 보니까 사무실에서 데스크(정치부장)하고 같이 마감을 하고 있었어요. 제 데스크가 기사 마감을 끝냈고 그걸 편집국장이 보고,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었는데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한테 전화가 왔어요. 편집국장이 얘기하기로 '박찬대 의원하고 사장이 지금 같이 있는데 (기사) 내용을 알게 됐다.'

2018년 박찬대 '보좌진 부정 채용 의혹' 보도 기호일보 기자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이 기호일보 기자의 주장에 부합하는 공식 문서를 입수했다. 지난해 기호일보 노동조합이 '보도를 부당하게 막은 혐의(업무방해)'로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을 고발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 결정문이다.
결정문에는 2018년 12월 박찬대 의원 관련 보도 당시 기호일보 정치부장의 검찰 진술 내용이 기록돼 있다.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기호일보 정치부장은 "한창원 사장이 나에게 전화해 '박찬대 의원한테서 전화가 왔다. 기사가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참작해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정치 기사를 총괄하는 정치부장이 '박찬대 의원의 보도 무마 압박' 사실을 직접 털어놓은 것이다.
지난해 나온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검찰 불기소 결정문. 2018년 당시 기호일보 정치부장은 "박찬대 의원이 한창원 사장에게 연락해 '기사가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찬대 압력 이후 후속보도 계획 물거품" 

기호일보 기자는 박찬대 의원의 압력이 있은 후 '보좌진 부정 채용' 의혹에 대한 후속보도 계획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날 기사가 나가기 전에 둘(박찬대 의원,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이 만나고 있었나 봐요. '둘이 같이 있는데 연락이 왔다더라.' 그래서 편집국장이 '기사를 좀 줄이자.' 완전히 그 이후로는 (기사 계획이) 사장이 됐죠. 기사를 쓰지 말라고 하니... 최종 총 4편, 그러니까 1편 나간 것 제외하고 '3편을 더 쓰겠다, 이제 팩트를 좀 더 간략하게 해 가지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모두 다 짤렸죠. 

2018년 박찬대 '보좌진 부정 채용 의혹' 보도 기호일보 기자
보도된 기사에서도 박찬대 의원의 이름과 소속 정당, 지역구는 모두 사라졌다. 기호일보 기자는 "현역 국회의원과 관련된 비위 의혹이 확인됐는데도 실명보도를 하지 못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처음에는 박찬대로 쓰려고 했는데 'A 국회의원으로 바꾸라'고 해서 '인천 지역 국회의원'으로 썼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것도 '그냥 지워버려라'고 해서 'A 국회의원'으로 나가고 소속 정당도 지역구도 빠졌다. 결국 전국 300명 국회의원 중 1명과 관련된 기사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호일보 기자는 "충실히 실명·후속보도를 했다면 수사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사안이었다"며 아쉬워했다. 이 기자는 "3~4번에 걸쳐 6~8편의 기사가 나갔다면 수사로도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고, 추가 보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예상했는데, 기사가 딱 한 편밖에 못 나가면서 기사가 사장됐다"고 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12월 자신의 '보좌진 채용 의혹'을 보도하려 한 기호일보에 '보도 무마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뉴스타파는 박찬대 의원실에 연락해 기호일보에 "보도 무마 압력을 넣은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박찬대 의원 측은 "시간이 오래 지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기호일보 사장에게 전화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해당 기호일보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촬영정형민 이상찬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