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목소리와 공영방송

2014년 06월 11일 16시 57분

세월호 참사 현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았던 언론들에게 쏟아진 국민들의 비난은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인 KBS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체육관에 첫 방문한 내용을 보도한 리포트에선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 목소리는 배제한 채 오직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박수를 치는 소리만을 편집해 많은 원성을 샀다.

사실 KBS의 친정부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심지어 KBS의 많은 구성원들은 취재 현장에서 국민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욕설을 듣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기자나 PD와 같은 언론인들이 반성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KBS 사장 선임 절차가 정치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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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을 선임하는 KBS 이사회는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이 11명 모두가 여당과 야당의 ‘추천’을 받는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지분 나눠먹기로 이루어진 이사회인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중 7명은 여당의 추천을 받고, 4명은 야당의 추천을 받는데 사장 최종 선임을 위한 정족수가 6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설사 야당 추천을 받은 이사들이 모두 반대를 한다고 해도 여당 추천 이사들이 낙점한 인물은 사장으로 선임이 가능하다.

결국 이러한 사장 선임 구조에서는 KBS 사장은 누가 되든 정부 여당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친정부 방송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해소하지 않는 한 단지 사장이 바뀐다고 해서 나아질 거란 기대를 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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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영국의 BBC는 ‘BBC TRUST’(BBC 감독위원회)에서 사장을 선임하는데, 적어도 이 감독위원들은 정치권에서 직접 추천을 받은 이들은 아니다. 게다가 사리사욕 금지, 청렴성, 객관성, 책임성, 정직성 등 7개 항목의 공직 원칙에 의해 관리된다. 비록 의장을 문화부장관이 역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정치권의 나눠 먹기식과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이들은 위원들간의 ‘합의’를 통해 사장을 선임한다. 7:4의 여야 구조 속에서 야당이 반대해도 여당이 찬성하면 무조건 사장을 임명할 수 있는 KBS의 사장 선임 구조와 다르다. 무엇보다 공개 모집된 사장에 대해 언론이 그 면면을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소개함으로써 정치권의 ‘동의’가 아닌 국민들의 ‘검증’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비교적 합리적인 BBC의 사장 선임 절차는 친정부 인사로 알려졌던 그렉 다이크가 이라크 전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는 방송의 ‘공정성’을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규정하며, 자신의 정치색을 넘어선 행보를 보였던 인물로 왜 영국의 BBC가 영국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지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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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방송통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그리고 얼마 전 길환영 KBS 사장은 국민들과 KBS 구성원들의 편파보도에 대한 항의를 받고 결국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어찌보면 지금이야말로 KBS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할 가장 적기인 셈이다. 동시에 과연 박근혜 대통령의 ‘공정 방송’에 대한 언급이 진정성을 지닌 것인지를 가늠할 심판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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