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체대 교수들, 제자 논문 베껴 연구실적 ‘꿀꺽’
2014년 08월 19일 23시 56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을 다룬 영화 ‘제보자’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황우석 사건 뺨치는 황당한 논문 조작이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자행돼 온 사실이 드러났다.
한체대 일부 교수들은 제자가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 얻은 실험결과를 갖다 쓰면서 쥐를 대상으로 연구했다고 조작하거나, 아예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지 않은 실험결과를 날조하기도 했다.
불법 생체 검사를 벌인 혐의로 교육부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한체대 김창근 교수는 지난 2011년 ‘장시간의 일회성 지구성 운동 수행시 노화에 의한 쥐 골격근의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창근 교수는 연구 책임자로, 같은 대학 김효정 교수는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사제지간인 김형준, 권형태, 어수주 연구원 등과 함께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를 진행했다. 김 교수 등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유산소 운동이 노화된 근육에서도 근 단백질 합성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근거로 제시한 실험 데이터는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복수의 생물, 생화학 분야 연구진에 확인한 결과, 임상실험에서 단백질의 발현 정도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기준인 ‘GAPDH’ 단백질의 실험 데이터가 2010년 2월에 나온 신모씨의 논문에서 사용된 ‘GAPDH’단백질 사진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씨는 당시 남자 대학생 7명을 대상으로 실험해 ‘단시간의 일회성 근 수축 자극이 근세포 유형별 MTOR 신호 전달 경로에 미치는 영향’의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로 다른 실험에, 그것도 사람과 쥐라는 실험연구 대상이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GAPDH 단백질 사진이 같다는 것은 김 교수진의 연구 자체에 인위적인 조작이 개입했다는 뜻이다.
더구나 신씨의 지도 교수는 김창근 교수. 즉 김 교수는 자신의 제자 논문에 나온 데이터를 재 사용해 허위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황은성 서울시립대 연구처장은 “두 실험은 조건 자체가 상당히 틀린데 같은 모양이 나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실험하지 않았는데 거짓으로 데이터를 제시한 날조”라고 말했다.
또 김효정 교수는 2011년부터 3년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모두 1억2500만원의 연구비를 받은 뒤 있지도 않은 실험 데이터를 날조해 연구비를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효정 교수는 김창근 교수 및 권형태 연구원과 공동으로 지난 2012년 ‘고강도의 저항성 운동 수행시 흰쥐 골격근에서 노화에 의한 근합성 신호 변화’ 논문을, 지난해에는 ‘노화가 고강도의 유산소 운동시 흰 쥐의 골격근 세포내 근합성 반응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두 개의 논문을 연구실적으로 제출했다.
2012년 발표한 논문은 조깅 같은 유산소운동을 했을 때, 2013년에 나온 논문은 암벽등반 같은 저항성 운동을 했을 때 근육내 단백질 변화를 살펴본 것으로, 두 논문은 전혀 다른 연구여서 실험 데이터가 일치할 수 없다.
그러나 김효정 교수 등은 2012년 논문의 실험 데이터중 ‘mTOR’ 단백질과 ‘4EBP1’ 단백질의 발현 정도가 담긴 사진을 2013년 논문에 재 사용했다. 이들은 실험 데이터가 다른 것처럼 보이기 위해 포토샵 등을 이용해 명암을 조절하고 크기를 바꾸는 방법으로 실험 결과를 날조했다.
김효정 교수는 뉴스타파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선명하고 결과에 부합되는 샘플을 찾아 덮어씌우기를 한 것”이라고 데이터 날조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논문을 조작한 것은 아니고, 연구원이 동일한 mTOR사진을 사용한 것을 가려내지 못한데 대해 반성한다”며 날조의 책임을 제1저자인 권형태 연구원에게 돌렸다.
같은 대학 김효식 교수는 2011년 4월 발표된 ‘고강도의 지구성 운동수행에 의한 근비대 신호 단백질’관련 연구에서 나온 GAPDH 데이터 7개중 5개를 잘라 같은 해 10월 한국체육과학회지에 ‘서로 다른 식이지방산 섭취가 장시간의 수영운동후 쥐 가자미근 내 AMPK와 MAPK 발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발표했다.
앞서 발표된 논문은 트레드밀 운동에 관한 연구고, 김효식 교수의 논문은 수영운동에 대한 실험인데 GAPDH 단백질 데이터가 똑같이 나온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논문 조작이 분명하다는 게 학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에 앞서 김효식 교수는 같은 대학 어수주 연구원과 함께 2009년 통과된 황모씨의 석사학위 논문을 베껴 2011년 ‘경영선수들의 상지 근력과 스트로크 변인이 수영속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황씨의 논문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기 1년 전에 이미 나온 것인데, 김효식 교수는 이 연구가 마치 새로운 것인양 포장해 연구비를 횡령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들이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뒤 허위의 연구 결과를 내놓거나, 제자 논문을 이용해 마치 새로운 연구인 것인양 포장한 사례는 모두 9건으로 집계됐다. 연구 부정에 연루된 교수는 김창근, 김효정 김효식 교수를 포함해 6명이며, 대학 연구진 15명을 합치면 연구부정에 개입된 사람들은 모두 21명이다. 여기에 지원된 한국연구재단 연구비는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한국연구재단은 연구윤리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 연구 부정이 확인될 경우 해당 교수에 대해 일정 기간 연구비 지급을 중단하거나 기 지급한 연구비를 회수할 방침이다.
김태년 새천년 민주당 의원은 “남의 연구를 베끼거나 아예 날조한 논문에 국민의 세금이 낭비돼서는 안된다”며 “한국연구재단 또는 제3의 기관에 철저한 검증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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