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나라사랑’ 강사명단 단독 입수... ‘보수편향’ 심각

2014년 05월 15일 16시 31분

국가보훈처가 2012년부터 운영해온 ‘나라사랑교육’ 전문강사 명단을 뉴스타파가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강사진 구성과 운영에 극심한 보수편향성이 확인됐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구성된 2013년 강사진은 60%가 군 출신과 탈북자, 보수적 안보단체 인사들로 구성돼 대부분의 강의를 몰아서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훈처는 독립운동 유공자와 독립운동사 연구자들은 강사로 선정해 놓고도 강의를 주지 않았으며, 엄연히 나라사랑교육의 주제로 명시돼 있는 민주화운동 관련 전문강사는 단 한 명도 선정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2011년 2월, 군 출신으로는 7년 만에 보훈처 수장이 된 박승춘 보훈처장은 취임하자마자 ‘나라사랑교육과’를 신설했다.

보훈처는 이에 따라 이듬해인 2012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해마다 전국에서 100명 이상의 전문 강사진을 구성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나라사랑 정신’을 교육시키는 강연 사업을 펴고 있다. 2013년에만 580차례 강연에 14만 명이 교육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초중고등학생이 10만 명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은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국가예산까지 들어간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진의 명단과 구체적인 강의 내용이 공개된 적이 없다.

뉴스타파는 2012년과 2013년 각각 100명 씩으로 구성된 보훈처 나라사랑교육 전문강사진 명단을 단독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로는 군 출신과 탈북자, 보수적 안보단체 인사들이 강사로 대거 선정돼 보수 편향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2년에 운영된 1기 강사진에는 군 출신 인사들이 4명에 불과했으나 2013년 2기 강사진에는 무려 39명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자 외에도 정보나 정훈 장교 출신들이 많았다.

또 2012년에는 재향군인회와 자유총연맹, 상이군경회, 고엽제전우회 등 안보단체 인사들이 6명 뿐이었지만 2013년에는17명으로 크게 늘었고, 2012년에는 한 명도 없었던 탈북자 출신 강사도 2013년에는 4명이 포함됐다. 반면 2012년 75명이나 됐던 교수와 교사 숫자는 2013년 22명으로 크게 줄었다.

결국 박근혜 정부 들어 군 출신과 탈북자, 안보단체 인사들이 교수와 교사 등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강사진 100명 가운데 60명이나 차지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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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2013년 강사진 100명 가운데는 박승춘 처장의 안보 사조직인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관련 인사들도 22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거나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하는 등 여권 정치인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사도 12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강사진 구성만이 아니라 운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 편향성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2013년 강사진 100명 가운데 한 해 12차례 이상 강의에 나선 강사는 모두 16명이었고 이 가운데 12명이 군 출신과 탈북자, 안보단체 소속 강사들이었으며, 이들이 지난해 전체 강의 580건 중 37%에 해당하는 215건을 담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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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2013년 강사진에 위촉되고도 단 한 차례도 강연을 하지 않은 강사는 19명으로, 주로 독립운동 유공자와 독립운동사 연구자들이었다. 이들은 강사로 선정된 이후 강의에 나서달라는 요청조차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실상 구색맞추기 용으로 끼워 넣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4.19와 5.18 등 민주화운동 관련 전문 강사는 2012년과 2013년을 통틀어 아예 한 사람도 선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훈처의 나라사랑 강사진 운영 지침에는 강의 주제로 독립과 호국,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도 명시돼 있지만 이를 지키기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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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라사랑 강사진을 활용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집중 추궁당한 이후 강사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방지하는 조항을 운영 지침 내에 명문화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해 놓고도 지금껏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이같은 문제점들에 대해 보훈처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지만 2달 가까이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 4월 15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한 박승춘 보훈처장을 직접 만나 이에 대해 직접 물었으나 그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이 과정에서 보훈처 직원들은 취재진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취재를 방해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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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는 지난 5월 2일 전쟁기념관에서 ‘나라사랑교육 전문강사진 워크숍’을 개최해 120명으로 확대 재편된 강사진에 대한 내부 교육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박승춘 보훈처장은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큰 사건만 나면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 관례”라는 발언을 했다.

이어 대통령과 국가를 동일시하면서 나라사랑 강사들이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교육을 해달라는 취지의 주문을 서슴없이 내놓기까지 했다.

여러분들, 대통령이 성공해야 성공한 대한민국이 됩니다. 그러면 우리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말 지지도가 30%를 밑도는 원인이 무엇인가, 여러분들이 그것을 분석해서, 여러분들 나름대로 정리해서 우리 국민들을 교육하는 것도 대단히 좋은 교육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박승춘 보훈처장, 5월 2일, 전쟁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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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실시된 국가보훈처 나라사랑교육 580차례 가운데 절반 가량이 ‘호국보훈의 달’인 6월 한 달 동안 집중됐으며 대상은 거의 모두 초중고등학생들이었다.

뉴스타파는 일선 교육현장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보훈처의 2012년과 2013년 나라사랑 강사진 각 100명 씩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한편, 최근 확대 개편된 3기 강사진 120명의 명단도 조속히 취재해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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