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큐] 윤석열의 내란-계엄을 막은 사람들
2024년 12월 22일 19시 50분
<앵커 멘트>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입니다. 후보시절 새로운 일자리 300만 개를 만들겠다던 그의 약속은 그래서 국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된 핵심 공약이었습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살 맛 나게 하는데 있습니다, 민생고를 덜어주고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라며 열심히 일하면 국민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5년이 지났습니다. 여러분들의 삶은 어떠십니까. <기자> 경기도 분당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 위치한 분식집. 주인의 손때가 묻은 설비들이 뜯겨져 나갑니다. 가게가 망해 철거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주경영 주방설비업체 사장] “이런 집이 한두 집이 아니에요.” (많아요?) “네. 하루에 한 건씩. 우리가 보통 하루에 철거하는 양도 많기 때문에 거의 헐값에 가져간다고 보면 되죠.” 지난 2010년 10월 문을 연 이 가게는 개업 2년만에 문을 닫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분식집을 해보려다 투자비 5천만 원 가량을 고스란히 날린 상인은 끝내 철거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주경영 주방설비업체 사장] “먹구름이 몰려온다고 볼까요. 내 순서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 다. ‘나는 아니겠지’ 하면서도 저 사람이 나가 떨어지면 ‘다음은 내 순서겠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자영업자 살리기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경제 살리는 대통령. 국민을 위해서 서민을 위한 대통령 꼭 됩니다. 이명박.” 임기 동안 3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부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영세 자영업자와 재래시장의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 서울 마포의 재래시장인 공덕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상인들은 오지 않는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박종석 공덕시장 상인 대표] (여기 다 망한 거예요?) "그렇죠. 다 망해서 나갔죠.“ 시장에 손님의 발길이 끊긴 건 인근에 대형 마트가 들어선 뒤부터였습니다. 이후 두 집 가운데 한 집 꼴로 문을 닫았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만 해도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했다는 상인들. [김금자 공덕시장 상인] (어머니 그러면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는 누구 뽑으셨어요?) “이명박 뽑았죠.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도 별 것 아니니까는.” [박종석 공덕시장 상인 대표] “제가 이명박 대통령하고 같은 학교 출신이에요. 저도 경상도 사람이고 이러다 보니까 솔직히 어떤 면에서 우리나라의 정치 행태에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을 찍고 기대를 했죠. (이 대통령이) 경제 회사를 운영하고 그랬으니까. 근데..” 경제 대통령이 시장을 살려줄 거란 기대가 컸지만 오히려 사정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박종석 공덕시장 상인 대표] “수익을 못 내는 가게들이 굉장히 많아요. 자영업자들의 환경이 그만큼 바뀌어 버린 거예요. 저는 그 원인이 대기업에서 지독할 정도로 자영업자의 상권을 다 파고든 것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보거든요.” “권투를 하면 링의 심판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링의 심판(정부)이 제 역할을 못해서 룰이 깨져 버리면 권투는 엉망이 되어버려요.” [남자 상인] “우리(상인회)한테 말을 안 하고 미소금융(금융소외계층 창업지원 소액대출)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미소금융을 씁니다. 그런데 개인 프라이버시 때문에 얘기를 못합니다.’ 아 그렇구나 하면서 말을 안 하는 거지. 미소금융 쓴다는 말을... 미소금융 그거(쓰는 사람은) 신용 8등급이에요.” “우리의 핵심은 사실 하나거든요. 어떤 놈도 다 아는 얘기야. 부가 너무 한쪽으로 쏠렸으니까. 그걸 이쪽으로 나누는 방법만 딱 하면 되거든. 그런데 (정치인들이) 그 얘기를 못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의 수는 지난해 559만4천 명이 넘습니다. 일하는 사람 3명 가운데 한 명이 자영업자인 셈입니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월 평균 수입은 150만 원이 채 안 된 반면 평균 1억 원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곱창집 주인] “다른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장사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고. 제가 도리어 묻고 싶은 게 그럼 뭐 할 건데요?” 3년을 준비한 끝에 문을 연 곱창 가게. 6개월째 근근이 버티고 있습니다. [곱창집 주인] “자꾸 안 좋은 면만 보면은 (안 되니까) 이제 위안을 삼는 거예요. ‘나만 안 되는 게 아니라 다들 같이 안 되니까 나의 잘못보다는 경기가 안 좋은 거다.’ 변명을 찾는 거죠.” 대부분 빚을 내 가게를 시작하지만 세 집 가운데 한 집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 신고를 합니다. [주경영 주방설비업체 사장] “1억 원에 시작했던 사람이 망하고 돈이 없으니까 5천만 원에 다시 시작하고, 또 5천만 원에서 까먹으면 3천만 원, 3천만 원에서 까먹으면 한 1천만 원? 그 다음엔 포장마차?” 연간 6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대통령. 하지만 그 성과는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1만4천 원 나왔습니다. 영수증 드릴까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주차관리 아르바이트에 나섰습니다. 시급은 5500원. 하루 7시간씩 꼬박꼬박 일해도 일당이 4만 원이 채 못 됩니다. [이동권 가면/구직자] “집에서 놀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부모님한테 용돈을 탈 수도 없는 거고. 그래도 나와서 일하면 돈1백만 원은 버니까. 그리고 집에 있으면 저도 많이 놀아봤지만 사람이 굉장히 무기력해져요. 자꾸 딴 생각하고 우울증 같은 여러 가지....” 9년 전 다니던 회사가 부도난 이후 이씨는 공장과 마트, 공사판을 전전하며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 비정규직이었습니다. [이동권 가면/구직자] “대선 공약 있잖아요? 어차피 대선에만 당선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제가 봐선 그래요. 공약 중에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하면 이거에요. 아웃소싱을 더 만들겠다는 얘기인데, 그거 만들면은 만드나 마나에요. 사람들 더 안 가요. 왜냐하면 아웃소싱 업체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이 사람들한테 굉장히 무시를 당하는 그런 직종이기 때문에...” 이씨는 급여가 적더라도 정규직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자격증도 4개나 따뒀습니다. 하지만 마흔이 넘은 이씨를 받아주겠다는 회사는 없습니다. [이동권 가면/구직자] “지금까지 대통령이 하는 걸 봐서는 거의... 지금 경기도 광주나 이런 곳 가면은 월 130만 원 받고. 밑바닥 생활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이런 상황을 그 사람(대선 후보)들이 아는지 모르겠어요.”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 “지나나 4,5년을 되돌아보면 일자리의 양은 조금 증가했지만 사실상은 질적으로 나쁜 일자리들만이 증가를 했죠. 대표적으로 비정규직이 많이 증가한다거나 여성 저임금 일자리들이 많이 증가를 해서 지난 4년 동안의 고용의 질이나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가 된 것 같습니다.” 청년 고용의 실패는 더욱 뚜렷합니다. 임기 첫 회 2008년 41%였던 청년 고용률은 지난 9월엔 39%까지 떨어졌습니다. 취업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겁니다. [김형관 취업준비생] “제가 한 10군데 원서를 넣었는데 한 군데 합격하고 다 떨어졌어요. 이런 걸 봤을 때 취업 시장 문이 좁구나. 뭔가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좀 더 어렵고 취업시장이 더 어려워지는 걸 몸소 깨달으니까 그런 게 이제 그런 부분에서 자신감이라든지, 처음의 패기가 많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위축되고 이런 부분에서 좀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기업의 취업문이 좁아지자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공무원 시험에 몰려들었습니다. 대학생들마저도 일찌감치 휴학계를 내고 고시촌으로 향합니다. 2-3년 이상 시험에 매달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2-30대 청춘을 각종 공무원 시험에 바치는 사람은 연간 25만 명에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손인원 공무원시험 준비생] “경쟁률은 올해 같은 경우에는 제가 알기로는 전국적으로 1000:1이라고 봤거든요.” (그럼 여기서 (하루에) 몇 시간 공부하시는 거예요?) “거의 대부분 여기 학원 오는 사람들이 아침 7시만 돼도 학원에 바글바글하거든요 아침 7시만 돼도 자리 잡는 것도 제대로 못 잡을 때도 있고. 학원 문을 8시에 여는데 5시 40분부터 학원 앞에 줄 서 있어요.” [구경현 공무원시험 준비생] “경제대통령이다, 뭐다 해서 굉장히 청년 실업을 해결하겠다, 공약을 내걸고 여러 가지 많이 추진을 하는 것 같은데 그거는 공약적인 말 뿐이었던 것 같고. 결과적으로 보면 청년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피부로 느껴지는 그런 건 오히려 더 악화되지 않았나.” 사실상 실패나 다름없는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공약. 뭐가 문제였을까. 건설회사 CEO 출신임을 강조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내내 기업 프렌들리 정책으로 일관했습니다. @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 2월 22일 [이명박 대통령] “저는 기업이 잘 되게 하는 그런 생각 갖고 있습니다. 기업이 잘 돼야 한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기업이 세금을 내서 복지를 하고 또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 KBS 뉴스7 9월 5일 “10대 그룹의 올 상반기 영업 이익이 전체 상장사의 70%를 넘어섰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으로 지난 5년 간 대기업은 규모가 커지고 이익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력과 이른바 낙수효과는 없었습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기업은 좋아졌는데, 국민들은 더 살기가 어려워졌더라. 그렇게 되어버린 거예요. 왜냐하면 방금 얘기한 대로 ”낙수효과“는 없어졌기 때문에 돈이 그쪽으로만 몰리고 그리고 거기서 그친 게 아니고 기업 마음대로 하게 해줬더니 돈을 그렇게 많이 벌었으면 됐지. 이제 서민들 먹고 사는 것까지 넘보더라...” 서민들의 주름살을 펴주겠다던 이명박 대통령. 하지만 지난 5년새 서민들의 삶은 더 각박해지고 한숨도 더욱 깊어졌습니다. @ 뉴스9 2010년 9월 9일 “경제가 어려웠던 지난 해 하루 마흔 두 명씩 자살을 택했습니다. 특히 희망차야 할 청년들이 많이들 스스로 삶을 꺾었습니다.” 상대 후보보다 무려 520만 표를 더 얻으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경제대통령은 결국 서민들에겐 허상으로 남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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