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탈출로 가는 비상구...선거제도 개혁
2018년 11월 01일 17시 05분
<기자>
뉴스타파 취재팀이 최근 서울시 선관위로부터 투표소별 구체적인 변경사유 내역을 받았습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대조작업을 벌였습니다.
먼저 노원구 상계1동. 평일 수업 때문에 임차를 할 수 없어 더 이상 수락중학교 동아리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투표장소를 다른 곳으로 변경했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습니다. 서울시 선관위가 작성해 공개한 자료입니다.
과연 사실일까. 학교를 찾아가 확인해 봤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선거 당일 수업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중학교 직원]
(그럼 수업이 당연히 없었겠네요?)
“그렇죠. 학교는 (수업이) 있어도 거기는 없었죠. 그리고 동아리실이 수업하는 곳이 아닌데.”
선관위가 거짓 자료를 낸 것입니다. 더욱이 수업 때문에 투표장소를 쓸 수 없다던 이 동아리실은 엉뚱하게도 다른 투표구의 투표장소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학교 직원은 당시 투표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줬습니다.
[학교 직원]
“여기서 들어와서 이리로 나갔어요.”
(이쪽으로. 투표를 하시고?)
“네. 투표하고. 여기가 튜표 장소가 있으니까... 여기 설치해서 여기서 하고... 나가시고 들어오시고 애들 수업은 했어요. 여기는 아무것도 안 하고.”
(여기는 수업이 전혀 없었던 거죠?)
“네네”
은평구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사 2동에 한 중학교 음악실. 역시 선관위 자료에는 평일 수업 때문에 임차 불가해 다른 곳으로 변경됐다고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선거 당일 수업은 없었고. 버젓이 다른 투표구의 투표소로 사용된 사실이 확인 됐습니다.
[학교 담당자]
(그러면 당시에는 당연히 1층 음악실에는 수업이 없었겠네요?)
“그렇죠. 접근을 아예 아이들을 그 근방에는 가지도 못하게 하고요. (투표소로) 사용했습니다.”
(그래요. 수업은 당연히 없었고요?)
“수업은 없었고요. 네.”
이처럼 선관위가 제시한 투표소 변경 사유의 상당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시 선관위에 어떻게 된 일인지 거듭 물었지만 뾰족한 답변을 내놓질 못했습니다.
[서울시 선관위 담당자]
“이쪽 사유는 잘못된 게 확실히 맞아요. 여기서 수업 때문에 임차불가가 아니라 저희가 수업 때문에 임차불가라고 사유가 됐는데 확인해 본 결과, 수업 때문에 임차불가가 아니라... ”
(이거는 혹시 확인하셨어요?)
“이건 또 뭐예요?”
(아까 보여 드렸던 거 있잖아요...)
“바뀐 이유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관악구 지역에 선거담당 공무원은 주민센터 3층 다목적실은 투표장소로 사용됐는데 왜 같은 주민센터 3층 강당은 투표소로 사용하지 못했는지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주민센터 선거 담당자]
“각 동에서 서울시에서 다 취합하면서 잘못 기재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엑셀 작업을 하면서 그게 저희도 갑자기 자료 내라고 해서 건건이 하다 보니까 복사하면서 잘못 기재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선관위의 거짓 해명뿐 아니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투표소가 변경된 곳은 뉴스타파 취재팀이 확인한 것만 지금까지 예순일곱 곳에 이릅니다. 결국 석연치 않은 투표소 무더기 변경에 유권자들만 피해를 봤습니다.
[권은진 / 대학생]
“명확하게 어딘지를 그 전날까지도 모르니까 저는 이제 그날 아침에 여긴 줄 알고 갔었거든요. 근데 아니라고 하니까 일단 막 변경이 되니까 어디서 알아봐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과연 투표소 무더기 변경에 어떤 보이지 않은 손이 개입된 것일까. 디도스 사건의 배후를 밝히는 것 못지않게 반드시 규명돼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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