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출마 후보 중 101명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신고한 재산 내역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 내역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3월 28일 공개된 공직자 재산 정기 공개 정보와 22개 총선 출마 후보들이 지난달 선관위에 등록한 재산 내역을 비교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1급 이상 공직자들은 매년 본인과 직계 가족의 재산 변동 내역을 공개(정기 공개)한다. 선거에 출마한 공직 선거 후보자들은 선관위에 본인과 가족의 재산을 공개(선거 공개)한다. 두 가지 재산 공개는 모두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동일한 방법으로 등록, 공개하게 돼 있다. 재산 신고 기준 시점도 전년도 12월 31일로 동일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정기 공개' 재산과 '선거 공개' 재산은 같아야 한다.

올해 ‘정기 공개’에서 재산을 신고한 총선 후보는 모두 193명이다. 이중 101명이 ‘정기 공개’ 재산과 '선거 공개' 재산 내역이 달랐다. ‘정기 공개’ 재산 등록은 매년 2월 말 마무리되고, ‘선거 공개’ 재산 등록은 총선 후보자 등록일(3월 21~22일)에 이뤄진다.

‘정기 공개’ 대상자가 총선에 출마하면서 재산을 줄여 신고한 사례가 많았다. ‘정기 공개’ 때보다 재산을 더 적게 신고한 후보는 67명, 더 많이 신고한 후보는 34명이었다. 두 재산 공개 사이 차액이 1억 원 넘는 후보도 15명이나 있었다. 재산을 1억 원 이상 줄여서 신고한 후보가 6명, 1억 원 이상 늘려 신고한 후보가 9명이었다.

‘정기 공개’보다 재산을 가장 많이 줄여 신고한 총선 후보는 경기 고양시갑 선거구에 출마한 녹색정의당 심상정 후보다. 심 후보는 지난 2019년부터 지금까지 모친과 장남의 재산을 포함한 재산 내역을 공개해 왔다. 그런데 제22대 총선 후보로 등록하면서 모친과 장남 재산을 고지 거부했다. '정기 공개' 때 심 후보 재산 총액은 14억 원, 선관위에 공개한 재산은 5억 8,000만 원 정도였다.

광주광역시 서구을에 출마한 녹색정의당 강은미 후보도 ‘정기 공개’ 때 공개했던 부친과 모친 재산을 ‘선거 공개’에서 고지 거부했다. ‘정기 공개’ 재산은 3억 9,000만 원인데, 선관위에 공개한 재산은 2억 4,800만 원이었다. 1억 4,200만원 줄어든 액수다.

경기 광주시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후보도 ‘정기 공개’ 때 공개했던 가족 재산을 ‘선거 공개’에서 고지 거부했다. ‘정기 공개’에서 재산 총액을 31억 3,000만여 원으로 신고했지만, 선관위에는 24억 6,000만 원 정도만 신고했다. 장녀와 차녀의 재산을 고지 거부하면서 재산 신고액이 6억 6,000만여 원 줄었다.

‘정기 공개’에 비해 재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후보는 부산 금정구에 출마한 백종헌 국민의힘 후보다. 백 후보는 3월 28일 ‘정기 공개’에서는 333억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그런데 선관위에는 22억 원 늘어난 355억 원을 신고했다. ‘정기 공개’에서 비상장주식을 상속 받으면서 부산 금정세무서에 상속세 연부연납 채무가 생겼다고 했다. 연부연납은 상속세나 증여세 등 세금을 한번에 내기 어려울 때 여러 해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는 제도다. 

백종헌 의원실은 “작년에 백 의원 부친이 돌아가셔서 유산 상속을 받아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금으로 20억 원을 납부했으며, 나머지 20억을 10년에 걸쳐  나눠서 납부하기로 했는데, 상속세가 5월에 확정되므로 아직 미정이니 재산 신고에 20억 원을 더 추가하라는 선관위의 의견을 받아 재산 신고시 차이가 발생했다고 했다.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을에 출마한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기 공개’에서 9억 6,200만 원을 신고했다. ‘선거 공개’에서는 12억 5,900만 원을 신고했다. ‘정기 공개’에서 사인간 채무로 신고했던 1억 4,800만 원을 ‘선거 공개’에서 채권(정치자금)으로 바꿔 신고하면서 재산 총액이 3억 원 가량 늘었다.

한편, 채무 신고에 따라 재산 신고액이 줄어든 경우도 있다. 더불어민주연합 용혜인 비례대표 후보(6번)는 ‘정기 공개’에서 5억 5,600만 원을 신고했다. ‘선거 공개’에선 3억 5,900만 원을 신고했다. 부친 명의의 채무 3건, 1억 9,700만 원이 추가되며 재산 신고액이 줄었다.

경기도 파주시을에 출마한 박정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월 28일 ‘정기 공개’에서 340억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선거 공개’에선 11억 원 늘어난 351억 원을 신고했다. 박정 의원은 ‘정기 공개’에서 371억 원으로 신고했던 마포구 상암동 빌딩 가액을 ‘선거 공개’에서 383억 원으로 수정했다.

경기도 의왕시과천시에 출마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아파트 평가액이 달라지며 재산 신고액이 늘어났다. ‘정기 공개’ 재산은 8억 7,300만 원이었는데, ‘선거 공개’ 재산은 12억 2,100만 원으로 늘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아파트의 평가 방법을 실거래가로 바꾸면서 재산 평가액이 약 3억 5,000만 원 증가했다. 이 의원은 홍제동 아파트의 임대보증금을 4억 8,000만 원에서 4억 7,500만 원으로 신규 전세계약을 체결했다고 신고했다.

경기도 안양시동안구을에 출마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아파트 평가액이 달라지면서 재산 신고액이 늘었다. ‘정기 공개’에서 7억 5,300만 원을 신고했는데, ‘선거 공개’에서는 8억 7,800만 원을 신고했다.

충청남도 보령시서천군에 출마한 장동혁 국민의힘 후보는 토지 신고액이 달라지면서 재산 신고액이 늘었다.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읍 화곡리 임야 4건을 ‘정기 공개’에서 공시지가로 신고했었는데, ‘선거 공개’에서 실거래가로 바꾸면서 재산이 늘었다. ‘정기 공개’ 금액은 25억 4,900만 원, ‘선거 공개’는 28억 2,100만 원이다.

대구광역시 서구에 출마한 김상훈 국민의힘 후보는 ‘정기 공개’에서 재산 12억 5,800만 원을 신고했다. ‘선거 공개’에선 17억 5,100만 원을 신고했다. ‘선거 공개’에서 과거 신고하지 않았던 정치자금 예금 계좌 2억 9,500만 원과 차남 재산 1억 9,800만 원 등을 신고하면서, 전체 재산 신고액이 5억 원가량 늘었다.

경기도 남양주시갑에 출마한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와 충청북도 증평군진천군음성군에 출마한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정기 공개’에서 신고하지 않았던 정치자금 예금 계좌를 ‘선거 공개’에서 신고해 재산 총액이 늘었다. ‘정기 공개’ 46억 1,400만 원에서 ‘선거 공개’ 48억 3,300만 원으로 약 2억 1,900만 원 늘었다. 임 후보는 ‘정기 공개’ 27억 원에서 ‘선거 공개’ 28억 9,000만원으로 약 1억 9,000만 원 늘었다.

정치자금 계좌를 ‘정기 공개’에서만 신고한 경우도 있다. 대구 동구군위군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강대식 후보는 선관위에 재산을 신고하면서 1억 6,000만 원이 들어있는 정치자금 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 ‘정기 공개’에서 6억 8,000만 원을 신고했고, ‘선거 공개’에선 5억 2,000만 원을 신고했다. 

다른 설명 없이 ‘정기 공개’에서 신고했던 재산을 누락한 사례도 있었다. 개혁신당 이기인 비례대표 후보(6번)는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8,300만 원을 ‘정기 공개’했다. ‘선거 공개’에서는 -5,100만 원을 신고해 1억 3,400만 원 줄었다. ‘정기 공개’에서 1억 1,700만 원으로 신고했던 자동차 2대(제네시스 GV70, Q3 스포트백)를 ‘선거 공개’에서는 빼면서 생긴 일이었다. 

뉴스타파는 2024년 3월 28일 공개된 정부,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재산 정기 공개 내역을 <뉴스타파 공직자 재산 정보 사이트>(jaesan.newstapa.org)에 공개한다. 뉴스타파 재산 사이트는 1993년 이후 공개된 공직자들의 재산 변동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시민들 누구나 가입 없이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