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일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2.3 내란 사태를 두고 '야당 폭거에 대한 경고용 조치'라고 한 윤 대통령의 말과 달리, 무력으로 국회·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장악하려 한 친위 쿠데타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내란 이틀 전 특전사령관에게 '국회, 선관위 등 확보하라' 지시
1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비상계엄 발령 이후)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를 했다”며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 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당초 곽 사령관은 대통령과의 통화가 한 차례 있었다고 말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계속된 추궁에 추가 통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한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곽 사령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지휘관이 ‘그건 안 된다. 제한된다’고 저한테 분명히 얘기를 했고, 저도 그 부분이 맞고 옳다고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은 부상자 발생과 차후에 있는 위법성 문제를 우려해 부하들에게 '더 이상 안으로 진입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계엄 발령 이틀 전인 12월 1일 이미 비상계엄 선포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도 실토했다. 당초 곽 사령관은 12월 3일 밤에서야 계엄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했지만, 오늘 국회에서 발언을 뒤집었다.
곽 사령관은 "12월 1일 국회, 선관위,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 6개 지역을 확보하라는 임무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왜 계엄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국방위원장)의 질의에 곽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령 얘기를 들었을 때는 설마 그렇게 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국회의원 체포·구금', '선관위 서버 확보'...12.3 내란의 재구성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한 군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12월 3일 밤 계엄군의 계획과 동선이 추가로 확인됐다.
김대우 방첩사령부 수사단장은 12월 3일 당일 "구금 시설 및 (국회의원) 체포와 관련된 지시는 제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며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B1 벙커'에 구금 시설이 있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B1 벙커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관할 지휘통제 벙커를 뜻한다. 김 수사단장은 방첩사가 체포하려고 한 인사가 총 14명이었다고 말했다.
△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한 김대우 방첩사령부 수사단장.
정보사령부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고 계엄 발령 1시간 반 전에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치한 과천 일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계엄 당일 오전 10시쯤 김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오후 9시에 과천정부청사 인근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정보사는 부대원 10명을 편성해 '선관위 전산실의 위치를 확인해 다른 팀이 오면 인계'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문 사령관은 말했다. 중앙선관위 서버실 CCTV에 찍힌 군인의 정체도 정보사 요원이었다.
정보사로부터 임무를 인계받기로 되어 있는 팀은 방첩사였다. 당일 방첩사의 임무는 선관위 서버를 복사·확보하는 것이었다. 정성우 방첩사령부 1처장은 당일 이러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방첩사 내부 법무관 7명이 강하게 반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