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카드뮴 불법 배출’ 영풍 석포제련소 과징금 281억원

2021년 11월 30일 13시 17분

폐수를 무단 배출해 열흘간 공장 문을 닫았던 영풍 석포제련소가 이번에는 카드뮴 불법 배출 문제로 과징금 281억 원을 부과받았다. 
환경부는 낙동강 최상류에서 중금속 발암물질인 카드뮴 오염수를 불법 배출한 석포제련소에 대해 지난 22일 과징금 281억 원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이번 결정은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이 법이 개정돼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적용된 사례다. 
과징금 부과제도는 이전에도 있었으나 산정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2019년 11월 과징금 산정방법을 연평균 매출액을 기준으로 바뀌었다.
환경부가 공개한 영풍 석포제련소 제1공장 전해공정 작업장 모습. 공정바닥의 내산벽돌이 부식되거나 파손됐다. ⓒ환경부 제공

카드뮴, 토양과 지하수 거쳐 낙동강으로 유출

환경부는 2년 6개월간의 조사를 통해 영풍 석포제련소 내부에서 유출된 카드뮴이 공장 바닥을 통해 토양,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결국에는 낙동강까지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18년 12월부터 4개월 연속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 국가수질측정망에서 기준치의 2배를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되자 환경부는 본격적으로 영풍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유출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2019년 4월 환경부는 석포제련소 인근 낙동강 수질을 조사해 공장 주변 하천에서 기준치의 4,578배에 달하는 카드뮴이 검출했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공업용수 목적으로 무허가 지하수 관정 52개를 운영한 점도 찾아냈다.
2020년 10월 환경부는 추가 조사를 통해 낙동강에 유입된 카드뮴 양이 하루 22㎏, 연간 8,030kg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누출된 카드뮴 공정액이 토양과 지하수를 거쳐 낙동강으로 유입된다는 내용이었다. 
2021년 8월 환경부는 영풍 석포제련소가 부적절하게 시설을 운영한 사실도 밝혔다. 카드뮴 공정액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흘러넘치게 하는 등 영풍 석포제련소가 관련 시설을 부적절하게 운영하고 있었고, 일정량 이상의 비가 내릴 경우 바닥에 누출된 카드뮴 공정액이 빗물과 함께 섞여 낙동강으로 유출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조사를 담당한 김종윤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은 “과징금 부과 이후에도 낙동강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을 위해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지도·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의 낙동강 불법배출을 지속할 경우, 제2차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라 말했다
  • ‘영풍 석포제련소’ 카드뮴 낙동강 유출 확인 과정
  1. 19.4.14~4.15 (환경부) : 1공장 하류 전 지역에서 하천 수질기준 초과
  2. 19.4.17~4.19 (환경부) : 무허가 지하수 관정 52개 운영 적발
  3. 19.8.30~20.7.29 (환경부) : 카드뮴 공정수 누출로 토양 및 지하수, 낙동강 오염 확인
  4. 20.10.8 (영풍) : 카드뮴이 지하수를 통해 낙동강에 유출된 사실 인정
  5. 19.11~21.4 (영풍) : 공장 지하수, 낙동강 복류수, 하천수에서 카드뮴 검출
  6. 20.11.9 (영풍) : 오염된 지하수가 낙동강에 유입되고 있는 것 인정
  7. 21.4.14 (환경부) : 1, 2공장 주변 8개 지점 하천수에서 기준치 초과 카드뮴 검출

영풍 “‘고의로 카드뮴 유출’ 환경부 표현 틀렸다”

영풍 측은 환경부의 과징금 부과 결정 직후 “몇가지 오해가 있다”며 환경부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문을 냈다. 반박문은 23일 언론에 공개됐다. 
먼저 영풍은 “무허가 지하수 관정 52개는 공업 용수 목적이 아닌 낙동강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설이었다”면서 “하루 카드뮴 낙동강 유출양이 약 22kg 이라는 환경부 발표는 입증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환경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석포제련소가 고의적으로 공정액을 유출하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석포제련소는 공정 과정에서 넘친 공정액을 전량 시설 내에서 회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영풍 관계자는 지난 24일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무방류 시스템 설치와 영업 정지 행정 처분으로 인해 수 백억원을 손실을 입은 와중에 환경부로부터 281억 과징금을 부과받아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영풍의 반박 자료에 여전히 오류가 많다는 입장이다. 김종윤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은 24일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영풍 석포제련소가 무허가 관정을 통해 지하수를 공업용수로 사용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노후한 시설이 많아 오염수 외부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공개한 영풍 석포제련소 제3공장 삼각저류지 모습. 하루 33mm를 초과하는 집중 호우시 카드뮴 공정액이 제3공장 삼각저류지를 통해 빗물과 함께 낙동강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환경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 결정과 별개로, 검찰은 카드뮴 불법 유출에 관여한 영풍 측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환경부 특법사법경찰이 석포제련소 환경관련 담당자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지난 15일 대구지검은 이강인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 등 영풍 임원 세 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지난 17일 대구지법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사생활침해’ 이유로 ‘영풍 특혜’ 공무원 징계 여부 숨긴 봉화군 

한편, 영풍 석포제련소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해 문제가 됐던 봉화군 공무원 2명과 관련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2013년 3월 봉화군 공무원 2명이 영풍 석포제련소에 특혜를 준 사실을 확인하고 봉화군에 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지난 3월 뉴스타파는 감사원으로부터 징계를 요구받았던 봉화군 공무원 2명이 실제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봉화군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었다. 하지만 봉화군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지난 4월 공개를 거부했고, 뉴스타파는 곧바로 영풍 석포제련소 공동대책위 백수범 변호사와 함께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3일, 봉화군은 뒤늦게 관련 자료를 공개하면서 뉴스타파에 소송 취하를 요구했다. 봉화군이 공개한 자료에는 두 명의 징계대상자에게 불문경고 처분만 내리고 사건을 마무리한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징계보고서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린 봉화군 정보공개심의위원회 구성원은 모두 전현직 봉화군 공무원이었다. 현직 봉화군 총무과장을 포함해 전현직 봉화군 공무원 4명이 구체적인 사유를 없이 해당 정보공개청구 요구를 묵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봉화군이 징계과정에서도, 징계 자료를 공개하는 과정에서도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이유다. 
봉화군의 납득하기 어려운 정보 비공개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봉화군은 "기업 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며 영풍 석포제련소의 토양정화명령 이행상황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영풍 석포제련소 공동대책위원회 법률대응단이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소송에서 패소한 적이 있다. 지난해 5월에 벌어진 일이었다. 
영풍 석포제련소 공동대책위 백수범 변호사는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봉화군이 정보 공개를 거부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무책임한 행정”이라면서 “석포제련소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봉화군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제작진
영상오준식
디자인이도현
기획신동윤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