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이태원에 간 내 동생, '왜 갔나' 대신 '왜 못 돌아왔나' 물어주세요"

2023년 02월 09일 20시 00분

100여 일 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참사로 형제를 잃은 이들이 먼저 뉴스타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김의현 군의 누나 김혜인(33) 씨와 고 이주영씨의 오빠 이진우(34) 씨입니다. 
혜인 씨는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라고 말했고, 진우 씨는 “같은 나이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형제 유가족들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서”라며 인터뷰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참사 그날, 호주에서 호텔 부주방장으로 일하던 혜인 씨는 새벽녘에 동생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혜인 씨는 다음 날, 6년간의 호주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유가족’이 됐습니다. 일상에 어떤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혜인 씨는 “모든 게 변했죠. 길을 가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그냥 눈물이 나요. 동생을 따라가고 싶다는 나쁜 생각도 했었는데요, ‘남은 건 너 하나뿐’이라는 엄마 말을 듣고 미안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진우 씨의 동생 주영 씨는 싫은 티를 내면서도 약속 장소까지 태워다 준 오빠에게 패스트푸드점에서 ‘맥모닝’을 사다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날 밤 진우 씨는 서울 이태원의 한 상점 안에 누운 시신들 가운데서 동생을 찾았습니다. 진우 씨는 “사회생활을 하면 감정을 숨기려 가면을 쓴다고 하잖아요. 저는 지금 가면을 5개, 6개는 쓰고 사는 것 같아요. 직장에서도 문득, ‘왜 내가 웃고 있지?’ ‘왜 내가 장난을 치지?’ 이런 생각이 밀려와요”라고 말합니다. 
‘이제 그만 힘들어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주변의 말은 유족들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이미 일상은 망가졌고,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디로 돌아가라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모두가 빠르게 잊어가는데, 타인의 배려조차 쉽게 받아들일 수 없게 된 스스로를 자책하며 일상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희생자와 유가족을 손가락질하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형제들은 호소하고 싶습니다. “왜 이태원에 갔는지가 아니라, 왜 이태원에서 돌아오지 못했는지를 물어달라”라고. 
뉴스타파는 쉽지 않은 결심으로 카메라 앞에 선 형제들에게 물었습니다. 정부의 어떤 대응이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유족들을 공격하는 2차 가해가 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특히 희생자들과 비슷한 연령대인 일부 젊은 층의 냉소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언론의 보도는 무엇이 문제인지 들었습니다. 
제작진
연출송원근 박종화
촬영정형민 김기철 오준식
편집정애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