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당면한 핵심 과제가 '언론개혁'임을 보여주는 뉴스타파의 신작 영화 '족벌-두 신문 이야기'가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해 현재 절찬 상영 중입니다.
뉴스타파는 '족벌-두 신문 이야기' 개봉을 전후해 영화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족벌 관람 길잡이'를 연재합니다. 오늘은 두 신문의 치열했던 '전두환 찬양' 경쟁을 소개합니다.
1980년 8월 6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대장 계급장을 수여받는 전두환의 모습. 전두환은 같은 달 27일 대통령이 됐다.
'전두환 열풍'을 만든 조선과 동아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사망한 뒤 그 빈 자리를 전두환이 차지했습니다. 1979년 12·12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은 이듬해 8월 대통령 출마를 선언합니다.
그러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제히 전두환 찬양 기사를 실었습니다. 미국이 전두환을 지지하고, 전국에서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추대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는 기사가 대표적이었습니다.
1980년 8월 9일자 조선일보 기사. 익명의 주한미군 당국자가 '미국 정부는 전두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썼다.
1980년 8월 21일 조선일보 기사. 영화인, 연예인 등 예술인 수만 명이 '전두환 지지' 궐기대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1980년 8월 19일 동아일보 기사. 서울·강원도, 경기도, 제주도 등 전국에서 전두환에 대한 대통령 추대 열풍이 불고 있다고 썼다.
8월 22일 전두환이 대통령 출마를 위해 군에서 전역하자 두 신문을 일제히 '아부 경쟁'을 벌였습니다. 전두환의 전역식을 1면에 싣고, 전두환을 '새 시대의 새 역군'으로 치켜세운 것입니다.
1980년 8월 22일 전두환의 군 전역식 당일 나온 동아일보 기사. 대통령 출마 선언이나 다름없는 전두환의 전역사를 고스란히 실어줬다.
1980년 8월 23일 조선일보 기사.
조선·동아, 전두환 '신격화'에도 앞장섰다
조선과 동아는 아예 전두환을 '영웅화', '신격화'하는 기사까지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조선일보가 내보낸 '인간 전두환'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1980년 8월 23일 조선일보 기사. 전두환을 '육사의 혼이 키워낸 신념과 의지'의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영관 장교 시절 매일 새벽처럼 집을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는 그(전두환)를 붙잡고 칭얼대는 어린 자식들에겐 '군인이란 나라를 위해 죽는거고 나랏일에 밤낮이 어디있느냐'고 달랜 적도 있다. 그는 매사에 있어 사(私)에 앞서 공(公)이고, 나에 앞서 나라 걱정이다. 그의 이러한 사고는 어려서부터 '의(義)가 생명보다 중하니라'고 조상대대로 구전돼 내려오고 있는 가훈에 영향을 받은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 1980년 8월 23일 조선일보 '인간 전두환' 기사 일부 -
전두환이 체육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되자 동아일보가 내놓은 기사의 수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제목은 '새 시대의 기수 전두환 대통령'이었습니다.
1980년 8월 29일 동아일보 기사. 전두환을 '새로운 개혁 세대의 주역'이라고 썼다.
"전 대통령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그를 신념과 의지의 인물이라고 부른다. 29년 동안 군 생활을 통해 공사 생활을 막론하고 전 대통령은 신념과 의지로써 일관해왔다고 한다. 가장 평범한 진리를 가장 철저히 지킴으로써 '평범 속의 비범'을 실천해 왔다...(중략)...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성품으로는 도덕적인 엄격성을 빼놓을 수 없다. 육사 선후배 사이에서 "앞에 가면 떨리는 무서운 분"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직접 대면하면 부드러운 태도와 화술에 되레 놀란다고 한다." - 1980년 8월 29일 동아일보 '새 시대의 기수 전두환 대통령' 기사 일부 -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전두환이 '운동에는 거의 만능'이고, '권력 주변에서도 물욕을 초월해 청렴결백했다', '육사 생도 시절 취침시간 후 방 안에 불이 꺼지면 화장실에 가서 늦도록 책을 봤다'며 그를 신격화했습니다.
또, 전두환의 서민적인 모습도 과장·부각했습니다. '부인의 된장찌개를 즐기고 김삿갓 노래가 18번'이고, '호텔 일류 식당보다는 갈비탕이나 곰탕집, 빈대쩍집을 즐겨 찾는다'고 쓴 겁니다.
'전두환 찬양 보도' 수두룩 한데...민주주의 위해 싸웠다?
전두환 정권이 끝난 지 30년이 넘게 흘렀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아직도 전두환 찬양 보도에 대해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찬양 기사를 쓴 기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래는 '인간 전두환' 기사를 썼던 김명규 전 조선일보 기자와 영화 '족벌-두 신문 이야기' 취재기자의 전화 통화 내용 일부입니다.
○ 뉴스타파 기자 : 혹시 전 조선일보 기자셨던 김명규 선생님 맞으신가요. ● 김명규 전 조선일보 기자 : 네. ○ 뉴스타파 기자 : 1980년에 기자 하셨을 때 ‘인간 전두환’이라는 기사를 쓰신 걸로 알고 있는데 기억 나시나요?" ● 김명규 전 조선일보 기자 : 뭘 물어보려고 그러는 거에요? 지금.
'새 시대의 기수 전두환 대통령'이라는 희대의 전두환 찬양 기사를 쓴 최규철 전 동아일보 기자는 아예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 뉴스타파 기자 : 전 동아일보 기자셨던 최규철 선생님 맞으신가요? ● 최규철 전 동아일보 기자 : 네. ○ 뉴스타파 기자 : 1980년 8월 29일에 선생님께서 '새 시대의 기수 전두환 대통령'이라는 기사를 쓰셨더라고요. 혹시 그 기사 쓴 거 기억나시나요. ● 최규철 전 동아일보 기자 : 기억이 없는데요, 지금. ○ 뉴스타파 기자 : 혹시 당시 기사에 대해 기억 나시는 게 없으신가요. ● 최규철 전 동아일보 기자 : 없어요. 그런 거 묻지 마세요.
조선과 동아는 아직도 독재 시절 자사가 시민의 편에 서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독재자 전두환을 이렇게 옹호해온 두 신문이 과연 그럴 얘기를 할 자격이 있을까요.
영화 '족벌-두 신문 이야기'는 IPTV 3사(KT Olleh TV, SK Btv, LG U+ TV)와 홈초이스(케이블TV VOD), 그리고 Seezn, U+모바일tv, 네이버시리즈, CJ TVING, WAVVE, 구글플레이, 곰TV, 카카오페이지, 씨네폭스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아래의 오프라인 상영관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1월 6일 - 대한극장 10:50/14:05, 서울극장 10:30/15:50, 아트나인 14:10, 인디스페이스 17:50 - 영화공간 주안 14:00 - 안동 중앙시네마 11:30 - 광주독립영화관 17:30
1월 7일 - 대한극장 10:50 / 14:00 / 17:10, 서울극장 10:20 / 15:20, 아트나인 16:10, 에무시네마 12:20 -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20:15, 영화공간 주안 18:00 - 안동 중앙시네마 13:00
1월 8일 - 대한극장 10:50 / 14:00 / 17:10, 아트나인 17:50 -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13:00, 영화공간 주안 18:00 - 안동 중앙시네마 15:30 - 대전 아트시네마 16:10 - 광주극장 15:20
1월 9일 - 아트나인 15:40 -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20:15, 영화공간 주안 18:00 - 오오극장 13:15, 안동 중앙시네마 17:30 - 광주독립영화관 18:00
1월 10일 - 아트나인 15:40, 에무시네마 12:20, 인디스페이스 17:30 - 영화공간 주안 18:00 - 오오극장 15:40, 안동 중앙시네마 15:00 - 대전 아트시네마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