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공천 막은 김현아 전 의원, 허위사실 유포로 선관위에 신고당해

2024년 02월 26일 18시 07분

● "2022년에 경찰이 이미 무혐의 처분한 사건"... 불법 정치자금 혐의 김현아 전 의원 주장
● 경찰이 무혐의 처리한 사건은 정치자금법 아닌 '공직선거법', '사기' 혐의 등 다른 사건들
● 시민단체가 고발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경찰이 수사해 '기소 의견' 검찰 송치 후 계속 수사 중
●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김현아의 '무혐의 주장' 선관위에 신고"...김현아 전 측근 A씨 제보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김현아 예비후보(경기도 고양정)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를 당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한 '김현아 단수공천'을 뒤집은 지 사흘 만이다. 
한 위원장이 문제삼은 건 김 후보의 '사법 리스크'다. 김현아 후보는 지역구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당원들로부터 운영회비 등의 명목으로 4,2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 후보에게 직접 돈봉투를 건넨 고양시의원 3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기초의원 공천을 미끼로 한 대가성 금품이라 본 것이다. 
김 후보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과 관련된 검경 수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가 아니라 언론공작·정치공작의 문제"라면서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때 공천을 받지 못한 자들이 내가 불법 당협사무실을 운영하고, 운영회비를 강제로 걷고, 부당한 공천을 했다고 고소·고발했지만 이에 대해 경찰은 모두 무혐의·불송치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김현아 전 의원. 현재 국민의힘 경기도 고양정 예비후보.
김현아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지난 23일 기자회견 내용 

김현아 전 의원 최측근이 선관위에 '허위사실 공표'로 신고

기자회견 이튿날, 김현아 후보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A씨가 "김현아가 거짓말로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선관위에 직접 신고한 내용을 뉴스타파에 보내왔다. 신고서에 따르면, 김현아 예비후보는 2022년 당시에 정치자금법이 아닌 다른 사건으로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이 김 후보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한 뒤 무혐의로 끝낸 사실이 없는데, 마치 그런 사실이 있었던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고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현아 예비후보는 공직선거법(제250조)에 따른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될 수 있다. 뉴스타파는 A씨의 신고 내용이 사실인지 검증했다.  
김현아 전 의원의 측근이었던 A씨가 뉴스타파에 보내온 선관위 신고 화면 

전혀 다른 두 사건에 대한 무혐의를 '정치자금법 무혐의'로 둔갑  

2022년, 국민의힘 경기도 고양정 당협위원장이던 김현아 후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고소인은 당협 청년위원장 B씨였다. B씨는 2022년 5월, 김현아 위원장을 경찰에 사기 혐의로 한 차례 고소하고, 추가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도 고발했다. 뉴스타파는 두 사건의 고소·고발장을 입수했다.
우선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사건은 '김현아 위원장이 고양시의원 비례후보자에게 허위 이력을 만들어줬다'는 내용이다. 입당도 하지 않은 경기도 고양시 유력 인사의 대학생 딸을 김현아 당협위원장이 부정한 방법으로 공천까지 해줬다는 게 골자다.
B씨는 원래 경기도 고양병 소속 당원이었다. 그런데 B씨는 김현아 위원장으로부터 고양정 당협 청년위원장으로 임명해준다는 말을 듣고 운영회비 160만 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의 당적은 고양정으로 바뀌지 않았고 고양병 소속 그대로였다. B씨는 운영회비를 돌려 달라면서 김현아 위원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위의 두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김현아 당협위원장이 B씨를 입당원서 절도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역시 무혐의 처리했다. 이들의 진흙탕 고소전이 시작되기 전인 2022년 4월, 고양시의 한 시민단체는 김현아 당협위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치자금법 사건은 이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고양경찰서→경기도북부경찰청 반부패수사대로 이관됐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해 5월 31일, 수사 결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고양지청으로 보냈다. 고양지청 검사는 경찰에 한 차례 보완 수사를 지휘한 뒤, 지난해 12월에는 사건 관련자들을 직접 조사했다. 이후 김현아 당협위원장에게 돈봉투를 건넨 고양시의원 3명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됐다. 앞서 경찰은 이들을 참고인으로만 조사했지만, 검찰은 이들이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피의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돈봉투 상납 시의원 3명 중 2명은 현재 국민의힘 소속 경기도 의원이다. 

관련자 조사까지 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김현아의 '허위 주장' 못 걸러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현아 후보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은 경찰이 무혐의 처리하거나 불송치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김 후보는 뉴스타파가 지난해 4월부터 관련 의혹 보도를 시작하자, 경찰이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었다가 또다시 수사를 하는 것처럼 허위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에 출석해서도 비슷한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김현아 당협위원장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을 의결했다. 경찰이 수사 중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제외하고 내린 판단이라고 한다. 경찰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였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김현아 본인의 '2022년 경찰 무혐의 종결' 주장도 일부 받아들인 결과로 보인다. 김현아의 '말'만 믿은 것이다. 
당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참고인 자격으로 A씨와 B씨를 불러 직접 조사했다. 이들은 당무감사위원들에게 사건의 진상과 김현아의 허위 주장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한다. 당무감사위는 이렇게 직접 조사를 해놓고도 김현아의 허위 주장을 걸러내지 못했다.
김현아 후보는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사건을 '공천을 받지 못한 자들이 꾸민 음모'라는 취지로 기자회견에서 주장했다. 그러나 김 후보의 측근이었던 A씨와 당협 청년위원장 B씨는 기초의원 공천을 신청한 사실 자체가 없었다. 
김현아 후보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경찰 무혐의 종결'과 같은 움직일 수 없는 허위 사실들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자신의 전 측근 인사가 선관위에 허위사실 유포로 신고하는 사태로까지 번지고 말았다.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검찰에 최초로 고발한 고양시 시민단체 또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단체로 알려져 있다. 문제의 발단부터 최근의 '공천 보류'까지 모두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벌인 일이지만, 김 후보는 '언론공작', '정치공작' 같은 혐오성 발언을 꺼내며 남탓만 하고 있다.  
제작진
취재봉지욱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