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수자원공사가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태국 물사업과 관련해 태국 총리실 산하 물·홍수 관리위원회가 입찰 희망업체에 보낸 과업지시서(TOR) 전문을 태국 현지에서 단독 입수했다. 과업지시서는 향후 정식 체결될 계약의 틀을 규정하는 문서이다.
태국어로 작성돼 있는 18쪽의 과업지시서 전문을 번역해 전문 변호사들과 분석한 결과 심각한 독소조항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조 원이 넘는 부채에 허덕이는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을 위해 또다시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질 전망이다. 주요 독소조항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과업지시서
6.1 무제한적 포함 형식인 최대공사비 상한 보증액 (Design-build with Guaranteed Maximum Price) 형식을 취하는데, 이는 5년 이내에 타당성 연구에서부터 환경-사회/건강 영향 연구, 토지 마련, 디자인 설계 조사 그리고 공사 완공까지 이행하는 것을 포함한다. 또한 유지보수 (Maintenance)비, 전체 공사 감리 후 초기 1년 동안 고용자의 실무 담당자가 실무(Operation)를 함에 있어 공공 부문을 지원하는데 드는 비용, 전체 공사 감리 후 2년 이상 공사 및 자재를 보증하는 비용까지 모두 포함한다.7.3.2 업무량 및 가격 제시 명부 1) 유관분야 환경-사회/건강 영향 해결 및 대비책 비용, 영향평가 및 타당성 검토 혹은 연구비, 법에 따른 여론 청취 및 홍보비
통상적으로 발주처인 정부가 진행해야할 타당성 조사에서 토지 매입, 여론 청취 및 홍보비까지 수공이 맡도록 돼 있다. 태국 정부는 수공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책임을 지지 않는 사업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15.4 고용자는 검찰총장실의 의견에 따라 계약 양식 내 조건이나 규정을 수정·보완할 수 있는 권한을 보존한다.
15.5 고용자는 제안서 제출을 철회할 권한이 있으며, 이때 제안자는 손해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태국정부가 손해배상 없이 일방적으로 수자원공사의 입찰 제안서를 철회할 수 있고, 심지어 태국 정부가 임의대로 계약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다.
11.2 계약에 따른 업무 진행 기간 내에 공사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10.2항의 고용 계약에 따라 공사비의 0.05퍼센트/1일 에 해당하는 벌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고용자가 임명한 업무 관리자에게, 고용자가 업무 관리자에게 지급하고 있는 금액만큼 관리에 대한 비용도 지급해야 한다.
해당 기간에 공사를 완료하지 못 할 경우 지체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주민 반대, 자연 조건 등으로 공사가 지연될 경우 태국정부와 비용을 둘러싼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업지시서 분석 자문을 해 준 김영희 변호사는 “정식 계약이 체결된다 하더라도 국민들은 계약서 내용을 볼 수 없다”며,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불리한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불확실성이 높은 조항들이 많은 상황에서 계약 체결이 수자원 공사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이에 대해 “아직 정식 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불리를 이야기 할 단계는 아니며, 과업지시서에 불리한 조건이 있더라도 사업 타당성 조사를 통해서 전체 수익성을 검증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태국정부가 작성한 과업지시서의 전문을 원문과 번역본 모두 공개한다.
[뉴스타파]보도자료_20131206-00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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