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남욱 빚 2600억 원, 예금보험공사는 안 찾았나 못 찾았나

2021년 11월 12일 16시 20분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 업자가 공공 영역과 결탁하면 일반 사람은 꿈도 못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성남시 대장동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같은 특혜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이를 도와준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타파는 다른 측면에 주목했다. 민간업자들이 불법적으로 전유한 천문학적 개발 이익은 어디로 갔으며 이를 국고로 환수해 국민에게 되돌려줄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뉴스타파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자산관리업체인 화천대유가 가져간 불법 수익의 행방을 추적했다. 이와 함께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 종잣돈으로 씌였던 저축은행 대출금의 환수 가능성을 타진했다.  취재 결과를 세 개의 기사로 나누어 보도한다.  - 편집자 주
① 대장동 불법 수익으로 기업 인수... 주가조작 시도 정황까지
② 대장동 머니, 쌍방울 전 대표에게로...'주가조작' 전 부사장도 연루
③ 대장동 남욱 빚 2600억 원, 예보는 안 찾았나 못 찾았나
수돗물도 나오지 않던 외진 땅이 사고 팔리기를 반복하는 동안 ‘특별한’ 소수가 거머쥔 일확천금. 납으로 황금을 만들었다는 말처럼 허황되게 들리지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은 이런 연금술(鍊金術)이 21세기 대한민국 시스템 안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타파는 대장동 땅에 돈이 흘러들어 가면서 가치가 폭증했던 과정, 특히 그 시작점에 주목했다. 사업의 종잣돈은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지갑에서 나왔다. 대장동 땅에 들어간 저축은행 돈 중에 383억 원은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자가 불어나 그 빚은 이제 2,628억 원이 됐다. 대장동 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현재 화천대유, 천화동인 같은 생경한 이름의 회사들은 수천억 원대 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저축은행 빚을 관리하는 금융당국은 ‘갚을 빚은 있어도 갚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채무를 갚아야할 책임과 능력을 가진 재력가는 존재하고 있었다. 바로 천화동인 4호의 실 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다. 뉴스타파는 이미 10년 전부터,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 초기에 투입된 저축은행 대출금 전체에 대한 채무를 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남욱 변호사는 지난 10년간 단 한번도 빚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은 적이 없다. 금융당국이 엉뚱한 인물에게 독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장동에 투입된 저축은행 자금 1,805억 원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 첫 개발 바람이 분 것은 2005년이었다. 고압 송전선이 하늘을 가르고 상하수도 시설조차 없었던 판교 외곽 지역 대장동에 당시 건설교통부가 도시기본계획을 승인하면서다. 
그리고 2009년, 개발 주도권을 놓고 공공과 민간 개발업체 간에 세 싸움이 시작되면서 대장동은 본격적으로 들썩인다. 공공 개발의 주체였던 대한주택공사(현 LH)에 맞선 민간 업체는 씨세븐,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등으로, 모두 이강길이라는 부동산 업자가 이끄는 회사들이었다. 이강길 전 대표를 보좌했던 ‘자문단’ 그룹에는 최근 천화동인 등을 통해 거금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 포함돼 있었다. 
초반 승기는 LH가 잡았다. 성남시가 LH의 개발 제안을 수용한 반면, 민간 개발 업자들의 제안은 반려했다. 그러나 2009년 11월부터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 측에 막대한 저축은행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대장동 상황이 변한다. 이강길 전 대표가 씨세븐 등 3개 법인을 통해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11개 저축은행으로부터 무려 1,805억 원의 대출을 받는데 성공한 것이다. 훗날 이강길 전 대표는 대출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친인척에게 10억 여원의 뒷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처벌을 받기도 했다.  
이강길 전 대표는 대출 자금을 대장동 지주들로부터 개발 동의를 얻어 내는 계약금으로 사용하면서 빠르게 입지를 넓혀 나갔다. 회사가 망할 경우 빚을 갚아야 할 의무, 즉 저축은행 대출금 1,805억 원에 대한 연대보증 책임은 당연히 이강길 전 대표에게 있었다.
2009~2010년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는 연대보증 책임을 지고 부산저축은행 등 11개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장동 개발 비용으로 1,805억원을 대출받았다.
2010년 6월 LH가 결국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손을 땠지만 신임 이재명 성남시장의 반대로 민간 개발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했다. 사업이 지지부진하던 사이 저축은행 대출금 상환일이 다가왔고, 만기 연장에 실패한 이강길 전 대표는 2011년 3월 함께 일하던 삼성물산 출신 김용철 씨에게 사업권을 양도한다. 그러나 김씨 역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과 4개월여 만인 7월, 남욱 변호사에게 다시 씨세븐 등 3개 법인의 사업권을 넘긴다.

저축은행 사태와 대장동, '빚 잔치'와 '돈 잔치'

이 무렵 대장동 일대에 투입된 자금 1,805억 원에 대형 변수가 발생한다.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것이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원금 회수조차 어려운 부동산 개발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장동 개발 사업도 그 중 하나였다. 
부산저축은행 등은 2011년 2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은행이 망한다는 위기감이 퍼지자 예금주들의 인출 러시가 이어졌고 저축은행의 자금 사정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결국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부산저축은행은 2012년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기에 이른다. 대규모 부실 대출의 주요 피해자는 일반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준다는 조건을 보고 돈을 맡겼다가 원금조차 제대로 찾지 못한 예금주들이었다. 
여기서 준정부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등장한다. 좌초된 저축은행의 남은 자산을 관리하고 처분해 피해를 최소화 하는 역할을 맡았다. 대장동에 투입된 대출금 1,805억 원 또한 예금보험공사가 되찾아 와야 할 돈이었다. 
다행히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789억 원이 먼저 회수된다. 남은 1,016억 원 가운데 633억 원은 씨세븐 등의 법인이 기존 토지 소유주들에게 지급했던 계약금 등을 돌려 받아 매꿨지만 그래도 383억 원이 남았다. 이강길 전 대표가 돈을 빌리는 통로로 활용했던 씨세븐 등 3개 법인은 폐업 처리됐다. 거기까지였다. 
그 후 대장동 사업이 민관 공동개발 방식으로 확정됐고 새로 만들어진 성남의뜰은 수용한 대장동 땅을 되팔아 총 5,900억 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천화동인 4호를 통해 8000여만 원을 출자한 남욱 변호사가 받은 배당금만 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남은 저축은행 대출 원금 383억 원에는 이자가 붙어 2021년 9월 기준, 빚은 2,628억 원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저축은행이 초기 대장동 개발 사업에 투입한 대출금 1,805억원의 회수 및 원리금 현황. 2021년 9월 기준.

2,628억 원은 누가 갚아야 하나

최초에 저축은행 대출금 연대보증 책임을 졌던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로부터 김용철을 거쳐 남욱으로 사업권이 넘어갔다면, 당연히 남욱 변호사에게도 저축은행 빚을 갚아야할 책임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예금보험공사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최근까지도 이강길 전 대표의 사업권이 김용철 씨를 거쳐 남욱 변호사에게 넘어간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예금보험공사 자산회수부 관계자는 “사업을 서로 인수했던 걸로 지금 밝혀지고 있는데, 대출 채권자(예금보험공사) 입장에서는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알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빚을 진 회사 관계자들이 직접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 주인이 바뀐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원금 383억 원을 포함한 원리금 2,628억 원은 누가 갚아야 할까. 예금보험공사의 답변은 여전히 이강길 전 대표이다. 이강길 전 대표로부터 씨세븐 등 3개 법인의 사업권을 인수한 김용철 씨나 남욱 변호사는 연대보증을 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 측은 현재까지도 원리금 회수를 위해 1년에 한번씩 이강길 전 대표의 재산을 조사하고 있지만 환수할 만한 재산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예금보험공사의 주장을 종합하면 빚을 떠안은 건 이강길 전 대표이고, 그에게 이렇다할 재산이 없으므로 2,628억 원을 돌려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의 주장과 달리 2,628억 원의 대출 원리금 상환 의무는 이강길 전 대표가 아닌 남욱 변호사에게 있다는 사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됐다.

남욱의 빚과 예금보험공사의 '무능'

이강길 전 대표로부터 대장동 사업권을 넘겨받았고, 다시 남욱 변호사에게 사업권을 넘긴 김용철 씨는 2017년 남욱 변호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다. 2011년 사업권을 넘길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추가 자금이 확보되면 남욱 변호사가 김용철 씨에게 급여 등의 명목으로 총 19억 원 상당을 주기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인 김용철 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김용철씨와 남욱 변호사가 2011년 7월 12일에 체결한 계약을 핵심 근거로 들었다. 이 계약 내용에는 과거 저축은행 대출금 1,805억 원에 대한 빚을 누가 갚아야 하는지가 명시돼 있었다.
특약사항
피고(남욱)는 위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위 회사들이 부담하고 있는 모든 채무(대주단, 세무당국, 전의이씨 종중 외 모든 종중, 직원들의 채무, 위 회사들의 미지급 채무, 기타 채권자 등)를 원고(김용철)로부터 인수하기로 하며, 원고(김용철)는 본 약정 체결과 동시에 위 회사들의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채무 등 모든 채무로부터 면책되는 것으로 본다. 

서울중앙지법  2017가합588186
나아가 재판부는 남욱 변호사가 김용철씨로부터 사업권을 넘겨 받으면서 1,805억 원 상당의 연대보증 채무 역시 인수했다고 결론내렸다. 이미 2011년 7월부터 저축은행 대출금을 갚을 의무는 남욱 변호사에게 있었던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는 10년이 넘도록 엉뚱한 인물, 즉 이강길 전 대표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던 셈이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2015년 남욱 변호사는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당시 법인 자금을 오피스텔 구입에 사용한 정황 등을 포착해 검찰에 배임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곳은 다름아닌 예금보험공사였던 것이다. 범죄 혐의 여부까지 조사했던 예금보험공사가 당시 씨세븐 등 법인에서 남욱 변호사가 맡았던 역할이나 지위, 채무 의무 등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10년 간 자신이 갚지 않아도 될 빚을 갚으라고 요구 받았던 이강길 전 대표의 이야기 역시 예금보험공사가 단순히 무능한 것을 넘어, 저축은행 피해 금액을 회수할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기자 : 2011년 이후 예금보험공사에서 대표님에게 빚을 갚으라고 독촉한 적 있습니까?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 : 있습니다. 너무나 많죠. 
○기자 : 씨세븐 등의 소유권이 김용철과 남욱에게 넘어 갔다는 사실을 예금보험공사에 밝혔습니까?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 : 했습니다. 내용증명도 보낸 게 있어요. 
○기자 : 그런데도 예금보험공사는 여전히 연대보증 책임이 대표님에게 있다는 건가요?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 : 끊임없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제가 바보가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예금보험공사 담당자들은 지금 파견 나와 있는 관리인일 뿐이고 자기들은 잘 모르겠습니다야. 예금보험공사에 전화를 하면 이렇게 핑퐁, 저렇게 핑퐁 해서...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 인터뷰. 2021.10.13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남욱 변호사에게 연대보증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 내용을 전달했지만 예금보험공사 측은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겠다"면서도 "소송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므로 사실관계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다.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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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