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큐] 윤석열의 내란-계엄을 막은 사람들
2024년 12월 22일 19시 50분
지난 6일 지방선거와 비교해 10.26 선거 보궐 때 투표장소가 바뀐 곳은 모두 548곳입니다. 중앙선관위가 밝힌 곳으로 전체 25퍼센트에 해당합니다. 네 곳 가운데 한 개 꼴로 변경됐습니다.
선관위는 과거 선거에서 사용한 장소를 확보할 수 없거나 투표 편의를 위해 투표소를 바꿨으며 특히 합리적 근거에 따라 변경됐기에 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취재팀은 선관위의 주장대로 투표소 변경 사유가 합당한지 확인해 봤습니다. 먼저 찾은 곳은 강북구 번2동. 번2동 재호 투표구에 속한 주민들은 지난 2008년 이후 줄곧 이곳 강북문화정보센터를 투표장소로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0.26 선거에서는 갑자기 한 어린이집으로 투표장소가 변경됐습니다. 무려 1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곳입니다. 새로 투표소가 된 어린이집 위치는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도 잘 몰랐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 “잘 모르겠는데..” (어린이집이 어디 있는지 모르세요?) “네.” (여기 근처라고 하던데요?) “못 본 것 같은데.. 혹시 번지수 알아요?”
그도 그럴 것이 이 어린이집은 10.26 재보선 석 달 전인 지난해 7월 번2동으로 옮겨왔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 직원] “저희가 이사온지 얼마 안 됐어요. 7월 말쯤에 이사를 왔고요. 작년 7월 말쯤에...”
번2동 5투표구의 투표소를 기존에 사용하던 강북문화정보센터가 아닌 생소한 어린이집으로 바꾼 이유를 담당 공무원을 찾아 물어봤습니다.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 “문화정보센터가 수업을 하긴 했죠. 문화 강좌식으로...”
여러 차례 확인했지만 담당 공무원은 당시 강북문화정보센터 교실에 수업이 있었고 또한 주민 편의 때문에 투표소를 옮겼다고 답했습니다.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 (수업으로 인해 임차 불가했다?) “예. 예..” (이게 맞는 거죠?) “예.”
이 같은 답변은 서울시 선관위가 취재팀에 공개한 변경사유와 같았습니다. 서울시 선관위 자료에도 수업으로 임차 불가라고 적혀있습니다. 수업일정 때문에 투표 장소를 변경했다는 이 말, 그러나 확인 결과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강북문화정보센터로 가 알아보니 10.26 선거 당일 수업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강북 문화정보센터 직원] (당시 수업이 없어서 투표장소로 사용 된 거죠?) “예.”
강북 문화센터 직원들조차 수업 때문에 투표장소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선관위의 해명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북 문화정보센터 직원] “우리도 지금 이해가 안 가요. 우리도 왜 이렇게 됐는지 몰라요. ”
선관위 자료의 거짓 해명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문제의 문화정보센터 문화교실은 10.26 선거 당시 수업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엉뚱하게도 번2동 4투표구의 투표장소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강북 문화정보센터 직원] “저희는 장소 제공만 하는 거고요. 구에서 협조 요청을 받아서 장소 제공만 하는 거예요.”
[강북 문화정보센터 직원] “해명은 동사무소에 가서 하세요.“
결국 수업 때문에 장소를 빌릴 수 없어서 부득이 다른 곳으로 투표장소를 바꿨다는 선관위의 해명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수업도 없었고 엉뚱하게 다른 투표구의 투표장소로까지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한 것은 지난해 9월 22일.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번2동 선관위가 강북 문화정보센터에 보낸 투표소 협조공문입니다. 이 공문엔 모 투표소가 이전 그대로 강북 문화정보센터로 4투표소는 어린이집으로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사이 이들 두 곳에 투표장소가 뒤바껴 버렸습니다.
취재팀은 서울시 선관위를 찾았지만 착오로 잘못 기재됐다는 답변 외엔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못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팀] (이 부분은 어떤 거예요? 오타인 거예요, 아니면?)
[서울시 선관위 담당자] “착오라고 보여지는데요.” (착오?) “착오, 착오, 착오” (근데 착오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잖아요.) “저희도 사실 몇 번 확인했기는 했는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 확인했는데 이해가 어려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나온 것이 사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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