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박근혜 때보다 문재인 때 미사일 6배 쐈나?

2022년 01월 17일 15시 03분

지난 1월 11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토론회. 
문재인 정부의 전체적인 대북정책을 보면 한반도의 평화를 추구하려는 그 방향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를 합니다. 근데 문제는 이제 결과가 나왔지 않습니까. 현재 (북한의) 미사일 도발만 해도, 박근혜 정부의 6배의 미사일 도발을 지금, 문재인 정부가 받고 있거든요. 오늘도(1월 11일) 또 그런 일이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사실상 총체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한국기자협회 토론회, 2022. 1. 11) 
지난 1월 11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박근혜 정부에 비해 문재인 정부 때 6배나 더 많은 북한 미사일 도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나치게 유화적인 태도를 가지면 북한이 유화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는지 모르겠습지만, 그건 완전 잘못된 판단”이라고도 말했다.
그럼 안 후보의 "박근혜 정부에 비해 문재인 정부 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6배 많았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안 후보 주장은 지난 8일 <조선일보>에 나온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은 박정이 예비역 육군대장이 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라며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박정이 예비역 육군대장은 지난 6일 자유민주연구원과 자유포럼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의 공식 발표를 분석한 결과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나흘 뒤인 2017년 5월 14일부터 최근까지 30회에 걸쳐 5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했다. 북의 미사일 발사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5회(8발), 이명박 정부에서는 12회(19발)였다...(중략) 북의 도발횟수만 비교하면 박근혜 정부 때 보다 6배나 많은 셈이다.

- 조선일보 (2022.1.8) 
<서울경제>도 12일 사설에서 이 수치를 인용했다. 박정이 예비역 대장은 제1군사령관으로 예편한 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으나 낙선했다.  

미사일 발사 횟수는 비슷... 박근혜 때 무력 충돌로 관계 악화 

북한이 개발중인 KN-23 탄도 미사일. 
뉴스타파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북한 미사일 발사 횟수를 확인해 봤다. 그 결과 안 후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횟수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비슷했다.
뉴스타파가 팩트체크에 활용한 자료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한 언론보도다. 대륙간 탄도미사일, 방사정포, 핵미사일 등 합참과 주한미군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4년(2013~2016년)간 북한은 총 37회 미사일을 발사했다. 2013년에는 3번, 2014년에는 12번, 2015년에는 5번, 2016년에는 19번이었다. 박근혜가 탄핵된 이후인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벌어진 6번의 미사일 발사는 제외한 수치다.   
2013년 3월과 5월, 북한은 두번에 걸쳐 KN(북한의 독자적 미사일 체계) 계열 미사일을 발사했고, 2014년 2월과 3월에는 두 번에 걸쳐 스커드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또 2015년 3월에는 지대공 미사일, 2016년 2월에는 ICBM급 장거리 미사일을 쏘았고, 2016년 4월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MB), 2016년 8월에는 1000km를 비행하는 노동 미사일을 쏘아올리는 등 북한이 자랑하는 주요 미사일 발사만 열차례가 넘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부터 그 해 말까지 북한은 총 11번 미사일을 발사했고,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2018년에는 한 번도 미사일을 쏘지 않았다. 2019년에는 13번, 2020년에는 5번, 2021년에는 8번 발사했다. 
2022년 새해 들어 현재(17일)까지 쏜 것을 포함해도 41번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 횟수가 급히 늘고 있는 건 맞지만, "박근혜 정부에 비해 문재인 정부 때 북한이 6배나 더 미사일을 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북한 핵실험은 박근혜 정부 3회, 문재인 정부 1회

더구나 박근혜 정부 때 북한은 세 번이나 핵실험을 진행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 시절인 2013년 2월 12일(3차 핵실험), 2016년 1월 6일(4차 핵실험), 2016년 9월 9일(5차 핵실험)이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 번(2017년 9월)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북한과 두 번이나 물리적인 충돌도 벌어졌다. 2015년 8월,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의 목함지뢰가 터져 군인 두 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 직후, 북한군이 국군의 대북 확성기를 목표로 포격하는 일까지 벌여졌다. 국군은 북한 지역에 155mm포로 경고 사격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단 한번도 북한과 군사 충돌이 벌어지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가 말한 것처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문재인 정부를 향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주로 미국을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 미국이 대북 제제를 발표하자 북한 외무성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기어코 이런 식의 대결적인 자세를 취해 나간다면 우리는 더욱 강력하고도 분명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작진
취재강민수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