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기자들의 목을 치면서 더 이상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자유언론운동에 나선 젊은 기자들 해고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언론은 그 어떤 정치적인 개인이나 세력, 어떤 기업으로부터 영향받지 않는 독립된 자세로 보도하고 비판해야 한다. 나는 언제나 기자다. 어떤 권력과도 관련 맺지 않는다. 언론인이 어느 한편에 들면 그 생명은 그날로 끝장난다.”
“민족언론은 민족의 자주·자립을 주장하며 강한 민족적 긍지와 자존심에 불타 있어야 한다. 민족언론은 사회과학적 이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사회과학이 바탕이 된 언론만이 민족의 현실을 옳게 인식할 수 있고 옳은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언론인은 사상가가 되어야 한다. 신문기자라고 해서 한낱 재능인으로서, 어느 때는 이런 글을 어느 때는 저런 글을 쓰는 대서소 서기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땅의 언론은 국제냉전의 하수인으로서가 아니라 자기 민족의 생존을 위하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해야 한다. 이데올로기가 다르고 체제가 달라도 우리는 같은 민족이며, 동질성은 본질적이고 이질화는 일시적이며 표면적이고 부분적이라는 민족 본래의 자각을 불어넣어야 한다. 같은 동족끼리 외세의 하수인이 되어 무엇 때문에 언제까지 반목하고 경원시해야 하는가.”
“언론인이 주어진 사실의 그 전모와 의미를 보도하려면, 뚜렷한 역사의식에 입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의 주체적 입장, 민족적 입장에서 보도해야 한다. 역사의식에 투철한 사람일수록 민족의식이 뚜렷하며 후퇴 아닌 전진적 자세를 취한다. 뚜렷한 역사의식은 지금 생성하는 오늘의 사실에 대한 해석·평가의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지나간 사실들에 대한 해석·평가를 찾는 가치기준이 되고, 시대에 대한 전망에 있어서도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신생국 사학계는 국사 연구의 첫 과제가 자기 민족이 어찌하여 이웃 나라의 식민지로 전락했으며, 식민지로서 어떠한 통치를 받아왔으며, 자기 민족이 외세통치에 어떤 저항을 했고, 또 한편 민족 속에서 누가 동족을 배반해 식민종주국에 충성을 바쳤으며, 그들이 왜 민족구성원으로서의 구실을 못 하고 외세에 영합하게 되었는가, 신생국으로서 낡은 식민주의 잔재를 청산하는 길은 무엇이며, 식민주의 잔재가 오래도록 남아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그 잔재와 싸우는 길은 무엇인가 등이 연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신생국으로서 진정 자주의식에 불타 있으면 근대·현대사 연구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된다.”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것은 틀림없었으나 해방의 날이라고 하는 바로 8월 15일을 계기로 남에는 미군이, 북에는 소련군이 진주하여 국토와 민족의 분열이 시작되었다. 이 분열로 6·25라는 동족상잔을 겪고 그 후 30년간 남북 간의 대립은 날로 심화되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막강한 군사력으로 상호 대립하여, 언제 또 6·25보다 더 파괴적인 동족상잔이 빚어질지 모르는 불안하고 긴장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통에 민주주의가 시련을 겪고 민족의 에너지는 그 대부분이 동족상잔을 위한 새로운 군사력을 위해 소모되고 있는 암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 이른바 ‘해방된’ 이 민족의 현실이다.”
“지난날이나 오늘날이나 자주적이 못 되는 민족은 반드시 사대주의자들의 득세를 가져와 민족윤리와 민족양심을 타락시키고, 민족 내분을 격화시키고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며 부패와 독재를 자행하여 민중을 고난의 구렁으로 몰아넣게 된다. 민족의 참된 자주성은 광범한 민중이 주체로서 역사에 참여할 때에만 실현되며, 바로 이러한 여건 하에서 민주주의는 꽃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미 30년이 지난 8·15의 재조명은 바로 오늘을 위한 연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외세를 배경으로 한 냉전 편승세력은 민족 일부에서 싹트기 시작한 민족주의 운동을 궁지로 몰아넣어 설 땅을 잃게 하고 1948년 8월 마침내 단독정부를 세워 이들 자주세력을 남북으로 흩어지게 하고 혹은 좌절시키기도 했으며, 그 후에는 존재조차 사라지고 만다. 냉전에 편승하여, 친일 지주세력의 엄호 하에 권력을 잡은 이승만과 그 추종자들은 ‘민족의 자주·통일정부 수립’이라는 위대한 명분을 내걸고 몸으로 실천하는 김구를 1949년 6월 26일 한 현역군인을 시켜 숨지게 했다. 김구의 비극은 냉전파에 의해 무참히 쓰러지는 민족자주세력의 비극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원고 | 김언호 동아투위 위원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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