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창조 경제’를 창조하라

2013년 04월 05일 12시 59분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창조 경제'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주무 부처 장관 후보자임에도 ‘창조 경제’의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윤진숙 해양 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 청문회에서 해양 수산 분야에서는 수산물 양식이 창조 경제의 핵심인 것처럼 대답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청와대 대변인실을 포함해 8개 부처 10여명의 담당 공무원 또는 대변인실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도 비슷하다. 과거 정부에서 이미 사용했던 개념들인 ‘융합','IT','신성장' 등을 창조의 개념이라고 답하는 공무원들이 많았다.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변한 공무원들도 적잖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 슬로건으로 '창조 경제'를 내걸자 공무원들은 기존 업무에 '창조 경제'의 개념을 꿰맞추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고, 언론은 '창조 경제'가 만능 해결사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층간 소음도 창조 경제로 고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고,심지어는 창조 사과도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녹색 경제' 구호도 비슷한 과정을 반복했다. 이명박 정권 초기 이 대통령이 '녹색 경제' 슬로건을 내걸자 민.관.언이 마치 합창하듯 녹색 경제를 만능 해결사인 것처럼 소개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평균 경제 성장율은 3%에도 미치지 못했고, 빈부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철희 두문 정치전략 연구소장은 "별다른 준비 없이 일단 저질러 놓고 나중에 내용을 꿰맞추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저는 창조 경제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 개개인의 행복이 국력의 토대가 되도록 만들 것입니다."

대통령 말씀과 함께 창조 경제는 단번에 유행어가 됐습니다. 그야말로 창조의 물결입니다. 너도 나도 창조 경제입니다 심지어는 창조 사과까지 창조됐습니다.

그런데 뭐가 창조 경제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심지어는 주무 부처 장관 후보자도 개념파악에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서비스와 솔루션,콘텐츠와 어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창조경제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겠습니다."

최 장관 후보자의 설명은 요즘 지난친 외래어 사용을 비꼬는 이른바 보그체와 비슷합니다.

'홈메이드 베이크된 베이글에 까망베르 치즈 곁들인 샐몬과 후레쉬 후룻과 함께 딜리셔스한 브렉퍼스트를 즐겨보자'

'서비스와 솔루션,콘텐츠와 어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창조경제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겠습니다.'

다시 들어도 무슨 의미인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소리가 겹쳐서 나올 것)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

"이게 무슨 소리죠? 미래창조는 이렇게 말해야 합니까?"

장관 후보자는 성의껏 설명했지만 궁금증이 완벽히 해소되진 못했습니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

"창조 경제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뭔가요?"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꼭 원고를 봐야 합니까?"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

"창조경제에 대해서 국민들이라든가 지역 주민들이 봤을 때 창조경제가 뭐냐고 묻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거기에 대해서 계속 나온 이야기지만 간단하게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 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가 쩔쩔 매듯, 미래창조 과학부도 창조경제에 대해 명확한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과천 정부 청사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 건물로 향하는 이정표는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현판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부처 홈페이지에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영문명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 정보, 통신, 기술, 미래 기획이란 단어만 보입니다. 창조란 단어는 없습니다. 창조경제의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영문명에 창조는 없었습니다.

사실 창조라는 말은 이명박 정부도 자주 썼습니다. 창의나 창조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비슷한 말을 슬쩍 단어만 바꾼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또 창조 경제는 융합 경제라고 주장합니다.

창조 경제는 과연 무엇일까?

[농림축산식품부 홍보담당관실]

"창조경제라는 자체를 우리가 넓게 보면 산업간 융합이라고 보거든요."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실]

"산업 쪽에서 융합, 산업융합 같은 것을 활성화 해 가지고 하는 거 하고…"

그러나 융합이란 말도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시대 한 경제관련부처의 업무 보고엔 융합이란 말이 55번이나 나옵니다. 같은 보고서에는 IT란 말이 33번, 신성장이란 말도 11번이나 나왔습니다.

과거 정부에서 즐겨 사용했던 이 말들 역시 모두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를 설명하기 위해 동원하는 핵심 단어들입니다.

[청와대 대변인실]

"ICT를 기반으로 해서 ICT 기반으로 한 산업 간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새로운 시장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라는 것이 거든요. 성장 동력들이 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그런 틈새시장, 새로운 아이템…"

뉴스타파 취재진은 경제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창조경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청와대대 대변인실 포함 모두 8개 부처 10여 명의 담당 공무원 또는 대변인실 관계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창조경제가 무엇인가요?

이들이 답변한 내용 가운데 가장 많이 쓴 단어들을 모아 '단어 구름'을 만들었습니다. 조사 등 의미 없는 단어를 빼고 유의미한 단어들만을 묶었습니다.

창조경제는 기존과는 다른 정부의 새로운 개념. IT, 시장, 기업과 성장이 강조되고, 융합하고, 지원해서, 창출하겠다로 읽힙니다. 여전히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창조 경제가 뭔지 확실히 모르겠다고 자인하는 경제부처 공무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

"이걸 저희도 지금 파악이 잘 안 돼서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명확하게 내용들을 주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미래창조과학부쪽에서 창조경제 계획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미래창조과학부 대변인실]

"저 같은 경우에도 이제 창조경제가 이런 것이다 명쾌하게 답변드리기 지금은 좀 힘든 상황인 것 같고…"

2009년. 정권 초기에 이명박 정부가 내건 경제 정책 슬로건은 녹색 경제였습니다. 그 때는 녹색이 물결쳤습니다.

녹색 경제, 녹색 성장, 녹색 혁명을 한다며 정부는 4대강에, 자전거 도로에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96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700조의 부가가치를 올리면서 10년 간 35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녹색성장은 새로운 발상입니다. 녹색기술과 청정 에너지로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줄하여, 환경도 보호하고 성장도 꾀하자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 경제를 내세웠고,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 후보자님이 생각하는 창조경제는 뭡니까?)

"아까 제가 말씀드리는 것처럼 민간 부분에서의 창의성이라든가 이런거. 그 다음에 참여까지도 합쳐서 이렇게 그거를 통해서 문화라든가 여러 가지 개념들을 융합할 수 있는 그런거를 창조경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막연한 것 인정하시지요?)

"약간 그런데…"

(막연한 개념을 가지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대로 준비가 안 된 게 아닙니까?)

"그걸(양식) 하려고 지금 제가 기본적인 것은 제가 준비 중에…"

(그럼 해수부 창조경제의 가장 (핵심)아이콘은 양식입니까?)

"현재 수산 부분에서는 좀 그렇다고 봐야죠."

대통령의 구호에 모든 것을 꿰 맞추려 하는 것은 '창조스럽게' 보이진 않습니다. 창조 경제를 창조하려다 보니 생기는 부작용들입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치적 구호를 내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구호에는 그 구호를 채워줄 내실 있는 실체가 필요합니다

[이철희 두문 정치전략 연구소 소장]

"지금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국정 캐치프레이즈, 큰 틀이에요. 예를 들면 정책 레짐 같은, 학문적 용어를 쓰자면, 하나의 큰 기조를 나타내는. 그 정도되면 그걸 관철 시키기 위해서 정책 수단이 뭐가 있는 지, 예를 들어 로드맵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지, 그런 것들이 있어야 하나의 정책 레짐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그것은 없는 것 같아요. 용어를 먼저 쓰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 지금 이론화를 시도하고 있고. 각론을 집어넣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고요. 너무 준비없이 질렀다는 건 피할 수 없는 비판인 것 같은데…"

창조 경제의 핵심은 창의적 사고에 있습니다. 창의적인 사고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에서 비롯됩니다. 관용과 포용의 정신은 기본이고 자유로운 소통이 전제돼야 합니다.

불통의 정치라 비판 받던 박근혜 대통령이 인간의 창의성을 중시하는 창조경제를 슬로건으로 들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녹색경제를 주창했던 지난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참담했습니다. 성장률은 저조했고, 일인 당 국민소득은 거의 늘지 않았으며, 빈부격차는 확대됐습니다. 4대강에는 죽은 물고기가 떠다니고 그 신통하다던 로봇 물고기는 행방이 묘연합니다.

[원용진 서강대 언론대학원 교수]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말을, 그 개념을 어떻게 구성을 할 것이고 어떻게 우리 사정에 적합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마치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말씀하셨기 때문에, 창조경제라는 실체가 있는 것처럼 생각을 하고 그 창조경제를 더듬어 가려고 하는, 마치 실물을 더듬어 보려고 하는 그런 노력들을 벌이는 것 같다…"

절대적 권한을 지닌 일인자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민관언이 합동으로 대통령의 눈치만 살핀다면 창조경제도 녹색경제의 전철을 밟을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 최경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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